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를 위한 새로운 생각의 틀」
이 책의 부제목은 「근대를 위한 새로운 생각의 틀」이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에서 기획하였다.
이 책은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1620년에 출판하였다. 출판 당시 표지에는 거친 파도가 치는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배가 그려져 있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명언을 이 책에서 표현하였다. 베이컨은 데카르트와 더불어 근대철학적 기반을 다진 사상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베이컨은 학문의 대혁신을 위해 1620년 『신기관』이라는 책을 썼다. ‘신기관’이란 무엇일까? 라틴어로 Novum Organum, 영어로 New Organ으로 ‘새로운 기관’, ‘새로운 도구’, ‘새로운 논리학’이라는 뜻을 갖는다. ‘기관’이란 화력, 수력 등 힘을 기계적 힘으로 바꾸는 도구나 장치를 말한다. 기계의 기관이 기계에 힘을 불어넣어 운동을 촉진하듯이 논리학도 인간의 정신에 힘을 불어넣어 사고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관’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신기관’이라고 한 것은 ‘새로운 기관’이라는 뜻이다. 수천 년 동안 커다란 영향을 미쳤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을 비판하기 위해서 ‘새로운 논리학’이라고 제목을 붙인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은 연역법이 주축을 이루었다. 연역법은 학문의 진보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낡은 기관’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베이컨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귀납법이 주축이 된 ‘새로운 논리학’을 만들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신기관』 즉 『신논리학』이다. 이 책은 베이컨의 핵심 사상을 담은 저작이다.
베이컨은 자연에 대한 관찰과 실험을 통해 경험적 자료를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귀납 추론을 통해 과학 이론이나 법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보았다. 근대적인 과학적 탐구의 방법론으로 귀납 주의를 제시한 그의 주장은 ‘전통적 과학관’을 세우는 기틀이 되었다. ‘전통적 과학관’이란 통상적으로 받아들이는 상식적 과학관을 가리킨다. 이에 따르면 과학 이론은 경험적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 지식이다. 과학 이론은 관찰과 실험을 통해 얻은 경험적 사실을 바탕으로 귀납법이라는 엄격한 추론 방식을 사용해 만들어진다.
우리는 여러 감각기관을 통해 보고 듣고 만지는데, 이렇게 얻은 감각적 경험은 확실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과학적 자료가 된다. 과학적 탐구에는 사적 의견, 편견, 선입견, 허구적 상상 등이 개입된 여지가 없다. 따라서 과학 이론은 객관적으로 증명된 지식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 과학관은 귀납적 방법을 중시하기 때문에 ‘귀납 주의’라고도 하며, 과학 이론이 객관성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에 ‘과학주의’라고도 한다. 이러한 과학관은 20세기 초반의 논리실증주의에 의해 체계화되었다. 이를 대표하는 학자로는 모리츠 슐리크(1822~1936), 루돌프 카르납(1891~1970), 앨프리드 줄스 에이어(1910~1989) 등이 있다. 이들은 러셀과 비트겐슈타인의 이론을 수용했으며 1920년대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주로 활동했기 때문에 ‘빈 학파’라고 불리기도 한다.
논리실증주의는 의미 있는 명제만이 과학적 지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과학적 지식이나 이론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논리성과 검증 가능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이론을 논리적으로 분석한 후에 이로부터 단순한 명제를 이끌어내고, 그다음에 그 명제를 관찰이나 실험을 통해 참, 거짓을 검증할 수 있다면 그 이론은 과학적 이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컨의 주장처럼 자연에 대한 순수하고 객관적인 관찰은 가능할까? 참된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편견이나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모든 배경지식이나 이해관계, 관심 등을 제거하고 순수하게 자연을 관찰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형태 전환과 관련된 그림이 있다.
이 그림이 무엇으로 보이는가? 어떤 사람은 오리라고 하고 다른 사람은 토끼라고도 한다.
토끼를 자주 본 사람은 토끼는 친숙하지만 오리는 거의 본 적이 없는 사람은 그림을 토끼로 볼 것이다. 반면 토끼를 본 적이 없지만 오리를 본 사람은 오리로 볼 것이다.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관찰자에 따라 그 사물에 대한 인식이 다를 것이다.
이처럼 기존의 경험이나 배경지식, 관심, 이해관계 등이 관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연에 대한 순수한 객관적 관찰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핸슨은 “본다는 것은 단순한 눈의 운동 그 이상의 행위다”라고 했다.
베이컨의 명언 “아는 것이 힘이다 (Knowledge is power)”라는 문구는 워낙 유명해서 모두에게 친숙하다.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베이컨은 “인간의 지식이 곧 인간의 힘이다. 왜냐하면 원인을 알지 못하면 어떤 효과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연에 복종함으로써만 자연을 복종시킬 수 있다. 지연을 관찰해 원인을 발견하면 그것은 인간의 행위를 할 때 법칙으로 활용할 수 있다.”라고 했다.
‘우상’이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상’은 영어로 ‘idol’인데 이것은 일상생활에서 여러 의미로 사용한다. ‘10대의 우상’, ‘민중의 우상’ 등, 이때 우상은 존경이나 숭배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말한다. 다른 의미도 있다. 기독교에서는 하느님 이외의 다른 신이나 물건을 숭배할 때 그것을 우상이라고 비판한다. 베이컨이 ‘우상론’에서 말하는 우상의 의미는 사물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가로막는 편견이나 선입견을 말한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관찰해 올바른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이러한 우상을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잘못된 학문을 개혁해 올바른 학문을 세우기 위해서는 우리가 이러한 우상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베이컨은 “인간의 정신을 포위하고 있는 우상에는 네 종류가 있다. 첫째, 종족의 우상, 둘째 동굴의 우상, 셋째 시장의 우상, 넷째는 극장의 우상이다. 종족의 우상은 인간 중심적 사고를 말한다. 동굴의 우상이란 각 개인의 특수한 기질이나 환경 때문에 생긴 개인적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리킨다. 동굴의 우상은 각 개인에게 있는 자신만의 동굴 때문에 발생하는 편견을 말한다. 시장의 우상은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상으로 잘못된 언어 사용 때문에 생긴 편견이다. 극장의 우상은 잘못된 철학 이론이나 잘못된 증명 방법 때문에 생긴 편견을 말한다.
이 책은 근대철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책 소개
『베이컨의 신기관』 손철성 지음. 2021.12.30. 한국교육방송공사(EBS). 186쪽. 13,000원.
손철성. 경북대학교 교수. 서울대학교 철학과 졸업. 같은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 『유토피아, 희망의 원리』 『고정과 논리적 글쓰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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