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이후의 삶, 일자리 그리고 교육」
이 책의 부제목은 「챗GPT 이후의 삶, 일자리 그리고 교육」이다.
저자는 30여 년간 자연언어처리, 텍스트마이닝, 정보검색 분야에서 250여 편의 논문을 쓴 전산학자다.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AI 기술 패러다임 변환의 의미가 우리의 삶과 일자리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진단해 보고 미래 세대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짚어보는 것이다. 이 논의의 핵심 요소는 인간 능력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다. 생성형 AI와 인간 본성의 차이에 대해 이해하고 미래 세대의 교육 방향성과 생존 전략을 짚어보며 ‘범용인공지능(AGI)’ 시대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것이다.
말과 글은 사람이 소통을 위해서 사용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든 사람과 컴퓨터 간이 든 의사가 정확히 전달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람과 소통이 점점 어렵다고 느낀다. 특히 전문가와 대화는 포기하는 것이 좋다. 진료기록에 의사가 무슨 내용을 썼는지 알 수 없듯, 전문용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어려운 AI 지식을 쉽게 전달한다. 나 같은 AI 문외한도 쏙쏙 이해된다. 어려운 것을 쉽게 전달한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저자의 소통 능력에 감탄한다.
인간은 끊임없는 기술 발전에 대한 욕망으로 자동화의 범위를 스스로 제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자동화와 자율성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이 본성을 이해하여 우리 스스로 공존 전략을 만들어 가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소설가이자 화학자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은
로봇은 인간을 해치지 않아야 하며, 인간이 다치도록 방치해서도 안 된다.
로봇은 인간의 명령을 따라야 하나, 위 1번 원칙을 위배하는 명령은 수행해서는 안 된다.
로봇은 자신이 존재를 보호해야 하나, 위 1번과 2번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기술 발전에 따른 인간의 생존과 번영을 놓고 나타나는 두 집단이 있다. ‘기술 옹호론자’ 집단과, ‘기술 회의론자’ 집단이다. 이 두 집단이 제기하는 질문과 미래에 대한 예측은 서로 반대를 지향하고 있다. 이들이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공진화 방향이 된다.
공진화는 AI에게 양보할 것과 인간의 몫으로 남겨야 할 것을 조화롭게 정의하면서 어떻게 협업하는지를 판단해 가는 과정이다. 공진하는 AI의 존재하에 인간의 정체성과 역할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정의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신인류’라는 용어는 한 시대의 맥락에서 현대인과 구분되는 집단을 지칭하는 데 사용된다. 가상 인간이 신인류로 불리기도 하고, 스마트폰을 몸 일부처럼 여기는 ‘포노 사피엔스’ 세대가 신인류로 간주하기도 한다. 심지어 초고령 사회의 노인 세대를 신인류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순수 디지털 원주민’으로 불리는 알파 세대와 Z세대의 일부를 신인류로 볼 수도 있다.
사람과 AI와의 상호작용이 시공간을 초월해서 양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이므로 다음과 같은 변화가 예상된다.
첫째, 상호작용이 비가역적으로 일어난다.
둘째, AI는 사용자로 하여금 자기 주도적 변화를 이끌게 한다.
셋째, AI의 계속된 발전은 인류 문명사의 변화를 견인할 것이다.
AGI 시대의 아홉 가지 필수 능력.
문해력
문해력은 문맹의 반대말로 글에 담긴 정보를 읽어서 이해하는 능력, 모든 학습의 기초가 되는 핵심 능력이다. 문해력을 계속 길러나가야 하는 주된 이유는 다른 필수 능력들을 습득하는 데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문해력 없이 창의성, 통찰력, AI 리터러시, 신기술 수용 순발력, 지식 정보 가치 판단력 등을 함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 통합 통찰력
사전적 정의는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꿰뚫어 보는 능력’, ‘감춰진 핵심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일’이라고 한다. ‘통합력’은 ‘관계 지어 하나로 모으는 힘’을 말한다. ‘통합 통찰력’은 사물이나 현상을 꿰뚫어 보면서 그들 간의 관계를 이해하여 감추진 핵심을 파악하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AI는 통합 통찰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을까? AI의 회귀분석과 같은 방법은 이런 능력과 유사한 면이 있다. AI는 기계학습을 통해 관찰 가능한 대량의 데이터로부터 패턴을 분석하고 수학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미래 현상을 예측한다. 인간의 통합 통찰력은 다양한 경험을 종합하지만, 직관적 판단에 의존한다는 차이가 있다.
