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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산 Jun 09. 2023

한시의 매력

한시는 동양화다(교단 일기)



 한자는 뜻글자이기에 한시는 20자나, 28자 만으로도 깊은 심상을 담고 커다란 우주도 그릴 수 있다. 시를 읽은 후의 여운도 깊다.

  원래 시를 좋아하던 터라, 한시의 맛도 참 좋아한다.

단지 몇 글자로 깊은 산, 계곡물, 산새 소리뿐만 아니라, 우국충정, 애가 끓는 연심도 담는다.

세상에 욕심을 버린 어느 선비와 그저 그리운 마음으로 깊은 산속의 그를 찾아가는 담담한 발걸음, 그리고 그리운 이를 만나지 못해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그리운 이를 닮아 위로를 받는 듯한 가도의 시를 가르치며 담담하게 펼쳐지는 시상에 젖는다.

교학상장이라고, 특히 한시는 가르칠 때마다

 이전에 알지 모한 깊은 뜻을 새롭게 깨닫고 배운다.

 어느 해인가 학생들에게 한글로 스무자 정형시, 언문풍월을 짓게 했는데 제법 멋진 작품이 나왔다.

 아쉽게도 그때 작품을 모아두질 않았다.

 아이들은 방법만 알려주면 항상 어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재작년 나도 머릿속으로 그리기만 하며 계획서를 쓰게 하고 한문 가사가 있는 뮤비 만들기를 시켰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이번에도 기대된다.

가야산과 소백산에서 찍은 사진을 배경으로 만든 한시낭송 동영상 만들기 견본을 보여 주었으니 학생 작은 분명 청출어람이리라.

 학생들은 교사와는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사람들이기에 교사가 가르친 것을 자기의 창의적 배움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나의 시 낭송 영상을 보여 주었더니 또렷한 목소리로 시 낭송을 하며 한시 낭송에 재미를 붙인 학생도 있다.

 한글 시가 정서에 주는 좋은 영향 이상으로 한시의 맛은 음과 뜻에서 느끼는 간결함과 깊이를 느끼게 한다. 화선지에 한시 시화 작품을 만들게 했더니 인쇄된 글자를 보는 것과 달리 학생들은 한자를 친근하게 느낀다. 한문도 다른 교과처럼 한문 전용 수업 교실이 있으면 좋겠다.

 한자 교과 자체가 없어지는 학교도 있는 상황에서 욕심일 수 있겠으나 이 풍요로운 환경에서 거칠어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줄 수 있는 것이 바로 한시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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