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수업이 있는 수요일.
우리 반 교실로 가는 복도에서 옆 반 여섯 살 여자 친구 E를 만났다.
E는 복도 반대편에서 깡총거리며 오고 있었다. 분명히 E가 목적지를 가지고 어디론가 가는 중이었던 것 같은데,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으며 내 손을 덥석 잡더니 내가 가던 우리 교실을 향해 유턴을 했다. E의 행동이 너무 자연스럽고 빨라서 나도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마치 복도 중간에서 만나기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우리 둘의 호흡이 찰떡이었다.
E는 내 제자였던 S의 동생이다. S는 나와 2년을 함께 하고 작년에 유치원을 졸업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스케줄이 맞지 않아 현재 우리 어학원에는 다니지 않지만 E 덕분에 점점 더 멋진 오빠로 성장하는 S를 종종 만나고 있다. 사실 S는 이미 너무 멋진 오빠다. S를 처음 만난 날부터 멋진 오빠였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칭찬을 해야 할지 막막할 만큼 훌륭한 어린이였다. 선생님들께 항상 예의 바르고 친구들을 배려할 줄 알고 마음이 따뜻한 어린이. 바라는 것 없이 친구들을 도와주고, 선생님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어린이.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고 기다릴 줄 아는 어린이.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고, 그런 행동을 하는 친구들을 토닥토닥 제지하는 어린이. 태도가 훌륭하다 보니 학습력까지 뛰어난 어린이. 하지만 친구들에게 잘난 척하거나 무시 비슷한 말은 단 한 번도 하지 않는 어린이.
적다 보니 ‘어린이’라는 단어가 부조화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어린이’가 아닌 ‘어린이’
2년 동안 S에게 참 많은 위로와 힘을 받았다. 또, S를 보며 부모님의 영향력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항상 원의 결정과 방향에 협조적이셨고, 굳게 믿어주셨고 매 순간 원의 모든 선생님들께 정중하게 대해주셨다. 오히려 우리가 황송해할 만큼 정중하셨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학부모님들보다 나이가 어린 경우가 많고, 또 상담을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긴 시간이 지나다 보면 서로가 편해지기 마련인데 S의 부모님은 2년 내내 한결같으셨다. 개별 하원이나 투약과 같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아닌 간단한 이슈를 전하실 때도 항상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하다’라는 말을 덧붙이셨고 원에 방문하실 때는 한 번도 빠짐없이 허리를 숙여 우리에게 인사해 주셨다. 2년 내내 한결같은 부모님의 태도에 감사하고 감동했고 감탄했다. 나도 미래에 S의 부모님 같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부모님을 겪으며 S가 어떻게 이렇게 믿을 수 없는 훌륭한 아이로 자랄 수 있었는지 그 의문이 조금은 풀리기도 했다.
복도에서 만난 E가 바로 그 S의 동생이다. S와는 색다른 매력이 철철 흘러넘치는 E. S가 모범생 도련님이라면 E는 말괄량이 아씨다. 사랑스럽다. ‘러블리’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른다.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아서 곳곳에,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퍼뜨리고 다닌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본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듯이, 또 이 세상에는 사랑스럽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듯이.
그래서 E의 모든 행동은 자연스럽다. 복도에서 만난 누군가와 손을 잡고, 껴안고, 웃고, 장난을 치는 모든 행동이 태교 동화책이나 영상에서 등장할 법하다.
수요일, 복도에서 E를 만난 그 순간에도 그랬다. 모태 곱슬머리를 양갈래로 묶고서 총총 걸어와 ‘S 오빠의 선생님’인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E의 손을 잡고 함께 흔들흔들 천천히 걸어오는 중에 E가 “어, 어, 음,,,!!” 대화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새해가 되어 본인이 6살에서 7살이 된 것보다 더 기쁘고 자랑스럽다는 듯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E 티처! 우리 오빠 아홉 년이 됐다요!”
아홉 살이 되었고, 이 학년이 되어서
아홉 년이 되어버린 우리 S 보고 싶다.
키가 그새 또 얼마나 많이 자랐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