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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오 Mar 08. 2023

피의 힘

 사슴피를 먹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사슴 농장에 가면 신선한 피를 마실 수 있다면서 나에게 같이 가겠느냐고 물어본 사람도 있다. 사슴피를 마시면 힘이 불끈 난다는 게 권해준 사람의 이야기였다. 직접 마셔본 적은 없으니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각종 효능이 있다며 사슴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피는 꼭 동물에만 국한되어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고로쇠나무를 베었을 때 나오는 고로쇠수액도 나무의 피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풍당이라고 하여 약수로 마신다고 한다. 특히 지리산 기슭의 것을 최상으로 여겨 봄이 될 때쯤에 지리산에 가보면 고로쇠수액을 채취하기 위한 여러 물통(?)이 나무마다 달려있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고로쇠수액은 나도 마셔보았는데 제법 달짝지근했던 기억이 난다. 나무가 잎을 달기위해 뿌리에서부터 끌어올리는 물이니 당연히 영양가도 풍부하고 좋을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여러 종류의 '피'에는 각종 효능이 있으며, 사람에게 이로운 점이 많아 보인다. 자연스럽게 '피에는 힘이 있다.'는 말에 믿음이 간다.




사람의 몸에 흐르는 피에도 힘이 있다. 한 사람이 헌혈을 통해 기증한 피는 수혈받는 사람에게 매우 소중한 생명줄과 같다. 사실 헌혈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차피 그날이 지나면 일부 사라질 피를 조금 기증한 것이다. 그런데도 그 피가 있기 때문에 각종 외과 수술을 비롯한 여러 의료 현장에서는 또다른 사람이 목숨을 건진다. 얼마 전 지인이 헌혈을 했다며 자랑을 했다. 그 피가 소중한 곳에 쓰여졌으면 좋겠다며, 또한 자신은 헌혈을 통해 봉사시간을 인정받아서 좋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피의 힘을 믿는 그 모습이 무척 보기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이 쓰렸다. 나는 먹는 약이 있어 헌혈을 하고 싶어도 지금 당장은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먹는 약을 끊을 수만 있다면 끊어버리고 피의 힘을 느끼기위해서라도 헌혈을 해보고 싶다. 그 날이 어서 다가와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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