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꿈으로 예술계에 발을 내딛으려는 당신을 잠시만 막아서고 싶다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비전공 예술인으로 5년째, 할 말 많타...
특히 필자처럼 비전공으로 시작하든 전공으로 시작하든
혹은 예술계통을 시작한지 이미 몇 년이 지났든,
당신의 인생이 더 꼬이기 전에 길 막고 오지랖 넓게 몇 가지 교통정리를 하려한다.
당신이 만약 예술 전공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면,
학부에 들어가서 포기할 확률은 80%이다.
“아..! 여기가 아닌가보네, 잘하는 애들 왜 이렇케 많어?!”
일단 80%이상 일찌감치 진로 변경,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된다.
나머지 20%정도는 '한번 비벼 볼까?' 결심,
예술계의 고인물(?)과정을 시작 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고인물이 되는 과정도 쉽지만은 않다.
“어! 잘하는 선배였는데 왜 아직도 저러고 있지?”
“아... 내가 아직 배움이 부족한가? 석박사 가야하나?”
간혹 학부만 졸업한 실력자들이 잠깐 반짝 뜨나 싶어 배 아파하지만, 괜찮다! 잠깐이다.
곧 같은 처지로 곤두박질 칠 테니..
왜?
20대에 예술계의 천재, 거장이 되었다는 사람을 본적이 있는가?
혹여 보았다면 30대에도 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40대에 천재이자 거장이라는 사람들이 하나 둘 촛불 켜지듯 겨우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고로 20대에 예술전공자 대부분은 석박사과정이나 유학길을 선택하는 등 배움의 방향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그렇게 배움의 길을 갈 수 있는 자들은 큰 행운이다.
예술에 필요한 재료, 장비, 교육비는 웬만한 직장인의 연봉이다.
때문에 재정적 백그라운드(부모님, 친척, 후원등) 없는 경우,
일찍 예술현장에 취업해서 무엇인가 배우며 돈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부푼 꿈으로
'예술산업현장'의 문을 톡톡 두드리게 되어 있다.
예술산업현장, 이것은 예술인가? 단순 노동인가?
이것이 과연 내가 꿈꾸던 삶인가? 고뇌에 빠지도록 아주 탄탄하게 잘 설계가 되어 있다.
예술계통의 취업이란 것을 하게 되면 매우 모호한 일을 주로 하게 되는데,
'사회초년생 + 예술초년생',
현장에서 그들에게 기대해는 일은 전혀 대단 할 수가 없는 일뿐이다.
할 수 있는 일 이라고는 단순 노동에 가깝거나 단순 반복적인 것들 뿐이다.
"이 단순노동과 반복을 이겨내면, 나도 언젠가 나에게 명령을 내리는 저 사람처럼 여러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자리에 앉아 있겠지?"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 나에게 일을 시키는 저 높은 곳의 '프로'는 벌써 석박사 한바퀴 돌고 법인설립, 투자 과정까지 거치고 자신의 손가락과 발가락이 되어줄 당신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 뿐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프로' 밑에서 직접 배울 수 있는 사람 역시 축복받은 사람이다.
예를 들어 영화를 전공한 친구가 영상제작사에 취업해 포토샵을 하거나, 음악을 전공한 친구가 공연기획 회사에서 행사 의자를 깔고 있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래도 머리가 재빠르게 돌아가는 친구들은 묵묵히 몇 년 동안 이 악물고 월급 모아 진학(유학)을 하거나 예술 스타트업, 예술관련 정부용역을 받아 처리하며 스스로 성장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 '예술계의 거장'으로 올라서는 길은 저 멀리 신기루처럼 아른거릴 뿐이다.
한편, 비전공자의 길은 어떠할까?
필자가 ‘비전공’이 ‘전공’이기에 할 말 진짜 많다.
일단 '비전공자'로 시작할 경우 예술에 대한 열정열정열!!쩡!!! 하나로 시작한다.
잘 다니던 회사나 학교를 그만두고 한 2~3년 빡쎄게 정말 순수한 열정을 불태운다.
필자처럼 영화 예술에 미친 경우 집에서 주구장창 대본 쓰고 사비로 아무도 보지 않는 영화를 찍거나
조회수 천명을 겨우 넘는 ‘웹드라마’를 만든다며 앞뒤 생각하지 않고 하얀 재가 될 때까지 순수한 열정을 불태운다.
음악, 미술 하는 비전공 친구들도 결코 다르지 않다.
