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의 물리학』

「고대 그리스의 4원소설에서 양자과학 시대 위상물질까지」

by 안서조

이 책의 부제목은 「고대 그리스의 4원소설에서 양자과학 시대 위상물질까지」 이다.

저자의 대학원 박사과정 지도교수는 2016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데이비드 사울레스 교수이다. 한 권의 책으로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도 쉽게 물리학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책을 만들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인간과 일상이 있고, 일상을 점철하는 물질이란 것이 있는데, 그 물질을 대중에게 친근한 언어로 설명하는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질 이론을 수십 년간 공부해온 사람으로서 참 아쉬었다. 30여 년의 연구 경험, 그리고 지난 수년간 대중 강연과 글쓰기 경험. 이런저런 요소를 모아 이 책을 썼다.”라고 서술한다.

책의 구성은 1. 최초의 물질 이론, 2. 꼬인 원자, 3. 파울리 호텔, 4. 차가워야 양자답다, 5. 빛도 물질이다, 6. 양자 홀 물질, 7. 그리핀, 8. 양자 자석, 9. 위상 물질 시대로 되었다.


물질은 무엇인가? 민중국어사전에 “물질 (物質) [―찔] 【명사】 ① 물체의 본바탕. ② 재산이나 재물을 달리 이르는 말. ③ ⦗물⦘물체를 형성하는 요소의 하나로, 공간의 일부를 차지하며 질량 따위를 갖는 것. ④ ⦗철⦘ 정신에 대하여 인간의 의식 바깥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되어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물질’은 “③ ⦗물⦘물체를 형성하는 요소의 하나로, 공간의 일부를 차지하며 질량 따위를 갖는 것.”에 해당할 것이다. 비물질은 무엇일까? 궁금하다.


고대 그리스인 엠페도클레스는 “만물은 ‘4원소(불, 흙, 공기, 물)’로 되어있다.”라고 말했다.

엠페도클레스보다 30년쯤 뒤에 태어난 데모크리토스는 “만물은 수많은, 어쩌면 무한히 많은 종류의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각 원자에는 고리가 달려 있어 서로 엮일 수 있고, 우린 눈에 보일 만큼 큰 물질로 커질 수도 있다.”라는 원자 이론을 내놓았다.


이 학설은 과학자들에게 잊히지 않고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그 이유는 과학자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궁극의 문제’였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우주란 무엇인가? 물질이란 무엇인가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하고, 누군가는 그 질문에 대해 답을 내놓는 식으로 과학은 발전해 왔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답을 하는 것만큼이나 주요하다. 질문의 규모가 거대할수록 답을 내놓기도 힘들다. 답을 하려면 지적인 능력뿐 아니라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질은 원자를 조합해서 만들어졌고, 각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묶여 있는 원자핵, 그리고 그 주변은 맴도는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결국 모든 물질 속에는 그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 개수에 비례하는 수많은 전자가 있는 셈이다.


원자라고 하면 수소, 헬륨, 탄소, 질소, 산소, 철 이런 것들이 있다. 원자는 그 자체로 쪼개질 수 없는 대상이 아니라 양성자, 중성자, 전자라는 세 가지 기본 입자를 조합해 만든 복합체다. 기본 입자는 불과 3개뿐인데 원자는 100여 가지나 존재한다.


현대 물리학은 물질의 다양성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양성자와 중성자와 전자라는 세 가지 기본적인 입자를 이용해 원자를 만든다. 원자 여러 개를 붙여 분자를 만든다. 원자는 불과 100개 정도밖에 없지만 분자의 개수는 사실상 무한히 많다. 똑같은 탄소 원자를 조합해도 그 결합 방식에 따라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하고 연필심이 되기도 한다. 원자는 지극히 단순해도, 원자를 조합하는 방식은 무궁무진하고, 따라서 발현되는 성질도 무궁무진하다.


1번 원자인 수소는 양성자 하나, 전자 하나가 서로 뭉쳐 만들어진다. 양성자를 중심으로 그 주변에 전자 하나가 존재한다. 양성자는 양의 전하, 전자는 음의 전하를 갖고 있고 반대 전하를 가진 입자 사이에는 서로 끌어당기는 전기력이 작용한다. 중성자에는 전하가 없기 때문에 전기력도 전혀 작용하지 않는다. 양성자와 중성자가 한 곳에 묶여 원자핵을 만드는 이유는 전기력보다 훨씬 강한 힘이 작용해서 이것들을 핵이라는 형태로 단단히 묶어주기 때문이다. 이 힘을 강한 힘, 또는 강한 상호작용이라고 부른다.


강한 상호작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양성자, 중성자가 좀 더 기본적인 입자, 즉 쿼크로 만들어졌다는 사실부터 시작해야 한다. 양성자는 2개의 업-쿼크와 1개의 다운-쿼크로 만들어졌다. 쿼크라는 기본 입자의 존재를 밝혀낸 것은 현대 물리학의 대표적 업적이다. 원자에서 출발해서 점점 더 작은 세계를 탐구해 가는 것이 입자물리학의 일이라면, 같은 원자에서 출발해서 점점 더 큰 세계를 탐구 해가는 것이 물질 물리학의 일부다.


