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시작은 설렘으로 시작한다. 여행을 앞두고 한꺼번에 많은 일을 처리하느라 바쁜 일정을 보내야만 했다. 더구나 3박 4일의 일정을 비우기 위해 많은 일정을 조정했다. 큰 마음을 먹지 않으면 떠날 수 없기에 미리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여행일정을 위한 특단의 조치인 셈이다.
이번 여행은 아주 오랜 시간 서로를 잘 알고 지내는 K언니와 S동생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함께 떠나게 되었다.
장기주차를 하고 떠나 기로 하여 승용차로 함께 인천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공항으로 가는 길은 거의 2년 만이다. 인천공항이 가까워오자 나는 달리는 차의 창문을 열어 볼 빨간 사춘기의 '여행'으로 설렘을 더욱 고조시켰다.
'저 오늘 떠나요 공항으로
핸드폰 꺼 놔요 제발 날 찾진 말아 줘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도 어쩔 수 없어 나
가볍게 손을 흔들며 bye bye- '를 한바탕 목소리 높여 셋이 따라 부르며 여행을 시작했다.
장기주차장에 차를 인도한 후 날아갈 듯 출국장을 향해 걸었다. 챙겨 갈 짐은 많지 않았지만 돌아올 때만큼은 트렁크를 꽉 채워 오리라는 마음으로 수화물을 보내고, 바로 라운지로 향했다. 여유 있게 점심을 먹고 출발해야 일본에서의 일정을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기에 서둘렀다.
월요일 오전이라 공항은 붐비지 않았다. 짐을 보내는 창구도 라운지도 여유롭게 앉아 여행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라운지에서는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컵라면을 가장 나중에 먹어 두었다. 최소한 4일은 한식을 먹지 못할 거라는 아쉬움으로 라면가닥을 넘겼다. K언니와 S동생은 입이 짧은 편이라 3인분을 시키면 1.5인분은 늘 나의 몫이다. 우리는 라운지를 나와 곧바로 각자가 필요한 면세쇼핑을 시작했다. 핸드백부터 립스틱에 이르기까지 쇼핑을 마치니 게이트로 이동할 시간이 되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공항에서의 시간을 알차게 사용했다.
매우 맑은 날씨 덕분에 연착 없이 정확한 시간 비행기에 올라 후쿠오카로 향했다. 비행기가 이륙할 즈음 잠시 눈을 감았을 뿐인데 기내 밖으로 후쿠오카 공항이 보였다. 1시간 10분의 짧은 비행거리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이륙과 착륙은 눈을 뜬 채로 했으니 이 또한 행운이었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후쿠오카의 풍경을 몇 장 담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12월 초의 후쿠오카는 겨울인데도 춥지 않았다. 8도에서 14도로 맑은 우리나라의 가을느낌이었다. 공항은 매우 작았고, 한국인들의 방문이 매우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름 꽤 많은 나라를 방문했지만 이토록 한글이 곳곳에 잘 안내된 곳은 보지 못했다. 일본과 가까운 근처의 다른 나라들의 방문도 매우 많은 탓인지 확장공사 중인 것을 볼 수 있었다. 내년이면 더욱 세련된 후쿠오카 공항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우버 앱을 통해 택시를 부르고 첫날 저녁으로 해산물 덮밥인 카이센동을 먹기로 했다. 워낙 유명한 곳이기도 하지만 대만산 연어를 쓴다는 점은 더욱 마음에 들었다. 텐진으로 이동하여 쿠로다한으로 향했다. 역시나 약 20분이 안 되는 웨이팅을 한 후 자리를 안내받았다. 우리 셋은 일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삿포로 맥주 한 병을 함께 주문했다. 신나는 일본여행을 시작하자며 맥주잔을 들었다. 카이센동은 너무 살살 녹아 목으로 넘기는 느낌이 아쉬울 정도였다. 한국어를 아주 조금 구사할 수 있는 직원의 친절한 응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친절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배도 부르니 숙소까지는 걸어가기로 했다. 구글앱은 해외여행 시 매우 유용하게 쓰고 있다. 앱의 이동경로를 따라 숙소로 가는 길에 크리스마스 마켓을 발견했다. 우리는 사진을 찍고 다가 올 크리스마스를 일본에서 제대로 즐길 수 있어 행운이라며 한참을 돌아보았다. 저녁을 먹은 쿠로다한으로부터 숙소와는 15분 정도의 거리였기에 캐리어를 끌며 충분히 걸을 수 있었고 밤바람은 시원했다.
