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저희 동네에는 제비가 살았습니다. 제비 부부 한 쌍이 둥지를 베란다 창문 맨 위에 만드는 모습은 정말 신기함 그 자체였습니다. 한번은 우리 집에 사는 제비 부부 말고 다른 제비 한 마리가 그 둥지 안에 몰래 들어왔던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알았냐고요? 저희 집 제비 부부가 난리가 나서 그 제비를 쫓아내는 모습을 보고 알았더랬습니다.
몇 주가 지나면서 암컷 제비인 듯한 제비는 계속 둥지 안에 앉아 있었습니다. 남편 제비는 계속 근처 전깃줄에 앉아 찾아오지 않는 천적을 경계하며 망을 보았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기특하던지. 생각같아서는 지렁이라도 한 마리 잡아주고 싶어서 땅을 헤집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새끼 제비들, 그 올망졸망한 것들이 태어나고 어찌나 시끄럽던지.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그 새끼 제비들을 보는 낙으로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옆집 고3 이었던 수험생 오빠와 그집 아주머니는 제비들이 운다면서 시끄럽게 군다고 뭐라고 뭐라고 항상 중얼거리셨지만 말이지요. 저에게는 그 새끼 제비들의 울음소리와 아침마다 제비들의 지지배배 하는 노랫소리도 듣기 좋은 소리였습니다.
등은 까맣고 배는 하얀데 부리는 또 노란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쁘고 귀여웠는지 모릅니다. 참 신기했던 건 제가 보기엔 그 제비가 그 제비인 듯한데, 그들 세상에서는 구별하는 방법이 있다는 거였습니다. 부부 제비는 자신들의 짝을 금새 알아보았고, 새끼 제비들도 자신의 어미를 알고 따라다녔습니다.
심지어 동네에는 이런 말도 떠돌았습니다. 저 제비들은 자기 집에 사는 사람을 알아본다고. 그래서 아침에 자기 집에 사는 사람이 나가면 제비가 따라나와서 장난을 친다는 거였습니다. 실제로 비가 오고 그 다음날 아침에 제가 학교를 가려는데 제비 한 마리가 제 머리 위를 쓰윽 지나가더니 흙바닥에 고인 물을 발로 휘익 차는 시늉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제비가 당시 저희 집 제비가 아니였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추측일 뿐이지만 말이지요.
그러다 제가 고1이 되던 해에 동네의 많은 집들이 집을 새로 지었습니다. 신축 빌라로 바꿔서 주거환경을 개선시켜야겠다는 말이 많이 돌던 때였습니다. 신축 빌라 바람은 저희 동네에 특히 거세게 불어서 많은 제비 집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제비 둥지가 있던 집 자체가 사라져버렸으니 저 역시 제비 둥지를 지켜줄 수 없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이후로 제비는 단 한 마리도 저희 동네에 얼씬거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 원앙새가 많이 날아들었다고 합니다. 어디서 그렇게 갑자기 많은 새가 날라온건지 알 수 없다고 뉴스 기사로 보도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보니 예전 저희 동네에 살던 제비들은 과연 어디로 갔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제비들은 또 새끼를 키우기 위해 어디론가 날아갔겠지요? 부디 그곳에서는 제비 둥지가 사라지는 일없이 매년 제비들을 격하게 반겨주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