미친듯이 방구석에서 2~3년 칼을 간다. 생각, 학습, 창작을 반복한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내가 지금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비전공'자의 결말은 정확히 3가지 방향으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
대다수는 예술적인 성취 없이 포기한다.
전공과정을 선택했던 80% 이상이 졸업 후 다른 길을 찾아 가듯 이들은 순수한 열정을 불태우기도 전에 자기 검열과 불안함에 빠져든다.
해보기 전에는 참 재미 있을 것 같았는데,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예술이라는 것을 막상 해보니 어렵고 재미 있지도 않다.
혼자 해서 그런가? 동료를 한두 명 찾아 나서기 시작하는데, 그럴수록 자기 객관화라는 말뚝이 심장에 박힌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던 저놈, 꼭 저렇게까지 유난 떨며 예술을 하나? 싶었는데...
그 친구가 결국 이러저러한 상을 하나 둘 거머쥐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아무런 발전 없이 덩그러니 제자리 걸음인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그때 서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천외천 天外天,
하늘 위에 또 다른 하늘, 도대체 몇 겹이나 펼쳐 있을지 모르는 끝없는 하늘이 어렴풋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하나 둘 상을 거머쥐며 나보다 앞서가던 친구들의 결말은 다를까?
두번째 결말, 정부지원금.
비전공이지만 전공자들보다 훨씬 더 큰 성취를 이루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한다.
한번 떠올려 보라,
음악, 시각, 종합예술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지금 막 머릿속에 떠올라 입술 안을 맴도는가?
아니면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배우나 가수등 연예인들만 떠오르는가?
대중예술은 예술의 중요한 기둥이다.
매력적인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고, 돈과 명성, 자아실현을 위해 그들이 얼마나 어린시절부터 치열하게 개인의 삶을 희생하며 노력하는지 굳이 더 말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들중 0.001%만이 성공하고, 잠깐 반짝이는 것이 아닌 꾸준하게 인기를 이어가는 것 또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도 설명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과연 이들에게 전공, 비전공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라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도전자들은 전공자일 가능성이 높고 더 적은 수가 비전공자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시장이 충분히 크고,
즉 대중이 관심이 항상 머무르며 자본이 넘쳐나는 시장이라면 전공, 비전공은 전혀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잘나고 재능 있는 사람이 운과 시기까지 맞아 떨어지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나...
만약, 시장이 충분히 크지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도 갖지 않아 자본이 부족한 예술 분야는 어떠할지 생각해보았는가...?
당신이 발을 딛은 예술분야 자체가 인기가 없어 대중에게 외면 받을 가능성이 있다.
텅 비어 있는 이름 모를 예술가의 전시회, 극장, 공연장, 음악회를 가본적이 있는가?
'도대체 이런 건 누가 왜? 무슨 돈이 있어서 만드는 거지?'
외면 받는 예술은 정부지원금으로 운영된다. 정부지원금은 국민의 세금이다.
그렇다고 인기 없는 예술은 사라져야 하는가?
예술은 시각/음악/공연으로 딱 잘라 보여지는 영역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예술분야는 그에 걸맞은 기획, 창작, 제작, 유통, 판매, 시설, 보존, 서비스까지 넓게 포괄된 영역을 가지고 있다.
그 모든 분야를 인기가 없다는 이유로 지원금을 끊고 사라지게 만들어야 할까?
더 나은 해결책은 없는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어느정도 성취를 이루며 '정부지원금'을 받게 되는 전공, 비전공 예술가들은 위의 질문들에 당당히 대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는 압박이 있다.
그렇지 않다면 지원금마저 끊기고 더이상 예술을 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르게 된다.
3년마다 갱신되는 예술인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80%의 예술가들이 수익부족으로 예술활동을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대중적 인기가 없는 예술분야로 가서 지원금을 받아 예술생활을 하던,
대중적 인기가 높은 예술분야로 가서 치열한 경쟁에 처참히 쓰러지던,
예술적 생존을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다음 스탭은 다시 배움의 길로 돌아가 석박사를 밟는 것과 끈질기게 세번째 옵션으로 향하는 것뿐이다.
세번째 결론, 고인물!
여기까지 읽은 눈치 빠른 이들은,
현재 대한민국에 '전공+비전공' 합친 예술계의 고인물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때는 반짝였던 별이 고인물이 되고,
퇴적암처럼 켜켜이 쌓여 있는 수많은 고인물들을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봐야만 한다.
그들이 겪었을 고뇌와 예술을 향한 식지 않는 열정이 아직도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가는 것이 보인다.
이들은 과연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다시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을까?
