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3_I Love You.

러브레터

by Yejoo

나는 애정 표현이 많지 않은 편이다. 아니 적은 편이라고 하는 게 맞다. 적다.
어떤 환경 때문이었는지,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크고 나서 보니 나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실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고 인정하게 된 것도 오래전 일은 아니다. ‘나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랑 표현을 힘들어한다는 걸 깨닫게 되니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을 수도 있겠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중이다.

감사하게도 부모님께는 얼마 전에 ‘사랑해.’라는 말을 시작했다. 어렸을 때, 편지지에는 빠지지 않고 항상 썼던 문장이었지만, 점점 머리가 크면서 마음으로 느끼고 머리로 배운 ‘사랑’을 직접 내 입으로 뱉어내는 건 너무 어려웠다. 이상하게 ‘사랑해요.’라는 말을 생각만 해도 상황과 상관없이 괜스레 심장이 뜨거워지다가 목구멍이 따갑고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나이가 드시면서 몸이 약해지시고 앞으로 내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최근에 간신히 시작할 수 있었다. 아직도 쉽지는 않지만, 노력을 시작했기에 조금씩 덜 어색해하는 중이다.

지금은 나의 인생 역사에서 사라진 전 남자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남자친구가 처음으로 나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했을 때, 진심으로 ‘왜? 왜 사랑해?’라고 반문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미안한 질문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정말 말 그대로 이유가 궁금했다. 그 말이 마냥 기쁘고 행복하기보다는 의아하게 들렸던 것 같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나를 정말 ‘사랑’할까? 싶었다. 이 사람은 ‘사랑’을 알고 나한테 ‘사랑한다’고 하는 걸까? 남자친구에게도 ‘사랑해’가 쉽지 않았다. 물론 시간이 지나며 그 의문이 어렴풋이 풀렸지만, 여전히 나는 연인에게도 마음과는 달리 사랑 표현이 어렵다.

감사한 것은 내가 직장에서 만나는 내 아이들에게만큼은 다른 순간에 아껴 놓았던 애정 표현을 쏟아붓는다는 것이다. 아니 쏟아붓게 되었다. 돌아보면 초년생 때는 이렇게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도 내 마음과 표현을 아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 마음을 아끼지 않고 마음껏 표현해 준다. 아이들을 만난 지 얼마 안 된 학기 초에도 ‘선생님은 너를 만나서 너무 행복하고 정말 사랑해.’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럼 신기하게도 정말 그렇게 되어가는 나를 어느 순간 발견한다. 아이들의 인생에서 나를 만난 이 시기만큼은 아낌없는 사랑을 부어주고 싶다. 엄마의 사랑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선생님의 사랑도 듬뿍듬뿍 받으며 자라 가게 해주고 싶다. 이런 마음만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한 시절도 있었지만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낯간지럽더라도 꼭 직접 내 목소리로 사랑을 전달하는 것은 그 에너지가 완전히 다르다는 걸 매년 경험한다.

그런데 가끔 핸드폰 앨범을 둘러보면 이 사랑이 나에게서 자동으로 샘솟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사랑을 주고 있는 사람,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반대였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서 무지막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 막 한글을 배운 아이들이 최선을 다해 쓴 편지, 나에게 배운 영어로 또박또박 쓴 편지를 받을 때의 그 감동은 나의 이 서툰 어휘력으로는 표현하기가 곤란하다. 고마움과 따뜻함과 한껏 빠르게 채워지는 빨간 하트 에너지 파워를 찌르르 느낀다. 학부모님들이 챙겨 보내주시는 선물들도 정말 감사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선물은 매일 살 부대끼며 지내는 내 애기들의 편지, 특히 맞춤법 엉망인 편지다.

'선생님'은 너무 어려워 (1) _ 선센님
'선생님'은 너무 어려워 (2) _ 성생님
'선생님'은 너무 어려워 (3) _ 선센님
'선생님'은 너무 어려워 (4) _ 선샘님
보석이 이 정도 사이즈는 되야지! 그것도 세 개!!!

I Love You,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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