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

「내려놓음의 마음공부」

by 안서조

이 책의 부제목은 「내려놓음의 마음공부」이다.


카피는 “소유의 시대에 존재를 일깨운 스님 법정”, ‘비움으로써 나를 나에게 되돌리는 철학 에세이’이다.

법정 스님의 어록은 너무도 유명하다.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무소유가 아니고, 필요한 것만, 필요한 정도만 갖는 것이라는 법정 스님이 설파한 ‘무소유’라는 말에 매우 공감했다. 이 책을 읽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어야 하겠다.


이 책을 엮은이는 프롤로그에서


“나는 잘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점점 더 자주 찾아오는데, 그 질문에 답해줄 고요한 시간은 점점 사라진다. 현대인의 불안은 종종 ‘부족해서’가 아니라 ‘넘쳐서’ 생긴다. 할 일, 만남, 약속, 걱정, 기대가 한꺼번에 몰려오면 마음은 자연히 경직된다. 마음이 경직되면 작은 말에도 상처받고, 작은 일에도 과하게 반응하며, 관계는 쉽게 갈라진다. 법정 스님의 말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내 삶의 감각을 되찾는 일에 스님의 말을 곁에 두면,

몇 가지 중요한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첫째, 마음의 소음을 줄이는 능력이 생긴다.

둘째, 삶의 우선순위가 또렷해진다.

셋째, 관계가 ‘상대’에서 ‘나’로 옮겨온다.

넷째, 슬픔과 상실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 중심이 생긴다.

다섯째, ‘열심히’가 아니라 ‘제대로’ 사는 감각이 돌아온다.


삶이 정돈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마음이 차분해지면 관계가 부드러워지며 결국 삶이 단단해진다. 책의 제목이 말하듯, 고요는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자세이며, 단단함은 나를 지키는 힘이다.


책 중에서 기억하고 싶은 글귀


익숙함은 편하지만 오래 머물면 변하지 못한다. 그래서 가끔은 묻는다. 지금 선택이 나를 넓히는가, 어제를 복사하는가. 작은 실패는 흠집이 아니라 방향을 알려 주는 이정표이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갖게 된다는 것은 그것이 물질이든, 집이든, 혹은 가구든, 명예든, 그만큼 거기에 얽매인다. 소유의 대상으로부터 소유를 당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얻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지키느라 시간과 마음을 빼앗기곤 한다. 가진 게 많을수록 비교하고 관리해야 할 것도 늘어나 자유는 오히려 줄어든다. 기꺼이 놓을 수 있는 용기가 삶을 가볍고 단단하게 만든다.


물은 그릇에 맞춰 모양을 바꾸지만, 스스로를 깎지는 않는다. 우리도 고집만 세우기보다 상황을 보며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용서란 타인에게 베푸는 자비심이라기보다, 흐트러지려는 나를 나 자신이 거두어들이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내 삶의 기쁨은 무엇을 가졌는가보다 어디에 머물며 시간을 쓰는가에 달려 있다. 집착을 내려놓고 한 박자 멈춰 들을 때 표정은 부드러워지고 관계는 넓어진다. 마음의 문을 열고 가벼워진 그 자리에서야 비로소 곁에 있던 소중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 내가 겪는 불행이나 불운을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남을 원망하는 그 마음 자체가 곧 불행이다. 행복은 누가 만들어서 갖다주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만들어간다.


결국 한 생애에서 무엇이 남는가? 얼마만큼 사랑했는가, 얼마만큼 베풀고 나누었는가, 그것만이 재산으로ㅗ 남는다. 그 밖의 것은 다 허무하고 무상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은 무엇을 가졌는지보다 누구와 어떻게 지냈는지로 더 또렷이 기억된다. 큰 희생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고 주변을 살피는 작은 베풂을 반복할 때, 관계 속 신뢰와 따뜻함이 사라지지 않느느 흔적으로 남는다.


말과 행동은 결국 나에게 돌아오니, 불편한 일이 생기면 운명 탓보다 내 말투, 태도, 선택이 만든 파장을 먼저 점검해 보는 게 좋다.


순간순간의 삶이 얼마나 엄숙한 것인지, 정신이 번쩍 들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이 귀중한 시간ㅇ르 매 순간 어떻게 맞이하여 보내고 있는지 깊이깊이 살펴보아야 한다.


말을 되받아치고 싶을 때일수록 한 걸음 물러나면 상처를 덧내지 않고 상황을 더 정확히 볼 수 있다.

사람이 무엇 때문에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 것읹지, 그리고 순간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는 저마다 자신이 선택해야 할 삶의 과제다.


늙음은 나이보다 먼저 태도에서 시작되기 쉬워, 익숙함이 편해도 마음이 낡으면 하루가 금방 빛을 잃는다. 어제와 같은 일을 하더라도 “왜”와 “어떻게”를 묻는 힘이 남아 있으면 삶은 계속 움직이고, 흥미가 꺼진 채 버티기만 하면 내 안의 생각들이 굳어간다. 오늘 무엇에 마음이 반응했는지 살피며 나를 계속 알아갈 때 생기는 다시 돌아온다.