숙소에 도착 후 다음 날 아침으로 먹을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근처 로손편의점을 이용했다. 샌드위치와 계란, 샐러드를 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인의 추천으로 묵은 숙소는 근처에 없는 게 없는 매우 가성비가 좋은 곳이어서 머무는 동안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둘째 날 우리는 하카타 역에서 출발하는 버스여행 투어를 시작했다. 하카타역사 안에서 도시락을 구입하고 차량에 탑승했다. 한국인 가이드와 함께하는 다자이후, 유후인, 벳푸 투어를 약 5만 원 후반대에 하루를 돌아볼 수 있는 여행이다.
다자이후시에서는 일본의 헤이안 시대 학자인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학문의 신으로 모시는 곳인 텐만구 신사를 방문했다. 합격이나 학업 성취를 기원하는 참배객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유명하다는 사원이다. 아침 햇살을 받은 단풍이 이렇게 예쁠 수 있을까라며, K언니와 S동생은 핸드폰의 카메라를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나도 풍경 사진을 몇 장 담았다. 사진보다 눈에 담으며 새기는 것에 의미를 두자라는 마음으로 보고 또 보고 기억해 두려고 애를 썼다.
신사를 나오며 아직 학업 중인 아이와 조카들을 위해 연필 6자루를 샀다. 가이드는 여행객들을 위해 병마를 물리친다는 '우메가에 모치'를 맛볼 수 있게 준비해 주었다. 찹쌀로 반죽한 떡에 팥소를 넣어 붕어빵 기계 같은 곳에 구워주는 찹쌀구이 떡이다. 텐만구 신사 입구에는 일본의 유명 건축가 '쿠마켄고의 작품인 스타벅스 오모테 산 점'이 있다. 우메가에 모치와 잘 어울리는 한 잔의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버스를 타고 달려 도착한 곳은 유후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토토로 만화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긴린코 호수는 얕은 수심과 맑은 물에서 노는 황금 잉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호수 주변을 산책하기도 매우 좋은 곳이다. 우리는 30분 정도의 산책 후 도시락을 먹을 장소를 물색했다. 호수 근처의 볕이 잘 드는 곳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하카타역에서 구입한 도시락을 먹었는데, 소식하는 그녀들 덕분에 1.5인분의 든든한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도시락은 가성비와 그 가치를 어김없이 발휘해 주었다. 나중에 버스를 타고 가며 다른 여행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음식점의 긴 대기줄 때문에 점심을 먹지 못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난쟁이들이 살고 있을 것 같은 유후인 빌리지를 걷다 상점에 들러 지인을 위해 샀던 갓절임은 매우 맛있었다고 선물 받은 지인은 몇 번이나 감사인사를 전했다. K언니와 S동생은 걸어서 유후인 역까지 다녀왔고, 나는 그 사이 유후인의 온천을 둘러보았다. 온천이 워낙 유명한 곳이지만 우리 투어의 마지막 행선지가 벳푸였기에 돌아보며 눈으로만 담아보았다.
유후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유후다케에서 멋진 풍경사진을 남길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노란 색깔로 완전히 덮은 산은 우리나라 산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마치 거대한 추수를 앞둔 논이 솟아 있는 느낌 같기도 했고, 트레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산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우리는 가이드가 찍어주는 세 사람의 엉뚱한 뒷모습을 남길 수 있었다.
나의 관심과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 벳푸.
마을 전체가 온천수를 사용할 만큼 충분한 온천수가 쉬지 않고 흐르는 곳.
