「진화 심리학으로 풀어가는 호르몬 지능의 비밀」
이 책의 부제목은 「진화 심리학으로 풀어가는 호르몬 지능의 비밀」이다.
여성 호르몬이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연구에 의하면 ‘호르몬 지능’이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호르몬은 짝짓기 욕망부터 경쟁적인 충동, 임신 및 새로운 모성 기간 동안 벌어지는 신체와 행동의 변화, 그리고 번식을 넘어 새로운 경험을 자유로이 누릴 수 있는 잠재력과 함께 찾아온 ‘새로운 인생의 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친다.
여성 호르몬과 행동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너무 적으며, 인생의 각 단계에서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으려면 반드시 더 알아야 한다.
감정은 옥시토신, 세로토닌, 도파민, 엔도르핀 등의 호르몬이 만들어 낸 것이어서 가끔은 달콤한 음식으로도 잠시지만 대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화가 나거나 불안하면 아드레날린이 치솟는다. 포만감을 주는 호르몬과 공복 호르몬의 이름도 낯설지 않다. 그런데 왜 많은 호르몬 가운데 성호르몬은 부정적 함의를 가지고 있을까? 작가는 이러한 고정관념은 성차별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자손을 통하여 유전자를 남기려는 인간의 본능을 기대 수명이 길어지면서 그리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게 되었다. 비혼 인구의 증가와 출생률 저하는 대한민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다. 현대인들은 그저 어디선가 다른 이들이 그 임무에 충실하여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어떤 이들은 내 알 바 아니니 인류가 결국 멸망해도 상관없다고까지 극단적인 의견을 피력한다.
짝을 선택할 때 좋은 유전자를 제공할 수 있는 ‘나쁜 남자’와 공동 양육이 가능한 ‘안정남’ 사이에서 진화상의 절충 거래를 해왔던 여성들은 이제 또 한 번 다른 선택을 앞두고 있다. 난자 제공 이외에도 번식과 육아에 훨씬 더 많은 것을 투자해야 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위험 또한 감수해야 함을 깨달은 여성들은 차라리 비혼을 선택해 진화의 막다른 골목을 향해 자발적으로 달려가는 쪽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양육 면에서 부담이 적었던 남성들 역시 달라진 사회 환경 속에서 신체적 우월함을 갖춘 남자보다는 다정한 남자가 더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성별 간이 오해와 의견 차이가 이토록 심하게 두드러졌던 적이 과연 있었나 싶게 최근 대한민국 사회는 역동적인 갈등과 대립 속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그 또한 변화와 발전의 가능성이기에 공정을 위한 우리의 노력과 희망은 계속되어야 한다.
여성의 생식 주기에는 감추어진 지식이 존재한다. 여성들이 현대의 삶에서도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데 이용할 수 있는 오래된 지식이다. ‘호르몬에 좌우된다’고 단순히 해석해 버리는 일상의 행동 뒤에는 여성들이 짝을 선택하고, 강간을 피하고, 동성 라이벌과 경쟁하고, 생계 자원을 두고 싸움을 벌이고, 튼튼한 유전자와 좋은 전망을 갖춘 자손을 생산하도록 돕는 생화학적 과정이 존재한다. 이러한 도전에 숙련되기 위해 여성의 뇌는 호르몬에 의해 진화했다.
실험실에서 수월하고 성공적인 연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모두 수컷 동물을 대상으로 삼아 좀 더 예측 가능한 그들의 행동으로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 낫다는 쪽으로 발전했다. 수십 년간 연구실은 다방면으로 수컷이 우세한 공간이 되었다. 2009년의 분석 자료는 실험용 동물 암컷보다 수컷의 비율이 생리학 분야에서는 3.7대 1, 약리학에서는 5대 1, 신경 과학에서는 5.5대 1임을 보여 주었다. 진통제가 남성에게는 잘 듣는데 여성에게는 잘 듣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보라.
