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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오 Mar 11. 2023

통과

통과 중인가요, 아니면 통과했나요?

'통과했다'는 말처럼 들었을 때 기분이 긍정적으로 변할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변할 수도 있는 단어는 흔하지 않다. 통과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상황'에 따라 기분도 극과 극으로 바뀐다. 


'통과'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1. 어떤 곳이나 때를 거쳐서 지나감.

2. 멈추었다가 가도록 예정된 곳을 그냥 지나침.

3. 검사, 시험, 심의 따위에서 해당 기준이나 조건에 맞아 합격함.


예를 들어, 3번 의미처럼 어려운 시험을 치렀는데 이후 '통과했다' 는 말을 들으면 무척 기분이 좋을 것이다. 시험에 합격했다는 뜻이니 당연히 기쁘고 보람될 것이다. 하지만 2번 의미와 같은 '통과한다'는 말을 듣는다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서울역에 정차하려는 기차를 타고 가는데 '통과한다' 는 말을 들은 경우가 바로 그렇다. 서울역처럼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역을 왜 그냥 지나가느냐며 여러 사람들이 항의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1번 의미로 '통과한다'는 말을 듣는다면 과연 기분이 긍정적으로 변할까, 부정적으로 변할까. 어떤 장소를 지나서 다른 곳으로 간다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 같긴 해서 판가름하기 어렵다. 그 경우 앞에 나오는 단어에 따라 그 뜻이 천차만별로 바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통 가운데를 통과한다' 는 말을 듣게 된다면 어떨까. '고통'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부터 마음이 답답하고 숨이 턱 막히면서 상상만 해도 힘들다는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고통이나 아픔, 슬픔 같은 감정은 모두 '통과 중' 이라는 말을 듣는 것도 괴롭다. 타인이 그렇다는 말을 들어도 힘들지만, 자기 자신이 그런 감정의 가운데를 '통과 중' 이라고 한다면 훨씬 더 괴롭고 아프고 힘들다. 그렇긴하지만 이러한 고통이나 아픔, 슬픔 같은 감정을 모두 '통과했다' 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으로 변하게 되면, 훨씬 더 성숙하고 단단해진 마음가짐이나 태도, 생각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어쩌면 그렇게 한 사람이 단단해지도록 하기위해 일부러 고통이 그 사람을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부디 행복한 시간을 통과 중인 분들이라면 그 시간을 오랫동안 누리시길 바란다. 또 불행한 시간이나 사건을 통과 중인 분들이 있다면, 부디 그 시간이 빠르게 '통과'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통과했다' 고 기쁜 얼굴로 말할 날이 다가오기를 바란다.  나 역시 하루빨리 내 어려움을 '통과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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