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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오 Aug 04. 2023

아직 생기지도 않은 내 아이에게(4)

데이트는 마음이 편안한 사람과 하렴

안녕, 아가야! 엄마란다. 오늘은 엄마가 그동안 데이트를 해보면서 느꼈던 점과 엄마의 소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


엄마는 이제까지 남자친구였다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을 몇 명 못 만나봤단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 첫째로 엄마가 제법 보는 눈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라는 점과 둘째로 엄마는 엄마에게 만나보자고 하는 남자들의 단점을 먼저 찾아봤기 때문이었단다.


첫째로 꼽은 엄마가 보는 눈이 까다로웠다는 이야기를 먼저 너에게 해줄게. 엄마는 20대때 몇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내 심장을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나쁜 남자보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착한 남자가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래서 30대때 처음으로 배우자 기도를 하게 되었을 때도 다른 것은 하나도 바라지 않고,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과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고 싶다고 기도했었지.


그러던 중 엄마는 30대 중반에 자차를 가진 남자를 한 명 알고 사귀게 되었어. 그 남자는 나중에 생각해보니 허세가 꽤 많은 사람이었단다. 예를 들어, 자신의 집안에서 자기를 조금 도와준 걸 가지고 집안 전체가 자신이 잘 되도록 도와준다고 말하곤 했지. 여기까지는 괜찮았는데, 나중에는 자기네 집은 그렇게 도와주는데 엄마네 집은 도와주는 게 없어보인다며 엄마를 무시하기도 했지. 그게 싫어지면서 차츰 마음에서 멀어져버렸던 남자분이었단다. 마음에서 멀어지니 점점 그 남자분을 만나는 게 두렵고 싫어지더라. 그 남자분과 오래 같이 있고 싶지도 않게 되었고 말야. 


여기서 엄마는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단다. 우선 허세가 너무 심한 사람은 그 허세때문에 상대방을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 다음으로 제일 중요한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을 만나야겠다는 거였단다. 사실 그 남자분을 만나면 처음에는 마음이 편해서 만났는데, 뒤로 갈수록 마음이 불편해졌거든. 그래서 엄마는 기도 내용을 수정했단다. 날이 갈수록 엄마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과 연애하고 결혼하게 해달라고 말이지.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엄마의 이 기도 제목은 제법 이루기 어려운 기도였던 것같단다. 그러니 엄마가 아직까지도 결혼을 못하고 이름 앞에 미스 자가 붙는 것 아니겠니. 그 바람에 사랑하는 너와 만나보지도 못하게 되었고 말야. 하지만 엄마는 앞으로도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과의 연애와 결혼'이라는 기도 제목을 놓지 않을 생각이란다. 엄마가 예전에 우울증을 앓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지? 그때부터 엄마는 이 병을 이해해주고 엄마의 약점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거든. 그러다보니 결론이 마음 편하게 해주는 사람과 만나는 것이 엄마의 목표, 라는 게 되었구나. 


엄마는 네가 딸이든, 아들이든 상관없이 너도 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과 만났으면 좋겠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마음을 요동치게 만드는 사람과의 연애는 만날 때는 즐거워도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들지. 그건 결코 너의 정신 건강에도, 실제 너의 육체적인 건강에도 좋지 않단다. 그러니 마음을 들었다놨다하는 나쁜 남자 또는 나쁜 여자와의 로맨스를 꿈꾸지 말고, 마음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과의 안정적인 로맨스를 꿈꾸렴. 그것처럼 너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만남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야.


이크, 오늘도 글이 길어지는 구나. 이제그만 마무리할게. 잘 지내고, 나중에 꼭 만나자.

너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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