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만의 봄날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던 날,
분홍빛과 눈꽃빛이 어우러진 꽃길을 걸으며
시간마저 천천히 흐르는 그 순간,
세상은 오직 둘만의 봄날이 되었습니다.
2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는 제대를 했고, 그녀는 한국에 없었다.
유럽의 느린 인터넷 속도 때문에
메일도, 싸이월드도 자주 확인할 수 없는 그녀.
간간히 싸이월드에 올라오는
사진 속 그녀의 밝은 미소를 보며,
그는 마음속으로 되뇌곤 했다.
‘잘 지내고 있구나…‘
그는 용기를 내어 방명록에 짧은 인사를 남겼다.
‘잘 지내?’
귀국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우연히 들어간 그녀의 싸이월드에
낯익은 글귀가 남겨져 있었다.
그의 짧은 문장에
그녀의 마음은 두근거리며 다시 설레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자연스레 연락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에 집중했다.
복학한 그는 쉴 틈이 날 때마다
그녀가 일하는 곳을 찾아가
잠깐씩 얼굴을 보며 서로의 하루를 충전했다.
그러던 어느 주말,
봄이 막 시작될 무렵,
둘은 원동으로 매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차가 아닌 기차를 타고.
매화마을에서 막걸리 한 잔을 나누기로 약속하며,
그날 하루를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했다.
기차역에서 만나기 위해 분주히 서두르는 아침.
군대를 다녀온 뒤 한층 성숙해진 그의 모습에
그녀의 마음이 또다시 두근거렸다.
따뜻한 봄바람에
하얗게 내린 눈처럼 활짝 핀 매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원동마을.
그 길을 걷다 보면 국숫집이 나온다.
특별할 것 없는 맛도,
그날은 함께라서 특별했다.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웃음을 나누며
막걸리도 마셨다.
술을 잘 못하는 그였지만,
막걸리를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이날은 함께 잔을 들었다.
취할 만큼은 아니었지만,
기분 좋게 붉어진 두 사람의 얼굴 위로
봄 햇살이 따뜻하게 내려앉았다.
돌아가는 길,
알딸딸한 기분, 스르르 감기는 눈꺼풀.
어느새 그의 어깨에 기대 잠든 그녀.
그는 가만히 어깨를 내어주며,
조용히 그 순간을 함께했다.
그들의 봄날은 그렇게 깊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