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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채 Aug 24. 2023

자, ‘60대 이상’분들만 쇼츠 만들기 해볼게요

어르신들과 쇼츠 만들기 1


영화 전공생이라 가끔 영상 강의 알바가 들어온다.


이번에 맡게 된 수업은 '60대 이상 어르신들과 유튜브 쇼츠 만들기'다. 주로 청소년 대상으로 영상 만들기 수업을 했던 나는 60세 이상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은 처음이었다. 나와 적게는 34살부터 많게는 48살까지 나이 차이가 났다.


수업 대상보다 새로웠던 건 제안받은 수업 방식이다. 기관 담당자님께서는 단순한 강의 위주 수업이 아니라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선생님이 이끌지 않고 참여자들이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게 이 수업의 목표였다. 편집 프로그램 기술을 알려주거나 영화 제작 워크숍 등, 특정한 절차가 있는 수업만 해봤던 나는 항상 자유로운 수업에 목말라 있었다. 흔히 말하는 예술 교육이랄까.



유행하을 따라가기 위해 고민하기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돌아보는 데 더 시간을 쏟고,

사람들이 집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가벼운 마음으로 많이 제작할 수 있게 쇼츠를 만들고,

누구 부모, 할머니 할아버지, 노인으로만 불렸던 분들이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나의 일상이자 역사를 써 가는 수업을 만들고 싶다,는 거창한 생각을 했다.



수업 첫날, 긴장되는 마음으로 강의실에 1시간 일찍 도착했다. 한두 분씩 들어오시는데 서로 반갑게 인사하시고 말씀을 많이 나누셨다.


아시는 분이세요?

아니, 몰라. 그냥 있으니까 인사하는 거지.

저분 명찰도 가져다줘야겠다.


청소년 수업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나 또한 같이 수업을 듣는다는 이유로 먼저 인사하거나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 보통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보고 있다. 옆에 사람이 앉아도 의자만 살짝 비켜줄 뿐이다. 마주치는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당연한 마음, 기꺼운 맞이가 참 오랜만이었다.


한 분은 들어오시자마자 여기서 점심을 주는지 물어보셨다. 아니라고 말씀드리니, 그럼 이곳에 구내식당이 있는지 물어보셨다. 구내식당도 없다고 하니 그럼 점심을 어디서 먹는지 궁금해하셨다.


1시에 수업이 끝나면 점심이 너무 늦어요.

여기 앞에 노인복지관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12시 50분에 배식이 끝나.


아차 싶었다.

나는 9시쯤 아침을 먹으니까 1시가 점심시간으로 적당했지만 이분들은 1시면 늦다. 상의 끝에 복지관 점심 배식 마감에 맞춰 수업을 12시 30분까지 끝내기로 했다.


대신 수업 시작도 10시에서 9시 30분으로 30분 더 일찍 당겼다. 9시 30분보다 더 일찍 수업할 순 없는지 물어보셨는데 내가 멀리 살아서 (자야 돼서) 그건 어렵다고 말씀드렸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특별한 자기소개 시간을 준비했다.

바로 30초 숏 자기소개다. 쇼츠 길이처럼 짧은 시간을 체감하기 좋겠다고 생각했다.


룰은 두 가지다.

30초 안에 나를 소개해보기,

다른 사람과 겹치지 않을 나만의 소개 말하기.


화면에 스톱워치도 띄웠다.

갑자기 공기가 싸늘해졌다.

30초는 못하겠어. 머리가 하얗네. 그냥 해요.

부랴부랴 스톱워치도 없애고, 편하게 소개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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