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의 추락』

「우리가 놓친 인플레이션의 시그널」「우리가 놓친 인플레이션의 시그널」

by 안서조

이 책의 부제목은 「우리가 놓친 인플레이션의 시그널」이다.


요즘 경제가 심상치 않다. 세계적으로 달러가 약세인 가운데 우리나라 ‘원’ 화에만 강세다. 1,400원을 넘어섰다. 이재명표 선심성 돈 풀기 효과 때문인지, 대미 무역 협상이 난항을 겪는 탓인지 알 수 없지만, 그런 와중에 코스피만 상승세다. 경제전문가들도 해석이 분분하다. 이런 시국에는 각자 현명하게 판단하고 처신하는 것이 제일이다. 각자도생이 딱 어울리는 세상이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언론 「포보스」 편집장과 단골 기고가이며 통화 정책 전문가 등 세 사람이 같이 만들었다. 미국의 경제 상황을 자세히 분석하고 대책을 제시한다.


인플레이션 문제를 중점 분석한다. 화폐가 기능을 다하고 시장이 작동하려면, 화폐의 가치가 안정되어야 한다. 4,000년에 걸친 화폐의 역사는 대개 화폐에 변화를 주어 그 가치를 낮춤으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정부의 반복된 패턴을 보여준다. 그런 조치의 영향이 심각했던 나머지 차기 정부는 절대로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지만, 어떻게든 그들은 늘 반복한다.


철학자 존 로크와의 인맥을 동원해 영국의 왕립 조폐국 국장이 되었던 뉴턴은 1690년대에 조폐 시스템을 표준화하고 화폐의 가치를 유지하는 등 화폐제도를 개혁했다. 이후 1717년, 뉴턴은 영국 파운드화의 금 가치를 3파운드 17실링 10.5펜스로 결정했다. 이 비율은 200년이 넘도록 유지되었다.


영국은 금 기반의 화폐를 고수한 덕에 국가의 부를 늘릴 기반을 형성했으며 국제 금융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었다. 18세기 말에 접어들어서는 산업 혁명의 발상지가 되었다. 신뢰할 만한 파운드화 덕분에 작은 섬나라 영국은 2선 국가에서 세계 산업 패권국으로 부상했다.


사람들은 대개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면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물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의 결과이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은 실제로 두 유형으로 나뉜다. ‘비화폐적’ 인플레이션의 물가 상승은 보통 시장에서 자연 발생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수요 증가세가 원인이 된다. 반면 ‘화폐적’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하거나 여러 정책이나 조치로 인해 화폐의 가치가 떨어질 때 발생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 ‘화폐적’ 인플레이션이다. ‘화폐적’ 인플레이션은 정부의 경제 정책에 의해 발생한다. 고대 로마에서 현대 짐바브웨까지 나라를 망치는 원인이 되었다.


인플레이션의 가장 파괴적인 효과는 사회적 신뢰에 영향을 미친다. 돈은 결국 상호 합의된 가치의 단위를 제공하여 낯선 사람들 간에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발명한 것이다. 돈은 신뢰를 촉진하는 수단이다. 또한 시장은 곧 사람이다. 그래서 돈이 더는 신뢰할 수 있는 가치의 단위가 아닐 때, 거래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도 결국 끊어진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는 국가들은 결국 심각한 수준의 범죄와 부패, 사회 불안을 겪게 된다. 우리가 역사를 통해 지켜봤듯이 결말은 늘 권력자들과 독재자들에게 비극적인 상황으로 돌아간다. 이런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독재자 한 사람의 잘못으로 전제 국민이 고통을 받고 인생이 바뀌는 것이 역사다. 대한민국의 잘못된 선택이 곧 이런 비참한 결과로 나타날 것이 안타깝다.


인플레이션에서 내 돈을 지키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증권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왜곡으로 영향을 받는 곳이다. 거품이 낀 시장은 가치의 하락세를 가린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이를 항상 의식해야 한다. 위험과 수익 간 최적의 비율은 ‘60대 40’이라는 것이 통념이었다. 이는 60% 주식에 40% 채권을 의미하는데, 이 논리를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뒤집는다.


짐바브웨는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은 국가다. 한때 하이퍼인플레이션이 급속히 진행되어 짐바브웨 정부는 100조 달러 지폐를 발행했다. 결국 기존 화폐를 폐지한 후 새로운 화폐를 도입했는데, 이런 일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말 그대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오해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짐바브웨의 달러나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 및 아르헨티나의 페소가 가장 대표적이다.


