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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May 28. 2022

김재진 저, ‘달세뇨’를 읽고

전생에 관한 이야기

책 제목 “달세뇨”에 이끌려 읽었다.


“달세뇨”는 음악 악보에 되돌이표다.

기타를 배우며 악보를 읽을 때 ‘달세뇨’는 표시된 곳에서 거기까지 가서 다시 돌아오라는 뜻이다.


이 책은 전생에 관한 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다.      

  소설 속에서 인간의 유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목적을 추구하는 사람과 삶을 찬미하는 사람이 있다. 목적을 추구하는 사람은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이고,

삶을 찬미하는 사람은 목적 없이 하는 일이 예술이라든가 하는 행위 그 자체로 삶을 찬미하는 사람들이다.

살다 보면 두 가지를 확실하게 구분할 수는 없겠지만, 끝없이 목적을 추구하는 삶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때로 사람들은 결핍을 채우기 위해 술을 마시고,

결핍 때문에 돈을 모으고 결핍 때문에 사랑을 한다.

운명 뒤엔 체념이 따라온다는 사실 하나만은 분명히 깨달았다.

인생이란 결국 체념과 만나기 위해 걷는 가시밭길 같은 것이다.


알고 보면 모든 이별은 죽음에 대한 연습이다. 모든 두려움 뒤에는 죽음이 있다.

인간은 모두 죽음을 피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우리는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시한부 인생이다.


인생에 가정법은 없다.

그때 그 일을 안 했더라면 이런 결과가 없었을 것인데, 하는 건 후회일 뿐 운명은 그런 후회와 상관없이 닥치는 것이다.      

  시간은 결코 흘러가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소유의 차원에서 시간은 모자라거나 넘치는 것이지만 존재의 차원에서 시간은 지배해야 할 대상도 아니고 속박되어야 할 대상도 아닌, 그냥 인간의 생각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다.

흔히 시간에 쫓긴다고 말을 하지만, 멈추어 서서 돌아보면 쫓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쫓기는 것은 마음이지 시간이 아니다.

시간은 결코 우리를 쫓아오지 않는다.


기억되지 않는 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과거의 근원은 현재이며 그것은 지금 이 순간 내가 지어내지 않는 한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끊임없이 계속되는 현재만을 살뿐이다.

어떤 수단을 통해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한다 한들 그것이 결코 과거의 삶을 현재의 삶으로 바꾸어놓을 수는 없다.


누군가와 만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상처와 만나는 것이다.     

  인간관계의 모든 갈등은 나와 타인을 구별하지 못하고 타인을 나인 양 착각하는 것이다.

자기 우주에 빠져있는 사람은 타인의 우주가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운용되는지 알 리가 없다.

타인이라는 우주를 인정하지 않는 한 인간관계의 갈등은 끝이 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불화는 거기서부터 비롯되며 세상의 모든 분쟁 또한 그것 때문에 발생한다.

모든 결과는 거슬러 올라가면 다 원인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인과 결과의 연결고리를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것은 결과가 곧바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 던진 말은 남김없이 우주의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된다.

우주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그것을 기록하는 장치인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되고 저장된다.

융이 말한 집단 무의식 또한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주라는 거대한 녹음기는 내가 던진 한마디 한마디를 저장하고, 저장된 그것들은 때가 되면 업보라는 열매를 열리게 만드는 씨앗이 되는 것이다.     

 

세상의 진실은 결코 하나가 아니다.

진실은 사람의 숫자만큼 많다.

각자의 진실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진실이나 정의를 부르짖지만, 사람들은 꼭 그걸 원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진실로 원하는 것은 진실보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어떤 것들이다.

진실이나 정의는 크게 소리를 내긴 하지만 순위에선 항상 밀린다.


삶과 죽음은 단순히 믿음의 차이다.

어딘가 살아 있다고 믿는 한 그는 살아 있는 것이다.

반면 살아 있다 한들 살아 있지 않은 존재로 믿는다면 그는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소설이지만 한 권의 철학책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삶과 죽음, 시간의 개념, 윤회, 전생, 최면, 에니어그램, 기시감 등 익숙한 심리학 용어와 철학의 화두가 소설의 전면에 등장한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등장인물 덕에 코로나 시대 언덱트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스페인, 유럽, 티베트, 중국, 네팔 등 그곳에 실제 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책 소개

달세뇨. 김재진 저. 2019.12.02. ㈜문학동네. 15,500원. 327쪽.

    

김재진-1976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시, 199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40년이 넘는 시간 글을 썼다. 시인, 소설가, 첼로 연주자. 미술가. 방송사 PD. 시집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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