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캘린더

[연재 소설] 12. 7월 20일 교통사고

by 아드리아나

12. 7월 20일 교통사고


캘린더 20일 일요일에 ‘교통사고’라 되어 있으니 이 날은 운전하면 안되겠다 생각했다.


일요일, 주말마다 하던 연구도 끝나고 해서 석고가 되어 가는 몸도 좀 풀어볼 겸 마당에 있는 풀도 뽑고 화단을 정비하기로 했다. 센터에서도 집에서도 온종일 앉아서 컴퓨터 작업만 하다 보니 목은 어느덧 거북목이, 몸은 뻣뻣하게 굳어서 석화목처럼 되어 가고 있었다. 가뜩이나 뻣뻣한 몸이 더 단단하게 굳어지는 느낌이라 감정마저도 그럴까 걱정되었다.


모처럼 화단에 풀을 뽑고 있는데 아주 가끔씩 나타나 나를 놀라게 하는 도마뱀이 또 나타났다. 그 녀석이 그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녀석은 우리 화단에 살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처음에는 혼자 뒤로 자빠질 만큼 놀랐으나 지금은 이 조그만 녀석이 귀엽기까지 하다.


‘해치지 않으니 도망가지 않아도 돼’... 언젠가부터 내가 자주 하는 혼잣말이다. 꿩이 나타날 때도, 정말 빠른 야생 족제비가 나타날 때도, 오늘처럼 도마뱀이 나타날 때도... 나는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잔디 속에 몰래 숨어들었던 잡초들도 뽑고 지난번 감당 못 할 수풀처럼 무성하게 자란 깻잎들을 뽑다가 남겨둔 깻잎도 모두 정리했다. 그거 조금 했다고 뿌듯함만큼 땀이 한 바가지 흘러내렸다. 언제 이렇게 짙은 여름이 곳곳에 스며들었을까?


어스름해져갈 무렵에 쓰레기들을 모아 20리터 가득 채우고 집을 나섰다. 클린하우스까지는 1.4km 정도여서 보통 때는 차를 타고 나갔다. 그런데 오늘은 캘린더 교통사고가 신경 쓰여 지름길로 보이는 곳으로 걸어갔다. 처음 걸어가 보는 길이었다.


내가 사는 곳이 시내에서 떨어져 있는 한적한 시골이라 가끔씩 반려견 산책시키거나 걷기 운동하는 사람들이 보이곤 했는데 오늘 골목길 같은 이 길은 겨우 차 한 대가 지나갈 정도의 길이었고 차는커녕 걷는 사람도 없었다. 포장도로 같은 비포장도로라 걷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이런 곳에 귤밭이 아닌 녹차밭이 있었다니... 전혀 몰랐다. 제법 규모 있어 보이는 싱그런 녹차밭 끝 쪽으로 카페처럼 보이는 예쁜 집도 한 채 있었다. 모든 신경과 시선이 녹차밭에 집중해 있는데 뒤에서 자전거 한 대가 터덜터덜 거리며 오고 있었다. 나는 낮은 돌담 가장자리로 바짝 비켜섰다.


자전거 운전자는 생각지 못했던 사람이 있어서 그랬는지 앞에 있던 돌부리를 피하다 그랬는지 심하게 흔들리는 핸들을 붙잡고 어어어~~~ 소리 지르며 더 이상 피할 곳 없는 내게로 돌진하다 바로 코앞에서 꽈당! 넘어졌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정확하게 모르겠으나 자전거가 넘어짐과 동시에 날아온 작은 돌이 정강이뼈 정중앙을 딱! 소리가 날만큼 강타했다. 나도 모르게 악! 소리를 질렀다. 정말 아팠다.


“아이고,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다친 곳은 없어요?” 자전거 운전자가 일어서며 물었다.

“아, 네! 저는 괜찮습니다. 괜찮으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운전자는 자전거를 일으켜 세우고 몸을 탁탁 털더니 다시 슬슬슬 자전거를 끌고 앞으로 먼저 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서야 돌 맞은 정강이를 살펴봤다. 약간의 피가 흘러내리기는 하나 괜찮았다. 이 정도면 집에 가서 약 바르고 밴드를 붙이면 될 것 같았다. 흉터만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통사고 피하려 신경 썼더니 이런 일이 생겼구나 싶었다. 가벼운 상처로 끝나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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