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알고 있다』

「시선추적 장치를 통해 밝혀낸 눈의 심리학」

by 안서조

이 책의 부제목은 「시선추적 장치를 통해 밝혀낸 눈의 심리학」이다.


“20여 년 동안 의학장비인 시선추적기(Eye Tracker)를 이용해 눈과 마음의 관계를 연구해 온 저자가 들려주는 눈의 심리학”이라는 카피를 달고 있다. 혈액형이나 MBTI보다 정확한 눈동자의 과학, 그 원리와 해설을 통해 사람의 심리를 파악한다.


눈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우리가 평소 알고 있던 상식과는 다른 과학적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경영학, 광고, 소비자 과학, 미디어학, 디자인학, 심리학, 정치학, 사회학, 아동학, 의학, 생물학, 유전학, 정보과학, 인지과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통섭적 지식의 결정체인 시선추적 연구 사례를 10여 개의 주제로 나누어 제시한다.


1장 그 눈길 피해야 할까, 눈치의 비밀, 2장 여자의 눈 남자의 눈, 3장 보수의 눈 진보의 눈, 4장 눈길을 피하다, 5장 과연 보는 것이 믿는 것일까, 6장 눈은 생각의 반영, 7장 몰래 보기와 엿보기, 8장 마음이 아니라 눈으로 보아야 아름답다, 9장 빨리 보기와 훑어보기, 10장 아이처럼 사물을 보다, 11장 보기에 좋은 떡이 맛있다, 12장 눈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13장 눈과 바라봄의 미래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눈으로 보는 것이 진실일까? 연구 결과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본인이 믿고 싶은 대로 본다.가 맞다. 이 사실은 ‘부주의 맹’이라는 유명한 ‘고릴라’ 실험에서 잘 나타난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농구 시합을 관람하면서 같은 팀끼리 몇 번 패스했는지 알아 맞추라는 임무를 주었다. 실험 참가자들은 몇 번 패스 했는지는 맞췄지만, 경기장에 고릴라가 어슬렁거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 또한 배경 커튼 색상이 바뀐 것도 선수 한 명이 사라진 것도 보지 못했다.


눈의 움직임에서 거짓말을 탐지할 수 있는 것은 동공의 움직임이 자율신경계 운동이기 때문이다. 의지로 동공의 크기를 조절할 수 없다. 더우면 땀이 나는 자율신경계 활동을 우리 의지로 조절할 수 없듯이 눈의 움직임도 자율신경계 활동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동공 수축과 확장, 시선의 흐름을 잘 관찰하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성격은 인간의 행동, 사고 감정의 패턴을 결정짓는다고 알려졌다. 성격 특성과 눈의 움직임 사이의 관계를 보고하는 연구도 성격 특성의 비슷한 사람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눈을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검증했다. 예를 들어 낙관론자는 비관론자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이미지를 보는 데 더 적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시선추적 연구 결과가 있다. 공포물이나 잔인한 장면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는 사람은 비관론자일 가능성이 높다.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엄마와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며 자신의 욕구를 전달하고 충족시키려고 한다. 인간이 태어나서 최초로 시작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도구는 바로 눈이다. 사람은 직관적으로 눈을 통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회적 신호를 해석한다. 타인의 시선에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촉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인의 뇌는 대략 1200~1400그램 정도의 무게를 지닌 뇌를 갖게 된다. 신생아의 뇌는 보통 370~400그람 정도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뇌 구조가 다를까? 뇌의 물리적 구조는 똑같은데 작동하는 기제가 다르다고 한다. 뇌는 뉴런이라는 신경세포로 이뤄져 있고 성장하면서 다양한 자극을 경험하면 뉴런 간의 연결인 시냅스가 만들어진다. 사용이 많은 시냅스는 점점 굵고 강하게 연결되고 사용이 적은 시냅스는 사라지게 된다. 보수와 진보의 뇌가 다르다는 말은 결국 다른 자극과 마찬가지로 정치나 사회적으로 특정 입장을 접하게 되면서 사회적 뇌가 다르게 발달한다.


전 세계적으로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의 대립은 시간을 거듭할수록 통합되거나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들은 서로 다른 도덕적 틀을 갖고 있고 이런 각자의 ‘도덕적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본다. 이런 뇌의 편향된 처리가 정치적 정보에 대한 다른 해석을 낳고 그에 따른 태도 양극화를 가져온다.