3. 창의력
창의력은 생존을 위한 진화 단계에서 인간에게 생겨난 호기심, 욕망, 공감, 의도들과 같은 심리적 기제에서 비롯한다. 호기심 없이 상상할 수 없고, 욕망 없이 새로운 것을 창작하겠다는 의지가 생길 수 없다. 창조는 무의식적인 ‘느낌’으로부터 시작하거나 필요성을 인지하는 의식적 행위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무의식적 창발이란 보통 ‘천재들의 창의성’으로 대변되는 것으로 예술가, 과학자, 작가 등은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막연한 심상을 떠올려 점차 정교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질문을 던지는 것이 창의적 사고의 시작점이다. 사람은 질문을 접하면 예상되는 답과 현재 알고 있는 것과의 차이를 메꾸기 위해 스스로 생각을 하게 된다. 생각은 뇌에서 뉴런 간의 연결성에 변화를 주어 새로운 신경망 회로가 생기게 하고 그 결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담게 된다. 이런 해석은 생성형 AI의 트랜스포머 구조에서 창발력이 관찰되는 것과 유사하다.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추상화, 패턴인식 및 형성, 유추, 차원 간 이동, 모델링, 변형과 같은 ‘생각이 도구’들을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함으로써 창의력을 계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4. 리터러시
‘AI 리터러시’는 ‘AI를 이해하는 능력’이다. 소프트웨어 기술인 AI를 얼마만큼 알아야 기본적인 AI 리터러시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을까? AI를 이해하는 기본 소양을 갖추는 데 중요한 것은 ‘AI 사고’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는 ‘컴퓨팅 사고’를 통해 소프트웨어의 작동 방식을 이해함으로써 컴퓨터를 이용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과 유사하다.
5. 기술 변화 적응력
급속한 기술 변화의 시대에는 지식의 생명주기가 짧아 한 번 배운 지식은 계속 업그레이드되지 않는 한 곳 쓸모없게 된다. 현재로서는 문해력을 극대화하여 학습 능력을 키우면서 AI를 옆에 두어 필요한 지식 정보에 최대한 수월하게 접근하는 방법밖에 없다.
적응력이란 변화를 받아들이고 변화된 세상에 들어가서 자연스럽게 살아 나가는 긍정적인 대응력이다. 변화에 대한 순발력이 좋을수록 적응력은 높아지는데, 개인이 가지고 있는 도전 정신이나 패기, 그리고 오픈 마인드와 같은 정신적 차원의 속성들이 적응력 향상에 큰 몫을 한다.
6. 지식 정보 가치 판단력
검색엔진이 보편화하면서 지식 자체보다 지식의 위치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있었다. 이제는 그보다 진위를 판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의 환각 현상에 의해 만들어지는 허위 정보는 너무 자연스럽게 전체 맥락에 포함되어 있어 걸러내는 것이 쉽지 않다. 정보의 정확도와 재현율에 해당하는 기준을 내세워 AI가 제공하는 것을 판단해야 한다.
7. 공감 기반 협업 능력
지식의 폭발은 크게 두 가지로 우리 삶에 다가올 것이다. 사람 사이의 협업이 잘되려면 소통이 필요하고 소통을 잘하는 조건 중 하나는 서로에 대한 공감을 키우는 것이다. 협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있어 두 가지 핵심은 정서적 가치를 포함한 공감대의 형성과 의사소통 능력을 포함한 사회적 기량이다. 공감 능력은 협력을 위한 진화의 산물이었고, 협력이 없었다면 인류의 문화적 융성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AI와 협업을 주도하는 사람은 일단 AI 리터러시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통합 통찰력, 창의력, 기술 변화 적응력, 가치 판단력 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AI와 협업의 주도권은 인간이 쥐고 있을 것이고, AI는 인간과 협업해야 하는 존재인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8. 경험 체화 능력
인간의 지식은 신체적 경험으로부터 시작해서 뇌에서의 정신적 활동과 연결된 결과로 쌓여왔다. 알기 위해 몸을 쓰는 경험이 중요하지만, 반대로 몸을 써야 지적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아이디어를 형상화하고 구체화하여 창작 활동을 하는 경우 몸의 개입이 필수적이라는 다양한 사례가 있다. 경험은 언어 습득과 인색 체계구성에 큰 영향을 준다. 반면, AI는 가공할 만한 양의 콘텐츠를 읽어 학습하므로 간접경험으로 보면 지구상에 있는 모든 사람을 모아도 따라가기 어렵다. 따라서 인간-AI 공존의 맥락에서 서로 상호 보완적인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9. 정서적 인간다움
AI가 우리 삶에 속속 들어오고 AI와 협력의 폭이 넓어질수록 우리는 기계처럼 행동하지 말고 인간다움을 더 강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인간에게 각별히 소중한 것 중 하나는 신뢰 네트워크이다. 개인 차원의 인적 네트워크와 대중이 공유하는 사회적인 네트워크를 포함한다.