냄새 나는 티셔츠 연구는 생리 주기 중 가임기에 해당하는 여성들이 여성적인 외모보다 남성적인 외모, 하관이 더 넓고 각진 턱선과 전체적으로 윤곽이 뚜렷한 외모의 남성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기적인 파트너보다는 섹스 파트너로서 그런 남성들을 좋게 평가했다. 이 연구 결과 호르몬 주기가 여성의 몸과 뇌, 감정, 선호도,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모든 암컷 포유동물과 여성의 독특한 성 심리학 사이에 호르몬과 관련된 깊은 유사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개나 고양이 같은 포유동물은 발정기가 아닌 때에는 교미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랑우탄과 침팬지 같은 영장류는 배란 주기 중 수태와 상관없는 단계에서도 교미를 하며 보노보는 새끼 보노보를 만드는 일뿐만 아니라 화해를 위해 잦은 성관계를 이용한다.
장기적인 관계의 짝으로서 가장 바라는 자질이 무엇인지 남성과 여성에게 물어보면, 사람들은 같은 특징을 우선으로 꼽는다. 다정함, 지성미, 그리고 좋은 성격, 전 세계 6개의 대륙과 5개의 섬에 존재하는 37개의 문화권에서 조사를 거쳐 1989년 발표한 연구의 결과이다.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장기적인 파트너에게 육체적인 매력을 중시한다. 여성들은 생계를 꾸릴 능력이 있는 건강한 남성을 원한다.
이 세상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집을 떠나지 말아야 한다. 절대로. 삶을 안락하게 해 주는 환경과 지속적인 음식 공급, 물, 와이파이에 둘러싸여 지내면서 위험 요인과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외출을 피하라. 생존을 원한다면 합리적으로 건강한 상태이고 당신 머리 위로 책장이 쓰러질 염려 없이 장기간 살아갈 수 있는 집에서 혼자 지내는 것이 낫다. 그리고 섹스도 질병을 퍼뜨리는 섹스의 능력과는 반드시 작별 인사를 해야 한다. 동물의 왕국에서 유일하게 안전한 섹스는, 섹스하지 않는 것이다. 함부로 놀아나다간 분명 대가를 치르게 된다.
혹독하고 먹을 것도 드문 스코틀랜드의 외딴섬에 사는 야생 양의 일종인 소이는 두 종류로 나뉜다. 성적으로 왕성하지만 다소 병약하거나, 번식에 덜 열중하면서 건강하거나이다. 모든 새끼 양의 운명은 부분적으로 부모의 짝 선택에 따라 결정된다. 새끼 양들은 건강한 부모에게 항체를 물려받거나, 병에 걸릴 높은 위험에 처하거나 둘 중 하나다. 짝짓기와 새끼 키우기에 자신의 자원을 투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점점 약해져 기생충에게 희생될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어릴 때 번식 임무에 쏟는 시간을 줄인 결과로 에너지를 비축하고 면역력을 키워 몸을 기우고 더 튼튼해진 이후 장성해서 새끼를 가질 것인가.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 여자의 마음이다. 변덕이 심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화를 낼 때 당혹스럽다. 이 책을 읽고 호르몬에 의한 변화인 것을 조금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진화의 일환으로 호르몬의 변화가 뇌와 협업하여 여성을 만들고 인류가 번식해 왔다. 그 과정에서 남성이 이해할 수 없는 배란과 착상, 그리고 양육을 혼자 해결해야 하는 여성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유를 붙여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하는 사람들의 앞길에 행운이 있기를 기원한다.
책 소개
『호르몬 찬가』 마티 헤이즐턴 지음. 변용란 옮김. 2022.01.24. (주)사이언스북스. 335쪽. 20,000원.
마티 헤이즐턴 Marie Haselton.
UCLA 심리학과와 사호와 유전학 연구소 교수. 배란 주기가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세계적인 과학자.
변용란. 건국대학교, 연세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 공부,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