1970년대 초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국제 투기꾼들이 달러 가치를 끌어내렸다며 ‘마일드 인플레이션’을 그들의 탓으로 돌렸다. 닉슨의 대응은 불명예스러운 ‘닉슨 쇼크’를 초래했다. 닉슨은 긴급성명을 통해 미국 달러는 금 1온스에 35달러로 고정했던 금본위제도 폐지를 포함한 신경제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10년에 걸친 대 인플레이션과 1970년대 에너지 위기를 불러일으켰다. 탄핵안이 결의되어 결국 닉슨이 사임하였다.


금 본위제는 미국이 건국 이래 실제로 받아들인 화폐제도였다. 거의 180년 동안 금 본위제는 단 몇 차례 중단되었을 뿐, 달러의 가치는 계속해서 금에 연계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인플레이션 문제를 거의 겪지 않았으며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부강한 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닉슨 쇼크로 금 본위제에 기반을 두었던 달러의 오랜 역사가 막을 내렸다. 1970년에만 해도 금 1온스의 가격이 35달러였다. 지금은 4,120달러(약 582만 원) 이다. 달러 가치가 엄청나게 하락했다는 의미다.


석유도 인플레이션 측정 지표 중 하나다. 1960년대에 석유 가격은 배럴당 3달러였으며 석유회사들은 높은 수익을 올렸다. 2021년 중반 석유 가격은 배럴당 75달러였다. 그러나 많은 석유회사가 채무불이행 위험에 놓였다. 코카콜라와 맥도날드 빅맥도 좋은 지표가 된다. 1970년 당시 12온스짜리 코카콜라 1캔의 가격이 1센트였다. 빅맥 하나는 65센트였다. 50년 후 햄버거의 가격은 80배 정도 뛰었다.


인플레이션은 돈이 가치를 잃을 때 발생하는 가격의 왜곡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생산업체들이 상품을 수축시켜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 포테이토 칩의 양을 줄이거나 종이 상자에 시리얼이 덜 들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동네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주문하면 소시지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화폐는 시계나 자, 저울과 같은 측정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화폐는 가치를 측정하는 도구다. 화폐가 측정의 도구라는 사실은 다른 무엇보다도 통화가 신뢰를 잃으면 사람들은 대체물을 찾는다.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독일인들은 종종 담배를 화폐로 활용했다. 1970년대 이탈리아에서는 인플레이션을 겪는 동안 소액 동전이 사탕으로 대체되었다. 극도의 인플레이션을 겪는 나라 국민은 자국 정부가 발행한 통화보다 달러나 유로를 훨씬 더 선호한다. 베트남이나 페루에서 달러가 현지 통화로 통용되고 있다.


암호화폐는 정부가 발행하는 명목 화폐의 대체물로 개발되었다. 그렇지만 지금도 격변기에 놓여 있다. 비트코인은 단 하루 만에 그 가치가 반 토막이 난 적도 있다. 통화가 ‘안정된 화폐’로 놀리 사용되려면 신뢰받는 가치 측정 도구여야 한다. 이 기능이 충족되지 않으면 더는 신뢰받을 수 없다. 그리고 화폐가 신뢰를 잃으면 결국 가치를 상실한다.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직결한다.


많은 경제학자가 인플레이션을 ‘스텔스 세금’이라고 한다. 정부가 통화를 평가 절하하여 ‘국민의 재산 일부를 눈에 띄지 않게 비밀리에 몰수할 수 있다’라고 케인스는 인정했다. 연봉 5만 달러의 사람이 연간 물가 상승률이 2%라면 생계비가 상승해 연봉이 사실상 1,000달러나 감액된 것과 마찬가지다.


인플레이션은 고정된 급여를 받는 직장인들, 예금자들, 연금 받는 은퇴자들에게 형벌처럼 가해진다. 세금은 그들의 소득을 갉아먹을 뿐 아니라, 그들에게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밀어 올린다. 인플레이션은 소득 불평등을 증가시킨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정부의 세입이 엄청나게 증가한다. 임금이 인상되어 사람들이 높은 과세 등급으로 떠밀리게 된다.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일반적으로 금리가 인상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는 주식과 채권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플레이션 상황은 주식에 심각한 타격을 입혀 저평가 단계까지 하락시킬 수 있다. 때문에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 가격이 낮아진 좋은 주식을 매수할 기회가 된다.


신뢰가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덕목임에도 대한민국의 현실은 암담하다. 대통령이 식언을 밥 먹듯 하고 있으니, 무엇을 믿고 의지할 수 있나? 안타깝다.


책 소개

『화폐의 추락』 스티브 포보스, 네이선 루이스, 엘리자베스 에임스 공저. 방영호 옮김. 2022년 10월 12일. (주)알에이치코리아. 251쪽, 19,800원.

스티브 포보스 Steve Forbes. 포보스 미디어의 CEO 겸, 〈포보스〉 편집장. 저서, 『권력자들』, 『머니』 등.

네이선 루이스 Nathan Lewis. 통화 정책과 경제사 분야의 최고 권위자. 저서, 『골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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