양자역학이 만들어진 지 거의 한 세기가 지났다. 양자역학적 물질관의 핵심에는 원자라는 기본 단위가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현대판 원자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알아보자. 우주에는 100여 종의 원자가 있다. 정확히 118개의 원자가 있지만 마지막 몇 개는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고, 또 만들어도 금방 붕괴하기 때문에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로서의 구실은 하지 못한다.


절대영도에 해당하는 온도를 섭씨로 환산하면 영하 273.15도다. 남극의 온도는 영하 60도, 우주 공간의 온도는 영하 270도 근방이다. 우주는 이미 절대영도에 가까운 냉장고다. 절대영도에 근접한 냉장고를 만든 과학자는 네덜란드 물리학자 카메를링 오너스다. 그의 제자 제이만은 나이 마흔이 되기 전에 역사상 두 번째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스승인 오너스는 55세가 되어서 절대 냉장고를 만들었고 환갑이 되어서야 제자보다 11년 늦게 노벨상을 받았다.


오너스의 절대 냉장고는 20세기 전반에 걸쳐 양자 물질의 비말을 풀어냐는 데 필요한 단서를 하나씩 제공했다. 물질은 원자로 만들어지고 원자를 이해하는 유일한 도구는 양자역학이며, 따라서 원자의 집합체인 물질의 성질도 양자역학을 이용해야만 이해할 수 있다. 현실에서 양자 물질의 진면목을 보고 싶다면 온도를 극저온까지 낮춰야만 한다. 모든 물질이 양자 물질이긴 하지만 차가울수록 더 양자다운 양자 물질, 온도가 높아질수록 덜 양자다운 양자 물질이기 때문이다.


무아레 구조, 또는 무아레 무늬로 불리는 모양은 과학자들보다 미술이나 의상 디자인 전공자들에게 익숙하다. 동일한 세로줄 무늬 두 장을 살짝 각도를 틀어 겹쳐 보면 본래 줄무늬에는 없었던 새로운 구조의 무늬가 드러난다. 본래의 세로줄 무늬는 촘촘한 간격이었는데, 새로 드러난 가로줄 무늬는 제법 간격이 넓다. 2개의 규칙적인 구조를 살짝 엇갈려 쌓았더니 새로운 초 구조가 탄생했다.


자석을 가리키는 영어 단어 ‘magnet’은 라틴어에서 비롯했다. 이 라틴어 단어는 그리스어 ‘마그네시아 지방이 돌’이라는 뜻에서 왔다. 화학 성분으로 따지면 철 원자와 산소 원자가 2:3, 혹은 3:4 비율로 섞여 만들어진 광물이 흔히 자석이라고 부르는 물질이다. 자석의 본질은 20세기 초반 양자역학이 발견되기 전에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인간은 자석의 작동 원리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그 광물을 깎아 나침반을 만들었다. 20세기 물리학은 이 자석의 원리를 밝히며 놀라운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모든 입자는 자석이다. 자석의 원리를 이해하려면 기본 입자인 전자의 속성부터 알아야 한다. 기본 입자의 성질과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이렇게 뜻밖의 상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전자는 하나의 작은 자석이다. 양성자 역시 자석이다. 전자 하나가 만들어 내는 자기장에 비해 1천 배 정도 약한 자석이다. 중성자 또한 전자에 비해 1천 배쯤 약한 자석이다. 원자는 수십 개의 약한 자석(양성자와 중성자)과 수십 개의 강한 자석(전자)이 모인 복합체고, 원자 자신도 자석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자석이라고 부르는 물질은 그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 자체가 자석인 경우다. 철 원자는 대표적인 원자 자석이다.


물리학자들이 발견한 물질의 특성에서 인류는 여러 편리한 발명품을 만들었다. 자석을 이용한 나침반, 자력을 이용한 자기 공명 촬영기(MRI)로 인체 내부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녹음테이프, 영상 필름 등 실생활에 사용되는 여러 가지 문명의 이기는 물리학자들이 발견한 물리적 특성을 이용해서 만들었다.


특히 제4차 산업으로 불리는 디지털 세상 역시 전자기와 자석의 특성에서 나왔다. 자성을 띠는 물질을 1, 자성이 없는 물질을 0으로 한 원리에서 도체와 반도체가 만들어졌고, 반도체를 주요 부품으로 컴퓨터와 저장장치가 발명되었다.


이 시간에도 연구실에서 물리학을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가 있고 어떤 물리적 특성과 물질이 세상을 바꿀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스의 4원소설에서 시작된 원소와 원자, 양자, 양성자, 중성자 쿼크까지 인류의 생활을 변화할 물질이 지금도 물리학자들의 연구실에서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책 소개

『물질의 물리학』 한정훈 지음. 2020.09.17. 김영사. 300쪽, 15,800원.

한정훈.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1997년 워싱턴대학교 데이비드 사울레스 교수(2016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양자 자성체, 양자 스핀계 이론이다. 워싱턴대학교 시배스천 카러 상 수상,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연구비를 받았다. 저서. 『응집물질에서의 스커미온』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