AI와 비교하여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핵심적인 특질로 정서와 감정을 꼽을 수 있다. 정서와 감정은 통상 동의어로 취급되어 혼용되지만, 감정은 외부에 영향을 주는 기능을 강조하고, 정서는 외부로부터 받은 상태를 강조한다. AI의 한 분야인 감성 컴퓨팅에서는 인간의 정서와 감정적 요소를 인지하고 해석하여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 인간-AI 공존 사회에서 ‘인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AI 리터러시’를 위해서 주로 정부가 나서고 있다. 구체적으로 ‘2023년 하반기부터 고령층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AI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AI 활용 방안’에 대해서 가장 깊은 관심을 가지고 선도하는 교육 주체는 대학이다. 진학 진로나 취업 창업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AI 교과서’ 도입을 결정하여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인프라 개선’과 관련해서 교육 방법과 제도 등을 바꿔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 이슈를 중심으로 대학 정원은 과감하게 줄이면서 AI를 사용한 맞춤형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시대정신이 담긴 교육 목표
AI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AI 전문가, AI 활용가 그리고 나머지’ 이렇게 세 종류로 분류될 것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을 이렇게 분류하는 것은 다분히 AI 중심 사고이고, 기술 중심 사고에 기반한 표현이다. 우리 시대를 이끌어 가는 정신, 즉 ‘시대정신’을 이끌 수 있을까? 이 개념을 처음 사용한 헤겔에 의하면 시대정신이란 한 시대가 끝날 때 만 알 수 있다고 했다. 이 말에 따르면 AI를 시대정신 일부로 보는 것은 현재로서는 그저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심리학 연구에 의하면 인산의 스트레스는 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온다고 한다. 교통 정체 등은 아주 가까운 미래가 어떻게 돌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강력한 스트레스를 준다. 인류가 원시인 시절에 사나운 사냥감을 눈앞에 두고 받았던 그런 스트레스와 다를 바 없다. 그러다 보니 우리 몸은 순간적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호르몬 분비를 비롯한 신체적 반응을 통해 나름 대응하도록 진화했다.
반면 자녀 교육 등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받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인간이 미래를 예측하기 시작하면서 생겼을 것이다.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모아서 해결할 수 있는 순간적 스트레스와 달리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암을 비롯한 만병의 근원이기 때문에 각자가 중장기적인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종류의 스트레스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불확실성의 근원을 없애는 것이다. 상황을 제대로 이해한 후 체계적으로 대처해 가는 것 외에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 같다. AI 때문에 생기는 미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방법은 AI를 이해하는 것이 첫 번째 스텝이다.
챗GPT는 ‘생성형 AI’다. 문장이나 문단을 검색해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 형태의 답을 그때그때 만들어 낸다. 즉 대화나 답을 즉석에서 ‘생성’하여 제공하는 것이다. AI를 똑똑하게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공신경망 층, 입력 벡터 크기, 은닉층 뉴런 수 등 구조를 키워서 파라미터 수를 늘리는 것인데. 이는 뇌의 뉴런 수를 늘리는 것과 같다. 또 하나는 훈련데이터의 양을 늘리되 범주별로 균형을 이루도록 하여 패턴인식의 품질을 골고루 높이는 것이다. 인간의 경우 균형 잡힌 독서나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과 같다.
인간의 언어처리 과정을 살펴보면 ‘언어 지능’을 가진 AI를 이해하기 쉬워진다. 사람이 대화나 질문에 응답하는 과정 혹은 번역하는 과정 등은 모두 문장을 생성하는 과정이다. 일반적인 대화를 나눌 때도 대화 전체의 맥락, 바로 전 상대방의 발화 내용, 화자가 말하고 싶은 내용 등에 의해 다음 단어가 결정된다.
