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 피하려는 그녀, 달려오는 그
분주한 사회초년생의 일상 속,
다시 이어진 두 사람.
즐거움과 불안 사이,
숨바꼭질 같은 관계가 새해를 앞두고 흔들린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사회로 흩어진 둘.
하루하루 버거운 사회초년생의 삶 속에서도,
힘든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서로였다.
그녀는 졸업하자마자 회사에 들어갔다.
눈코 뜰 새 없이 업무를 배우느라 바빴지만,
적응기가 끝나자 문득 그가 생각났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로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연락을 주고받았고,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듯 어색함이 없었다.
어느 날,
그들은 서로의 친구들을 위해 소개팅 자리를 주선했다.
내향적인 남녀를 편하게 해주겠다며
나란히 앉은 그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환상의 콤비처럼 호흡을 맞췄다.
“너희 진짜 환상의 짝꿍이네.”
그의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얘가 네 얘기할 때마다 웃는 이유를 알겠다.”
네 사람이 모였지만,
분위기는 소개팅이 아니라 오래된 친구들의 술자리 같았다. 그렇게 또 자연스럽게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만남이 이어졌다.
그와의 시간은 늘 여행 같았다.
신나고, 재미있고, 따뜻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즐거움 뒤에는 허무함이 찾아왔다.
‘이 관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연락이 와도 답을 미루고, 슬쩍 숨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잠시 그녀의 자리를 대신하며 그의 전화를 받았다.
익숙한 이름이었다.
그녀의 친구 역시 그를 응원하는 사람이었다.
한편, 그는 혼란스러웠다.
바쁜 와중에도 그녀는 늘 자신의 힐링이었다.
그런데 왜 이리도 연락이 닿지 않는 걸까.
그리고, 그녀 대신 전화를 받은 친구의 말에
그는 차를 몰아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가 온다는 말에 그녀는 놀랐다.
친구에게 괜히 화를 내보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피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
결국 얼굴을 마주한 순간,
그녀는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 환하게 웃었다.
숨바꼭질은 그녀 혼자만의 게임이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끊어내고 싶으면서도, 그와 함께 있으면 또 행복했다.
그는 늘 그녀를 집 앞까지 데려다주며 안부를 챙겼다.
그날 밤, 불현듯 다른 말을 꺼냈다.
“올해가 지나면… 너한테 꼭 말하고 싶은 게 있어.”
그녀의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대체 왜, 올해가 지나야 하는 거야?’
“조금만 기다려줘.”
그의 느긋한 웃음.
“못 기다려.”
앙탈처럼 내뱉었지만,
그 말속에는 조급한 마음이 숨어 있었다.
그는 대답 대신 웃었다.
답답했다.
왜 말을 끝내지 않는 걸까.
왜 여운만 남기는 걸까.
곧 새해가 찾아온다.
그녀는 생각한다.
‘새해 선물처럼 꺼내려는 말일까.
아니면, 정말 우리의 운명을 바꿀 고백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