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2015 열린책들

마흔에 다시 만난 별

by 라니코

나는 지금까지 세 번 ‘어린왕자’를 읽었다.

10대, 20대, 30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장면은 보아뱀뿐이었다.

그러다 ‘고전이 답했다’를 읽으며,

고전을 제대로 정독해 본 경험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40대가 된 지금 새로운 마음으로

어린왕자를 다시 읽었다.

속독이 아닌,

삶에 대한 철학을 담은 문장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음미하는 시간이었다.


“누구나 어린이였다”


생텍쥐페리는 어른들이 어린 시절의 순수한 세계를 잊고,

오직 효율만 중시하며 살아간다고 말한다.

나 또한 아이를 키우며,

어린 시절의 나를 잊은 채

아이를 어른의 시각에 맞추려 했던 모습을 떠올렸다.

아이의 질문을 ‘쓸데없다’ 여기며,

호기심을 막아버린 적은 없었을까.

책은 내 양육 태도를 되돌아보게 했다.


장미를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너의 장미에게 소비한 시간 때문이야”


내가 상대를 돌보며 마음을 쓸 때,

그 존재가 특별해지고

동시에 나 또한 특별해진다.

어린왕자가 장미 정원을 보고 울던 장면이

그래서 더 안쓰럽게 다가왔다.

‘내 장미가 특별한 게 아니었구나’ 하는 충격 속에서도,

그는 결국 관계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는다.

여우가 말한

“자신을 길들이게 하고 나면 얼마큼 울 염려가 따른다”는

말처럼 길들임은 행복만을 주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보이지 않아”


이 문장은 내가 어린 시절 소중히 여기던 가치였다.

하지만 지금 나는 여전히 보이는 것에만

급급하게 매달려 살고 있지 않은가?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곱씹으며,

잊고 있던 나의 시선을 돌아보았다.

‘눈은 장님이야. 마음으로 찾아야 해“


육체는 지구에 남고 영혼만 별로 돌아간다”


죽음은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단어다.

알 수 없는 세계이기에, 죽음은 끝이라 생각해 왔다.

그러나 어린왕자의 마지막 장면은

죽음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는 장미를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존재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다.

이는 죽음 이후에도

사랑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위로로 다가왔다.


이번 독서는 단순한 동화 읽기가 아니었다.

어린왕자는 만날 때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40대의 내가 읽은 어린왕자는

육아와 관계, 사랑과 죽음,

그리고 삶의 본질에 대한 철학으로 다가왔다.

결국 이 책은 나로 하여금

‘내가 지금 무엇을 보고, 무엇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가’를

묻는 거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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