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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오 Mar 14. 2023

자동완성

이런 세상이 온다면

얼마 전부터 유행하는 어플이 있다. 실은 예전부터 유행하던 어플이지만 내가 최근에 알게 되었을 뿐이긴 하다. 바로 '노인어플' 이다. 이 어플에 사진을 업로드하면 여자의 경우 남자 버전 사진을 볼 수 있고, 나이들었을 경우를 가정한 사진도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보니 디즈니 버전으로 사진을 변형시키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현실감있는 변형 사진을 보고 싶어하는 수요가 많은 듯하다. 나중에는 어쩌면 여자와 남자 사진을 업로드하면 그 사이에서 태어날 아이 사진을 예상해서 보여주는 어플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연예인 사진을 합성해서 2세 사진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평범한 사람들도 재미로 그런 사진을 뽑아보려 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세상은 점점 더 자동적으로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는 '자동완성' 형으로 변화한다. 조금이나 일부만 입력하면 전체 모습을 보여주는 자동완성부터 미래 예측형 자동완성 까지 자동완성의 범위도 다양하다. 예전에 카카오톡으로 문장을 적을 때 자동으로 추천 단어가 뜨는 것을 보고 무척 신기해 했었다. 사람들이 많이 작성하는 단어 또는 내가 자주 작성하던 단어가 추천 단어로 등장했는데, 그 원리를 모르기 때문에 더 신기했었다. 실은 지금도 카카오톡을 사용하면서 '추'라고만 적어도 '추임새', '취나물' 등의 단어가 뜨는 것을 본다. 이 단어들을 내가 그렇게 많이 사용했었나 싶기도 하면서 어떻게 아는 거지? 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글을 쓸 때나 재미로 보는 사진에서만 자동완성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대화할 때도 자동완성이 되어 다른 사람들의 귀에 들린다면 무척 재미있겠다. 예를 들어 미리 '안 물어봤음. 안 궁금함.'이라는 문장을 입력해놓고, 어떤 사람이 '안 물' 까지만 말하면 그 사람의 목소리로 '안 물어봤음. 안 궁금함' 이라고 뒤의 말까지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는 식이다. 그렇게 된다면 말하는 사람은 '안 물' 까지만 말하면 되고, 듣는 사람은 '안 물어봤음. 안 궁금함.'이라는 모든 말을 다 들을 수 있으므로 편리하겠다. 또한 굳이 줄임말을 사용해서 대화를 이어나갈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왜냐하면 줄임말을 쓰는 것은 긴 단어를 다 말하기 귀찮기도 하고, 줄임말이지만 알아들을 수 있어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편하기 때문에 줄임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줄임말을 사용하려다가도 '추천 단어'로 줄이지 않은 원래 단어를 금세 말할 수 있다면, 굳이 줄임말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물론 이렇게 했을 경우 말이 헛나오지 않도록 어떤 '모드'로 바꿨을 때만 이렇게 말이 나오게 해야할 것이다. 이름을 붙이자면 줄임말이 아니므로 '펼친말 모드'라고 부를 수 있겠다. 




바르고 고운 우리 말을 쓰자고 우리나라에서도 캠페인을 많이 한다. 특히 젊은 층으로 갈수록 줄임말로 우리말을 '파괴'한다는 탄식이 나오기도 한다. 바르고 고운 우리말을 강제로라도 쓰도록 하기 위해 실제로 '펼친말 모드'를 사용하라고 이런 발명품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이 그 발명품을 머리에 달고 다닌다면 무척 불편할 것이다. 그러니 이런 발명품을 누군가가 개발하려 들기 전에 나부터도 줄임말보다 펼친말을 사용하는 습관을 들여 봐야겠다. 오늘은 이미 '내배카' (내일배움카드의 줄임말)를 사용했고, 내일부터 꼭 실천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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