AI가 창의성을 보인 예가 있다. 연구자들은 생성형 AI가 가지고 있는 이런 능력을 ‘창발 능력’이라고 한다. 커가기만 하는 생성형 AI의 모델 아키텍처와 이를 지원하는 컴퓨팅 파워의 확장, 그리고 끊임없이 증가하는 학습데이터로 인해 개발자도 기대하지 않았던 창조적 결과가 나올 때 이런 표현을 쓴다.
과학자, 공학자, 철학자들은 AI를 크게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하여 글 발전 단계를 진단한다. ‘좁은 AI(ANI, 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가 범용 AI(AGI)’로 발전하고 결국 ‘초지능 AI(ASI, Artificial Super Intelligence)’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AGI’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인간 수준에 도달하거나 능가하는 AI이다. 언제 그 수준에 도달할지에 대해 의견이 있지만, 챗GPT의 등장이 분수령이 되어 ‘AGI’ 출현을 극적으로 앞당겼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ASI’는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모든 면에서 인간의 능력을 월등히 초월할 것이다. 이런 AI는 ‘AGI’가 재귀적으로 자기 개선을 반복하여 지능의 발전이 폭발적으로 일어날 때 출현할 것이다.
AI 전문가이며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이 2005년에 출간한 책 『특이점이 온다』에서는 ‘ASI’가 출현하는 시점을 ‘특이점’이라고 했다. 이 시점이 오면 AI가 지금과 같이 오부의 기계(컴퓨터)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뇌에 이식되고 인간의 몸이 기계로 대체되어 생물학적인 한계를 벗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AI와 인간 지능과의 구분 자체가 모호해지는 것이다.
질문은 그 의도와 시점이 중요하지만 어떻게 표현하는가도 중요하다.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 아닌 대화 상대가 있는 질문은 더욱 그렇다. 질문의 명확성, 방향성 그리고 문제 해결에 대한 접근 방식에 따라 답의 내용과 품질이 크게 달라진다.
창작 분야는 인간이 지켜낼 마지막 보루로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나오면서 예술이나 문학과 같이 인간의 창의성을 요구하는 분야도 이제는 인간만의 고유 영역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주제와 플롯이 주어지면 통일성 있는 글을 생성해 주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소설과 같은 창작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순차적으로 다음 단어를 생성해 가는 것이 기본 모델이지만 주제, 논리 구조, 표현력, 장르 등으로 모두 반영하여 단어 선택 확률을 계산하기 때문에 책과 같이 긴 글도 스스로 완성할 수 있다.
의료 분야 협업, AI와 의사 간 협업에 관한 관심은 40년 전 상징 추론 AI인 규칙 기반 ‘전문가 시스템’을 만들 때부터 꾸준히 지속되었다. 구글사에서 개발한 생성형 AI인 메드팜이 질의응답을 통한 진단에서 의사 진단에 버금가는 결과를 보였다. 챗GPT만으로도 의사만큼 정확한 진단과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음을 보인 사례도 발표되었다. 많은 의사가 AI를 협진 의사처럼 대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법률 분야는 미국 렉시스넥시스사가 출시한 법률 전문 생성형 AI 플랫폼인 렉시스 플러스 AI가 가장 잘 알려졌다. ‘AI 변호사’의 장점은 인간과 달리 항상 일관된 결과를 제공하고 인간의 주관이나 감정적인 요소가 개입되지 않는 객관적인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인간 변호사와 AI는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같이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감성이 필요한 부분, AI는 인간의 감성이 필요한 영역으로도 그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워봇’이라고 알려진 챗봇 치료사는 사용자들의 우울증과 불안 증상을 현저히 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AI가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AI가 인류에게 최악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최근 경고는 대부분 최신 AI 기술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에게서 나왔다는 것에 심각성이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스튜어트 러셀 교수는 저서 『어떻게 인간과 공존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것인가』에서 AI가 어떻게 인간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지를 다각도로 설명한다. AI의 위험성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어
미국의 ‘인공지능안전연구소’에서 2023년 5월30일 ‘AI가 가져올 인류 멸망이 위험을 완화하는 것은 팬데믹이나 핵전쟁과 유사한 수준의 국제적 우선순위를 가져야 한다.’라는 선언을 채택했다.
