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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Jun 06. 2022

장-피에르 보 저. ‘도둑맞은 손’을 읽고

몸에서 떨어져 나온 ‘손’은 인격의 일부인가?

몸에서 떨어져 나온 ‘손’은 인격 일부인가?     


이 책은 “얇고 넓은 지식”을 읽다가 자료 도서로 활용되었다고 해서 읽었다.

부제목이 “살아있지만, 인격의 일부라고 말할 수 없는 인간적인 어떤 것에 대한 법적 탐구”다.


어떤 사람이 목공일을 하다가 사고가 나는 장면, 회전톱이 돌아가는데 실수로 톱날에 손이 끼어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아직 그의 손은 살아있다. 외과술의 도움으로 손을 다시 제자리에 붙일 수 있다.

그런데 그가 기절한 틈을 타서 그의 원수가 잘린 손을 아파트 지하실의 보일러 안에 던진다고 가정했을 때, 이 경우 손 도둑은 어떤 벌을 받게 되는가? 에 대한 질문이 이 책의 논점이다.


저자의 대답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첫 번째 : 중상해로 판결     

이것은 피해자의 관점이다. 피해자가 보기에 핵심은 손을 불구로 만들려 했던 범인의 의도다. 아직 몸에 붙어있는 손을 망가뜨리든, 사고로 잘린 손을 보일러에 던지든, 피해자는 프랑스 형법 309조에 의거하여 중상해로 처벌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형법 309조는 “인격에 대한 경범죄와 중범죄”를 다룬다. 법은 이 범죄를 신체가 아닌 인격에 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잘린 손은 명백하게 물건이다. 인격이 아니기 때문에 몸에서 떨어져 나온 부분은 묘지와 공해를 다루는 법적 체계에 복속된다. 따라서 처벌이 불가하다.     


두 번째 : 절도로 판결     

몸과 분리된 손은, 이론의 여지 없이, 물건의 범주에 등록된다. 하지만 손은 몸에서 분리된 이래 어떤 지위 변동도 겪지 않았다. 즉 손이 잘리기 전에 이미 물건이었음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잘린 뒤에는 물건임을 인정해야 한다. 즉 프랑스 형법 379조 절도죄를 구성하는 대상이다. 그런데 이 잘린 손은 소유자가 누구인가. 몸에 서 떨어져 나간 신체의 일부는 주인이 없는 ‘무주물’이다. 무주물은 먼저 취득한 사람이 소유자가 된다.      

세 번째 : 무죄 방면     

이 사건에서 프랑스 법의 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손을 가져간 사람을 도둑으로 간주하지도 않고, 무죄 방면해야 한다. 프랑스 법의 정책은 “몸이란 곧 인격이다.” 즉, 인간에게 자기 몸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해주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모독한다는 것 때문이다.     


1994년 프랑스에서 최초로 생명윤리법이 제정된 해이다.

사람 또는 인격이 개념, 몸과 인격의 관계, 몸의 검열과 귀환에 대한 법철학적, 역사적, 인류학적 탐구를 하게 한다.

[인간 인격의 구조]에서 오렐 다비드는 사람의 몸을 이루는 모든 부분이 인격적인 속성을 띠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사람이 보통 몸과 결합하여 나타나는 만큼, 우리는 사람과 몸을 같은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오렐 다비드의 표현에 따르면 “몸은 사람이 거기 있음을 알리는 표시”일 뿐이다. 라고 한다.     


죽음을 통해서 인간은 몸으로 돌아가는가 아니면 죽음은 인간이 몸이라는 사실을 그저 추인할 뿐인가?

시체의 실체를 근거로 살아있는 인간의 몸의 실체를 연역할 수 있는가?

법적 죽음은 인격을, 권리들의 주체를 사라지게 한다.

하지만 몸의 법적 성격에 대해서는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

시체가 물건이라는 사실은 살아있는 인간의 몸도 그러함을 짐작하게 한다.

살아있을 때 우리는 영혼에 도달하기 위해 몸을 거친다. 육신은 안녕의 토대이다.

육신을 통해 영혼은 신과 이어진다. 영혼과 육체의 기독교적 관계에서 몸은 물건으로 취급된다.

이 물건은 신성하지만, 그렇다고 권리의 대상이 아닌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이 신장을 기증하기로 했고 그 신장을 누가 받을지가 정해졌다고 하자.

여기서 이론상의 혼돈이 생겨난다. 신장을 떼어낸 순간부터 이식되기 전까지 그 신장은 누구에게 속하는가? 신장을 기증한 사람인가, 아니면 받을 사람인가?

문제는 신체 요소들이 몸에서 떨어져 나와 있는 동안 어떤 법적 지위를 갖게 되느냐하는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인류가 상상이라는 창조에 의해 오늘을 만들었다.


몸에서 떨어져 나온 손은 누구의 소유인가?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다.

실제 상황이라면 소유를 생각할 여유도 없이 병원을 찾을 것이 뻔하다.      


매독에 걸린 사람의 피를 수혈받은 사람은 어떤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사람 사는 세상에 문제가 존재하고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법’이다.

그런데 법이 해결을 위한 방책보다는 올가미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대통령 선거에 고소, 고발이 연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누구를 위한 행위인가?

법적으로 해석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소개


도둑맞은 손. 장-피에르 보 저. 김현경 옮김. 2019.09.06. 이음. 362쪽. 18,000원.

장-피에르 보-법학자, 파리 10 대학에서 법인류학과 법의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김현경-독립연구자. 사람, 장소, 환대(문학과 지성사, 2015)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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