이들의 발자취가 중요한 이유는 당신이 예술계에서 살아남는다면 99.999%의 확률로 이들과 똑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멋지게 보이고 자타 모두가 인정하는 예술적 성공은 0.001%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 살아남은 99.999% 이상의 예술가들은 조금 전에 당신이 잠시 스치듯 읽었던 예술 산업 분야를 하나씩 채워 간다.
기획, 창작, 제작, 유통, 판매, 시설, 보존, 서비스등...
그 과정은 너무나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처음에는 단순히 본인이 추구하는 예술적 행위를 이어가기 위해 마치 프리랜서처럼 움직이기 시작한다. 예술관련 용역을 받아 수행하거나, 다음 세대의 예술가들을 위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된다.
기업형태의 예술산업이 마치 공장처럼 돌아가며 우리나라 예술생태계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개개인의 예술인이 아니라 민간조직, 공공조직등 회사의 형태로 예술계를 지탱하는 시스템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고인물들이 정말 위대한 이유는,
이렇게 예술계를 스스로 채워 나감과 동시에 밤마다 다시 날개를 펴고 떠오를 자신의 예술을 위해 인생을 담보로 끊임없이 작품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말이지 밤 하늘의 별처럼 무수히 많다.
밤하늘이 우리나라에만 찾아오지 않듯이 전세계의 밤하늘아래 예술로 날아오르기 기다리는 무수히 많은 고인물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겸손해질 수 밖에 없다.
고로,
고인물의 시각에서 예술계의 방문을 갑자기 벌컥 열고 걸어 들어오려는 사람을 본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필자처럼 한발 앞을 잠시 막아서며 물어볼 것이다.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이 질문이 포함하는 범위는 이러하다.
정말 순수한 열정만으로 당신이 예술계에서 버틸 수 있을지?
아니면 성공을 하기 위함 인지?
당신이 생각하는 예술적 성공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자아실현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인지? 재정적 성공과 명성까지 거머쥐는 성공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예 아무런 고민 없이 그 문을 열었는지...?
'행복해지려고요, 행복하게 예술 하면서 한 인생 살다가 가고 싶어요. 다른 것들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걸요.'
이것은 필자가 방문을 막 열었을 때 한 대답이었다.
지금은 위의 대답이 얼마나 천진난만하고 나약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같은 길을 향해 걷고 있는 수많은 예술가들,
이미 그 길을 지나 이젠 하늘의 별처럼 역사가 된 예술가들,
그중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는 예술적 성공을 거둔 이들은 모두 행복한 인생을 살았을까?
정말 놀랍게도 과거 한 획을 그었던 최고의 예술가들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과 매우 거리가 멀었다.
'가난한 예술가'라는 수식어는 오히려 찬사다.
‘도스토예프스키’처럼 돈에 대한 집착과 가난을 넘어
‘버지니아 울프’, ‘반 고흐’처럼 정신병으로 최후를 맞아 하거나,
‘고갱’처럼 빈곤하게 길위에서 생의 마지막을 찾거나,
‘헤밍웨이’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그러한 삶이 사그라지고 나서야 사람들은 하나 둘 박수를 치며 최고의 예술가였노라 그들의 예술에 가격표를 붙이며 환호하기 시작한다.
그러한 성공... 그래도 당신은 괜찮겠는가?
결국, 비전공이든 전공이든 예술로 성공하기 어려운 본질적인 이유는
“'예술적 성공'과 '자아의 행복'이라는 명제를 스스로 정립하는 것이 그대 스스로 가능한가?”
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예술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일까?
유명해지기 위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사업을 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명예를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이곳에서
예술인의 삶을 살며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찾으려 애쓰는 것일까?
단지, 스스로 무엇을 증명해 내려 애쓰는 것일까?
어쩌면, 그냥 삶의 목표를 찾지 못해 방황하듯 예술이라는 방문을 벌컥 열어 버린 것은 아닐까?
돌아갈 수 없을 만큼 선을 넘기 전에 그대가 생각하는 예술적 성공, 그리고 행복에 대해 잠시 돌이켜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필자 역시, 아직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이 질문을 마주하게 될 새로 시작하는 예술가들에게
이겨내야 할 문제들을 미리 보여주고 함께 대답을 찾길 희망한다.
더구나 이제 예술계는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바야흐로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지능 예술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일수록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함께 집단지능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아래는 예술인들과 넓은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려는 필자의 노력의 흔적이다.
*그림, 오픈AI 살바도르 달리응용작품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k9MsO_IeE3n3XqvwdMez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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