2023년 컨설팅기업 올리버 와이먼의 예측에 의하면 AI 관련 기술로 인해 5,000만 이상의 중국인, 1,150만 명이 미국인, 수백만 명의 브라질, 일본, 독일 노동자들이 새로운 직업 환경을 위해 재교육을 받아야 할 것을 보인다. 라고 했다.
심리측정학의 거장 루이스 서스톤이 정의한 지능의 일곱 가지 능력
기억하고 인출하는 능력을 대변하는 연상기억
객체들의 차이와 유사성을 볼 수 있는 지각 속도
규칙을 발견할 수 있는 추론
단어를 정의하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 이해
수학 문제를 풀 수 있는 수치 능력
단어를 빠르게 생성하는 어휘 능숙도
관계를 시각화할 수 있는 공간 시각화
이렇게 일곱 가지 지능의 대부분은 AI나 컴퓨터공학에서 이미 반영되었거나 구현되고 있다.
미국 심리학자 하버드대학교 교수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 지능 이론’에 의하면
초기이론에는 시공간 지능, 언어 지능, 논리수학 지능, 신체 운동 지능, 음악 지능, 대인관계 지능, 자기 성찰 지능, 자연 동화 지능, 존재 지능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지능 유형은 뇌지도 및 게놈 연구, 유전학 연구, 창의력 및 문화 체계 연구 등의 다양한 학문 발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존재 지능은 인생이나 인간의 존재 등에 대해 깊은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삶과 죽음이 의미에 관한 질문이 중요한 철학자, 목회자, 사상가 등의 직업이 요구하는 능력이다.
로버트 스턴버그라는 심리학자는 지능을 인간 삶의 목적과 연결하여 정의하였다. 실세계에서 삶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성공적인 지능’이 갖춰야 할 세 가지 요소.
-분석 지능: 정보를 분석하고 문제 해결을 하는 능력
-창조 지능: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는 능력
-실용 지능: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
‘어려운 일은 쉽고, 쉬운 일은 어렵다’다는 모라벡의 역설은 인간과 AI가 문제 해결에 있어 상반된 특성이 있음을 잘 설명해 준다. 인간이 감각, 무의식, 직관 등으로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종목은 AI가 어려워하고, 인간이 어렵게 공부하여 쌓은 지적 능력을 필요 하는 종목은 AI가 잘한다는 이 역설은 오늘날까지 통용된다.
인간은 자아와 자의식을 모두 가지고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존재이고 욕망과 복잡한 삶의 동기에 의해 행동한다. 반면, 현재 AI는 이런 인간적 요소들이 없다.
도구는 인간에게 편리함을 주지만 그로 인해 인간은 능력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계산기가 나오면서 암산 능력이 감소하였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브루스 후드 교수는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사회적 협력 과정을 거치면서 자기 가축화되었고 2만 년 전에 비해 뇌의 용적이 10~15% 줄어들었다고 주장한다. 또 인류학자 미국 다트머스대학교 제레미 드실바 교수 연구팀은 집단이 지식을 공유하고 각자의 역할이 세분화하면서 뇌의 크기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생물학적 변화다.
AI는 점점 인간을 닮아가고 있다. 언어 사용 능력과 이미지 인식에서 AI가 인간을 능가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공감 능력과 같은 인간의 고유 영역도 AI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창의력 면에서도 인간과 AI 사이의 경계가 조금씩 흐릿해지고 있다.
누군가와 공존하려면 경쟁력 없는 분야는 양보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능력은 심화하면서 새로운 능력을 개척해 가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하지만 인간과 AI의 관계는 가변적이면서 그 경계선이 점점 모호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제 인간만의 독특한 속성을 중심으로 경계선을 그리는 것이 차별화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미래 세대가 중점적으로 계발해야 할 영역을 알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제 모든 인간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책 소개
『AGI 시대와 인간의 미래』 맹성현 지음. 2024.06.05. (주)헤이북스. 399쪽. 24,800원.
맹성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에서 전산학을 공부한 후 서던메소디스트대학교에서 전산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템플대학교 조교수, 시러큐스대학교 종신교수, 1994년 귀국, 충남대학교 교수, 2003년부터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 디지털인문사회과학센터 초대 센터장을 거쳐 명예교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