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몽골의 대답

— 언어가 사라진 세계에서 기억을 되살리는 여정

by 안서조

제1장: 몽골의 대답


2024년 8월, 신욱은 울란바토르 공항에 내렸다.
공항 밖으로 나오자, 탁 트인 하늘과 건조한 바람이 그를 맞이했다.
서울의 빽빽한 빌딩 숲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그는 가슴 깊숙이 숨을 들이마셨다.


“이게… 내가 꿈꾸던 초원이구나.”

공항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외곽으로 나가자, 끝없이 펼쳐진 초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양 떼가 흰 점처럼 흩어져 있었고, 게르가 드문드문 자리 잡고 있었다.


밤이 되자, 하늘은 별빛으로 가득 차, 마치 은하수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그는 텐트에 누워 별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언어도 저 별처럼 무수히 많아야 하는데… 왜 사람들은 하나로 줄이려 하는 걸까.”


첫 번째 이상한 만남

다음 날, 그는 울란바토르 외곽의 작은 마을을 찾았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노인은 깊게 주름진 얼굴에 따뜻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신욱은 조심스럽게 한국말로 물었다.


“여기 근처에 게르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노인은 잠시 그를 바라보더니, 또렷한 한국어로 대답했다.


“저 언덕 너머에 있어요.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 가보셔도 되겠네요.”

신욱은 순간 얼어붙었다.
몽골인이 한국어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구사한다니?
억양도, 발음도 완벽했다.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싹트기 시작했다.


점점 커지는 의문

며칠 뒤, 고비사막 인근의 관광지에서 미국인 여행자와 마주쳤다.
신욱은 장난처럼 “안녕!”하고 인사했다.
그런데 그 미국인은 망설임 없이 “안녕!”하고 웃으며 답했다.
발음은 미국식 억양이었지만, 분명 한국어였다.


그다음 날, 일본인 커플과 마주쳤다.
신욱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고, 일본인 남성은 똑같이 “안녕하세요”라고 대답했다.
그의 발음은 일본 특유의 억양이 섞여 있었지만, 단어와 문장은 완벽했다.

신욱은 혼란스러웠다.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야.”


초원의 침묵

밤이 되자, 그는 게르 앞에 앉아 바람 소리를 들었다.

풀잎이 흔들리는 소리, 양 떼의 울음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노랫소리까지…


모두 한국어의 리듬처럼 들렸다.

그는 소름이 돋았다.

“몽골의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언어의 경계를 지우고 있어.”


그 순간, 그는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동시에 묘한 설렘을 느꼈다.
마치 자신이 거대한 비밀의 문 앞에 서 있는 듯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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