반드시 어떤 만남에 의해서만 인간은 성장하고도 형성된다. 그것이 사람이든 책이든 혹은 사상이든 간에 만남에 의해서 거듭거듭 형성되어간다. 사람은 스스로를 만든다기보다 만난 말과 책, 관계 속 경험에 의해 자주 다시 쓰이며, 좋은 만남은 가능성을 깨우고 불편한 만남은 약점을 끌어낸다.


하루에 많은 사람이 스쳐 가도 마음에 남는 만남은 몇 되지 않기에, 관계는 소유가 아니라 잠시 함께 지나간 시간의 결에 가깝다. 우리가 마주치는 인연이 때와 조건이 맞아 이어지는 시절인연이라 생각하면, 그 우연한 접점을 함부로 다루지 않아야 한다.


세상일이란 모두가 마음과 마음끼리 주고받는 메아리다. 미운 마음으로 보내면 미운 마음으로써 응답이 오고, 어진 마음으로 치면 어진 마음으로 울려온다.


주고받음은 계산이 아니라 서로를 살리는 리듬이라, 약속을 지키는 태도, 고마움을 말하는 순간이 그 균형을 만든다. 존경할 만한 대상이 없는 인생은 삭막한 인생이다. 자기 성장을 할 수 있는 발판이 이루어지 않는다.

스승 제자 간이든 연인 간이든 혹은 부부간이든, 한집 한 도량에 산다 할지라도 뜻이 같지 않으면 그 거리는 십만 팔천 리이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멀어지는 관계는 말투나 습관보다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가 어긋날 때가 많다. 그래서 관계를 이어가려면 감정만 맞추기보다 서로의 우선순위와 지키고 싶은 가치를 확인해 공통의 방향을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


인간에게 관계란 뭘까. 마주치면 아는 체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뿔뿔이 흩어진다.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날 기약도 없이. 관계의 거리는 생각보다 자주 바뀌어, 매일 보던 사람도 어느 날은 안부만 남기고 지나가곤 한다.

이를 붙잡기보다 잠시 같은 길을 걷는 동행으로 보면, 과한 기대가 줄고 말투와 태도도 부드러워진다.


우리는 늘 누군가의 말과 배려, 때로는 상처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며 관계의 영향 속에서 선택과 기분이 달라진다. 관계를 끊으면 편할 것 같지만, 빈자리는 다른 외로움으로 남을 수 있다. 그러므로 함께 산다는 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일임을 기억해야 한다.


왕이든 평민이든 가정에서 평화를 찾는 자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자기 집에 들어와서 평온한 분위기를 누릴 수 있는 자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누구와 함께 자리를 같이할 것인가. 유유상종, 살아 있는 것들은 끼리끼라 어울린다. 그러니 자리를 같이하는 그 상대가 그의 한 분신임을 알아야 한다.


침묵을 배경으로 하지 않은 언어는 사실상 소음이나 다를 바 없다. 하루에도 무수히 의미 없이 주고받는 우리들의 대화가 시장의 소음과 다를 게 무엇인가. 관계가 어두워질 때는 상대가 부족해서라기보다 내가 지치고 불안해 마음의 여유를 잃고 말이 차가워지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내 안의 따뜻함을 먼저 회복해, 상대의 실수도 이해하며 대화의 문을 닫지 않게 해야 한다.


산다는 것은 고통을 당하는 것이고, 살아남는다는 것은 고통을 당하는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 일이다. 삶에 무슨 이유가 붙을 수 있겠는가. 삶 그 자체가 신성한 목적인데.


해는 지는 해가 좋고 달은 떠오르는 달이 좋다. 지는 해와 떠오르는 달은 저마다 그 나름의 우주의 신비를 머금고 있다. 그러나 떠오르는 해는 너무 눈부시고 지는 달은 여운이 없다.


우리는 누구와, 무엇의 곁에 오래 머무느냐에 따라 얼굴과 말투, 생각까지 달아 감다. 늘 서두르는 것들 속에 살면 마음도 날카로워지고 세상까지 재촉하게 된다.


가치와 신념은 거창한 말이 아니라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울지, 피곤해도 사소한 약속을 지킬지 같은 짧은 선택에서 드러난다. 스승이라 하면 위인을 떠올리지만, 정작 나를 바꾼 건 친구의 한마디, 묵묵히 버티는 부모의 뒷모습, 해마다 같은 자리에 피는 나무와 꽃이었을지도 모른다.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힘은 말을 잘하는 데서가 아니라, 옳다고 믿는 것을 오늘 한 번이라도 몸으로 실천해 보는 데서 나온다.


책 소개

『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 권민수 엮음. 2026.02.25. 리텍 콘텐츠. 288쪽. 19,500원.

법정 法頂(1932~2010).

전남 해남 출생. 1954년 출가. 불교신문논설위원, 주필. 동국역경원 편찬부장 등 역임. 저서, 『버리고 떠나기』, 『오두막 편지』, 『산방한담』 등.


권민수. 역사 콘탠츠 전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