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혼자라고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

by 껌딱지

카메룬에 오고 나서는 나의 일상과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단전과 단수는 늘 겪는 일이고, 수돗물을 틀면 갈색물이 나와 브리타 정수기를 꼭 써야 하고, 가끔 화장실 변기에는 지렁이 같은 알 수 없는 생명체들이 꿈틀대고 있어 물을 수시로 내려줘야 한다. 침대에는 모기장이 필수이다. 매번 모기장을 열고 닫는 것이 귀찮아서 잘 때를 제외하고는 잘 눕지 않게 되는 장점(?)이 있다. 또 한 가지 귀찮은 점은 외출 시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여 노트북, 현금, 여권과 같은 귀중품들을 일일이 캐리어에 다 집어넣고 잠그고 나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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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런 것들은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온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불편한 거지 마음이 어렵진 않았다.


다만 나를 힘들게 했던 건, 좋은 마음을 가지고 온 이곳인데 이곳 사람들과 이곳 자체가 싫어지게 만드는 상황들이다. 밖에 길을 걸을 때면 '니홍, 니홍' 하면서 나를 조롱하는 사람들, 외국인이니까 돈을 더 내라는 택시기사들과의 실랑이, 잔돈 없다며 내겐 거스름돈을 주지 않던 직원이 내 다음 사람에겐 바로 잔돈을 주던 일 등등..


안 그래도 해가지면 위험할 것 같아 집에만 있는데 밖에서 다니는 것 자체가 너무 스트레스다 보니, 출근과 장 보러 마트 가는 것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만 보냈다.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하고 출퇴근을 제외하곤 하는 게 없다 보니 무료하고 무기력해져 갔다. 이런 상황들이 쌓이고 쌓여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던 어느 날 하루는 슈퍼바이저가 나에게 와서 느닷없이 잘 지내고 있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네가 혼자라고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이 한마디가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생각해 보니 기관 사람들은 내가 출근하면 잘 잤는지, 밤새 모기에는 물리지 않았는지, 밥은 잘 먹었는지 내게 항상 물어봐주고, 늘 나를 세심하게 신경 써주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기에 내가 지금 어떤지, 어떤 상태인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구나 싶어 너무 고마웠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일상에서 현지 사람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이 사람들이랑은 다른 사람, 이들과 똑같을 수 없고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계속 생각하게 됐던 것 같다. 그러면서 소외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 내게 슈퍼바이저의 이 한 마디가 큰 위로가 되면서 신기하게도 힘들었던 마음들이 한순간에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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