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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소설] 14. 9월 13일 반백 살 향후 50년을 위한 여행

by 아드리아나

14. 9월 13일 반백 살 향후 50년을 위한 여행


지난 8월에 중요한 결정을 하고 나니 마음이 여유롭고 편해졌다. 그래서 마지막 보라색 선물인 9월 여행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온갖 상상을 하면서 고민했다.


‘지난 50년 수고했다. 향후 50년도 잘 부탁한다. 에너지 넘치게 살아보자!’ 고민 끝에 나는 드디어 13일에 나의 숙원이었던 노르웨이행 티켓을 끊었다. 비록 한달살기는 아니지만 10월 1부터 10일까지 열흘간의 일정이다.


미약한 나의 시작을 위한 새로운 도전의 의미에서 나 혼자만의 여행이다. 패키지도 아닌 혼자서 10일간의 여행은 처음이다. 설레고 기대가 되기도 하지만 ‘처음’이라는 것은 항상 서툴고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두려움이 앞선다.


지난 봄 번지점프가 기억났다. 진경이는 처음부터 포기했고, 무섭다던 곰팅은 너무나 멋지게 비행했다. 단번에 뛰어내릴 수 있다고 호기롭게 장담하던 나는 막상 55m 높이 점프대에 서니 도저히 뛰어내릴 수 없었다. 그냥 허공으로 뛰어내리면 되는 거지만 그 허공에 지푸라기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토록 쉬운 ‘그냥’이 그토록 어려운 일이었다.


나를 묶고 있었던 로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발바닥을 좀처럼 뗄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포기해도 된다는 마이크 소리가 들려왔다. 포기할 수도 없었다.


원투쓰리 점프! 원투쓰리 점프! 채근하는 마지막 원투쓰리 점프에 뛰어내리며 양팔을 쫘악 뻗었다. 새처럼 날고 있다는 그 짧았던 강렬한 느낌! 처음 느껴보는 ‘자유와 해방감’이었다. 이내 다시 솟구쳐 올랐다가 떨어지는 아찔한 공포도 있었지만 찰나의 순간에 맛봤던 자유로운 비행 때문에 다시 또 번지점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번지점프는 용기가 필요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건 아무 생각이 없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늘 생각들로 가득찼던 머릿속을 비우니 가능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지난 50년 동안 묵혀 있었던 과거들을 비워야 하겠다. 어쩌면 이건 과거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일지 모른다. 오롯이 나만의 새로운 시작과 새로운 경험들을 토대로 내가 생각하는 가슴 뛰는 미래를 만들어갈 마음의 양분을 만들어야 하겠다.


나는 다른 의미에서의 나의 미래를 알고 있다. 인도 할머니의 1년 선물이 아닌 내가 나에게 주는 50년 선물이다. 가슴 벅찬 새로운 출발에 벌써 설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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