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한 Oct 15. 2024

러블리 알마티(카자흐스탄 여행기 6)

6. 길고 긴 하루

여행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게 생각대로 일이 착착 진행되면 뭔가 밋밋하고 맛이 없는 여행이 되는 것 같다.

그때 당시에는

힘든을일이 생겨 기분도 언짢고 가끔은 화도 날 때가 있지만  그런 일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재미도 느끼고 더 기억이 될 만한 여행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이번일을 정말 큰 시련이었다. 어떻게 유명한 예약사이트에서 예약한 숙소가 한마디 말도 없이 취소가 된다 말인가?

하지만 짜증만 내고 있을 수는 없었다. 금쪽같은 나의 시간들을 그렇게 흘려보낼 수는 없는 법.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생각에 잠겼다.

마침 패스트푸드점이 옆에 있어서 그곳에서 땀도 식히고 저녁도 해결하면서 다시 머물 호텔을 찾으려 했다. 휴대폰 배터리도 어느덧 경고음이 울리던 시점이라 충전도 필요했다. 그동안 난 여행할 때 보조배터리를 챙기지 않았다. 밤새충전을 마치고 오전에 나갔다가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숙소로 들어와 낮잠을 자는 동안에 충전을 하기 때문에 특별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패스트푸드점에는 충전기를 꽂을 콘센트가 없었다. 아~이런!!!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빨리 숙소를 예약하고 택시까지 잡아 그곳으로 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새로 찾은 호텔. 6박 7일 동안 머무는 고마운 곳)


일단 현재 내 위치를 확인한 뒤 최대한 가까운 곳에 있는 호텔을 예약하기로 했다. 숙소의 컨디션이 좋고 안 좋고는 문제가 아니었다. 빨리 예약을 마치는 게 급선무였으니까~

다행히 1단계는 해결. 어느덧 배터리는 5퍼센트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정말 난감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휴대폰이 꺼질 것에 대비해 펜과 종이를 꺼내 재빨리 호텔 주소를 적었다.

그리고 얀덱스 어플을 통해 택시를 부르기 시작했다.

흠~그런데 택시가 또 안 잡힌다. 다른 사람들을 다들 잘 이용을 하던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마침 근처 놀이터에 아기 엄마처럼 보이는 카자흐스탄 사람이 보였다. 영어와 짧은 러시아어를 총동원하여 도움을 요청했고 그분은 너무나도 친절하게 나를 대신해 택시를 잡아줬다. 정말 진심으로 고마웠다.

몇 분을 기다리니 택시가 도착했다. 몇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택시에 올라탔다.

그렇게 힘들고 힘들게 공항탈출에 숙소문제를 해결하고 내 방으로 들어선 순간~

그제야 안도의 한숨과 함께 온몸의 기운이 쫙 빠지기 시작했다.


꼬여도 너무나 꼬여버린 첫날이었다.  오후에 도착해 가벼운 관광도 생각했었는데 하늘은 어느새 어둑어둑해지기까지 시작했다. 너무 지친 나머지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원래 도착하자마자 짐을 정리하고 가져간 옷들도 구겨지지 않게 옷장에 넣어두는 게 첫 번째 할 일이었지만 모든 걸 다 생략해 버렸다.

입맛까지 잃어버렸지만 뭐라도 먹고 기운을 내야 하기에 호텔 근처의 식당을 저녁을 해결했다.


(우즈베키스탄 식당에서. 첫날의 만찬)


도착 첫날

알마티의 야경이 보고 싶었다.

우리의 서울 N타워(남산타워) 같은 콕토베에 가면 알마티의 전경을 감상할 수가 있다. 호텔에 들어가 카메라와 짐을 챙겨 나오려는데 이건 또 무슨 일이람.

미친 듯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마치 장마처럼.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듯 너무나도 시원하게 비를 퍼부어댄다. 아~오늘은 진짜 되는 게 없구나.

이런 날은 정말 어쩔 수가 없다. 그냥 하늘의 뜻인가 보다 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수밖에.

모든 계획이 틀어진 첫날. 그래도 내일이 있으니~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되길 바라며 그렇게 침대 위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작가의 이전글 러블리 알마티(카자흐스탄 여행기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