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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Jun 15. 2022

임철우 소설 ‘돌담에 속삭이는’

제주 4.3에 관한 소설

작가가 제주도에 이주해 와서 살면서 쓴 소설이라고 해서 읽었다.  


책 제목에서 제주도를 상징하는 ‘돌담’이 나오길래 제주도의 상징적인 사건을 다루는 내용이라고 짐작했다. 그 짐작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제주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근대사 4,3 사건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제주 4,3 사건은 1948년 4월 3일 제주도에서 공산주의자들이 경찰관서를 습격하면서 발생하여 1958년 종결되는 과정에서 10 년 동안 제주도에 인명과 재산, 자연환경까지 엄청난 피해를 끼친 사건이다.


외형적인 것은 그렇지만 내용적으로 한반도 남한에 정부를 수립하는 총선을 반대하여 정부 수립을 무산시키기 위한 소련과, 북한의 지령에 의한 것임이 관련 자료에 의해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무고한 양민들이 양쪽 진영에 의해 피해를 입은 제주도의 비극이다.


제주도민는 거친 해양성 기후와 잦은 왜구의 침입 등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왔다.

탐라국으로 유지해오던 독립적인 존재가 반도의 속국으로 바뀌면서 고려와 조선 시대 변방으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유배지인 제주에서 토착민은 수탈과 외부의 침입 –반도인이든, 왜구든, 몽고인이든-에 의해 생사의 기로에 서는 너무도 극심한 피해를 당한 삶을 살아오면서 배타적이고 경계심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제주 4,3 사건도 도민들의 의사에 의해 결정된 것보다는 중앙정부에서 제주도민이 정서를 외면한 무력 진압을 결정하고 군이 투입되면서 함께 온 서북청년단 등에 의한 양민의 피해가 컸다.     


 제주도는 자체 군사력이 없었다.

고려 때 몽고의 지배를 100여 년 받았다. 몽고의 억압과 착취는 토착민들에게 한을 품게 만들었다.

제주도에서 가장 심한 욕은 “몽곳놈의...”이다.

지금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1970년대까지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이 책에서 4,3 사건의 피해로 어린 나이에 사망한 ‘몽이’가 화자로 등장한다.

이 책을 읽기 바로 전에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었다.

현대적 의미에서 “역사는 사료를 통해 과거를 복원하는 작업이다.

그렇지만 단순하게 과거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역사는 아니다. 인간과 그를 둘러싼 사회와 환경 등에 대한 탐구를 통해 진리를 찾고자 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다.”라는 말에 동의한다.


작가가 이 책에서 제주4,3에 대한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것에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제주에서 4,3은 너무도 심각한 트라우마다.     


소설은 이야기다. 이야기를 읽는 독자가 내용을 쉽게 이해하는 것이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제주도 방언은 오랜 세월 형성된 특이한 언어다. 내용 중 제주도 방언이 몇 개 등장한다.

제주도민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제주방언에 생소한 사람은 난해 한 말이 될 수 있다.

 “몬딱(148쪽)”이라는 말도 제주방언이다.

전체 문맥으로 이해에 어려움은 없겠지만 주석을 달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세월이 흘러 후대에서 이 책을 읽고 제주 4,3에 대한 오해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책을 읽고 나서,

내 생각을 피력해봤다. 내가 당한 피해가 낮인지, 밤인지에 따라 생각이 극단적으로 편향될 수 있다.

연좌제, 공산주의, 민주주의 다툼 속에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오로지 생계를 꾸려온

4,3 사건 당시 제주도민들의 삶 속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후손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당시와 지금까지 제주에서 살아오고, 살아가는 제주인의 속마음을 잘 알고 이야기하길 바란다.    


책 소개

돌담에 속삭이는. 임철우 저. 2019.06.25. ㈜현대문학. 11,200원. 239쪽.

임철우 : 1954년 완도에서 태어났다. 전남대 영문과 졸업. 1981년 [서울신문]으로 등단. “아버지의 땅”, “붉은산” 등 저술. 대산문학상, 단재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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