시지각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시선추적 장치의 등장은 인간의 시지각 과정을 연구하는 방법론적 혁신을 가져왔다. 시선 추적 장치를 사용해서 측정해 보니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는 영상물을 바라볼 때 다른 방식으로 본다는 결과가 나왔다. 스스로 보수주의자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나 싫어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 거의 비슷한 패턴으로 바라보지만, 진보주의자는 좋아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와 싫어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릴 때부터 청각장애가 심한 성인은 사회적 상호작용 중에 시각적 얼굴 정보에 강하게 의존한다. 그들은 얼굴 인식 능력이 일반인들보다 매우 우수하다.


사람은 동시에 한 개 이상의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용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기억 용량이 큰사람은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대부분 한정된 양의 기억 용량을 갖고 있어 특정 감각에 집중하면 다른 감각에는 무뎌지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지며 반응도 늦어지게 되어 있다. 주의를 집중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관련이 없거나 산만한 정보를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경험을 원하는 정보들을 놓치게 하는 부작용도 있다.


인간의 시선 패턴은 수렴과 발산 혹은 집중과 분산이라는 두 가지 다른 솔루션 전략을 반영한다. 수렴과 발산이라는 상반된 개념은 인간의 사고방식이나 인지과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다. 수렴적 사고와 발산적 사고는 인간 사고의 두 가지 기본 유형으로 서로 다른 인지과정을 수반한다. 발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는 창의적 아이디어의 생성에 관련되어 있는 두 가지 사고방식을 의미한다. 특히 발산적 사고는 창의성의 핵심 요소이며 문제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답을 만들어내는 개인의 능력으로 간주 된다.


곁눈질과 비슷한 단어로 짝눈도 있다. 짝눈으로 본다고 하면 양쪽 눈의 시력 차이가 심한 눈 혹은 모양이나 크기가 다른 눈을 의미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짝눈이다. 우리는 세상을 두 눈을 똑같이 사용해서 공평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우세안을 갖고 세상을 본다. 본인이 갖고 있는 두 개의 눈 가운데 어떤 쪽 눈이 우세안인지 알려면 간단한 실험을 해보면 된다.


종이 한 장을 준비해 X자를 쓴 다음, 작은 구멍이 뚫린 CD디스크를 준비해 손에 들고 팔을 쭉 뻗은 상태에서 두 눈을 모두 뜨고 구멍을 통해 아래에 그려진 X표를 계속 바라보면서 디스크를 얼굴 가까이 당긴다. 이 과정에서 어느 쪽 눈으로 X자를 보는지 알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자신의 우세안이다. 우리는 두 눈으로 똑같이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한쪽 눈으로 치우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금언의 유전적 근거가 있다. 스웨덴 과학자들은 홍채를 근접 촬영한 사진을 분석하고 각자 성격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심지어 눈에서 사람의 성격을 읽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눈의 홍채에 있는 구멍(음와)과 선(수축구)을 분석하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동공이 확대될 때 형성되는 구명이 많은 사람들은 성격이 온화하고 따뜻하며 사람을 쉽게 신뢰하는 성격인 반면, 선이 많은 사람은 신경질적이고 충동적인 성격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얼굴은 마음의 사진이며, 눈은 마음의 통역자” 로마 철학자 키케로가 한 말이다.


1930년대 말 미국 육군항공단 조 맥그레디 중위는 논스톱으로 대서양을 횡단하는 기록을 수립했다. 이 과정에서 태양광과 구름으로부터 반사광에 노출되어 시력이 약해지고 만다. 존은 파일럿의 눈을 보호하기 위한 고글 개발에 착수해 콘텍트렌즈로 유명한 바슈롬사와 연구 끝에 자외선 99%, 적외선 96%를 차단하는 녹색 건글라스를 탄생시키게 된다. 1937년 레이밴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선글라스의 기원이다. Ray Ban은 모든 광선(Ray)을 차단(Ban)한다는 브랜드이다.


사람의 눈에 관해 알고 싶다면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책 소개

『눈은 알고 있다』 권만우 지음. 2023.05.15. 서울인스티튜트. 323쪽. 20,000원.

권만우. 경성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부총장. 언론사 기자를 거쳐 신문방송학과, 디지털디자인, 다지털영상 계열 교수 역임. 부산국제영화제 전문위원. 유네스코 주관 세계인문학포럼 추진위원 등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