벳푸에서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여러 가지 온천의 종류를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었다. 모기향 하나로 수증기가 더 많이 피어오르게 하는 벳푸의 온천 현장가이드는 한국말을 그럴싸하게 구사했다. 수증기를 피우며 '신기하네'를 연발했다. 나중에도 그 말이 계속 생각났다는 것이 우스웠다. 우리는 30분 정도의 족욕으로 벳푸 온천을 짧게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구운 계란과 라무네 사이다는 어릴 적 소풍이 생각나는 맛이다. 하루 종일 걸었던 발과 여행의 피로를 어느 정도는 해소시켜 주어 남은 시간도 매우 가볍게 투어를 즐겼다.
투어를 마치고 저녁으로 텐진 호루몬에서 철판요리를 먹었다. 철판요리를 직관하며 직접 구워주는 고기와 숙주 그리고 계란프라이를 얹어 주는데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따뜻하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다음 날 아침 숙소와 2분 거리도 안 되는 곳에 위치한 이치란 라멘의 본점이 있다. 맛있다고 소문난 이치란 라멘은 다행히 아침 이른 시간이라 대기가 없었다. 자리를 안내해주면 앉아서 어떤 것을 먹을지 취향대로 주문하면 되는데 국물 맛과 수육 파의 양을 선택 후 드디어 주문한 라멘이 나왔다. 수육을 추가로 주문했는데 너무 무거운 아침 식사가 되었다. 1인 테이블도 마음에 들었고 편하게 식사를 즐기라고 걷어 올렸던 발을 내려주며 깍듯한 직원의 인사도 좋았다.
이치란 라멘의 본점인 만큼 저녁이 되면 건물 외부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쇼를 한다. 뮤지컬 같기도 하고 기타 바이올린등 음악도 연주하는데 한참을 서서 즐기기 좋았다.
아침을 먹고 향한 곳은 백화점이었다. 이름하여 오픈런.
우리가 찾은 곳은 이와타야 백화점인데 오픈시간이 되면 직원이 직접 한국인 고객을 맞이하러 백화점 입구에서 맞이한다. 이곳에서 K언니는 바오바오 제품인 예쁜 백을 구입했다. 잘 어울리는 것으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득템이라고 좋아했다. 텍스프리까지 받을 수 있으니 꼭 사고 싶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백화점을 나와 택시를 타고 후쿠오카 타워로 향했다. 타워 앞이 모모치 해변이 자리하고 있고 멀지 않은 곳에 페이페이 돔 야구장이 있다. 후쿠오카 타워에 올라 모모치 해변을 바라보며 준비된 피켓까지 들며 많은 사진을 남겼다. 1시간 남짓 후쿠오카 타워를 돌아본 후 우리는 모모치 해변으로 나섰다. 바닷바람이 꽤나 강하게 불었기에 점심부터 먹기로 했다. 바닷가에 위치 한 식당에서 이탈리아 피자와 파스타를 먹었다. 커피까지 마시고 나니 몸도 따뜻해져 다시 모모치 해변을 걸었다. 작은 해변이 깨끗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이었다.
모모치 해변을 나와 이치로가 미국으로 가기 전 뛰었다는 소프트뱅크 페이페이 돔구장을 구경했다. 돔 구장의 기념품 샵에서는 S동생의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샀다. 야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모자와 티셔츠를 구입했다. 우리 셋 모두 엄마이기에 집을 나서도 집에 있는 남편과 아이들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그 가족들을 위해 작은 선물은 기본인 셈이다. 그날저녁 세 번째로 찾은 돈키호테에서도 오직 가족들을 위한 장바구니를 가득 채웠다.
여행의 마지막 날 밤.
3박 4일의 일정이 끝나가고 있었다.
일본의 전통 치킨가라아게로 저녁을 먹은 후 일본 감성의 리버크루즈를 탑승했다. 낮에 본 후쿠오카시내와 바다로 이어지는 길목까지 다녀오는 코스이다. 크루즈에 탑승하니 직접 안내방송과 함께 노래도 불러주시는 카우보이 아저씨는 마치 시골 마을의 동네 아저씨처럼 푸근한 느낌이었다. 중간중간 머리가 다리교각의 아랫부분과 부딪칠뻔한 아찔함이 매력이었다. 그럴 때면 탑승객 모두 감탄사를 외치는데 한 목소리로 아찔함을 노래하는 듯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숙소로 돌아가기는 너무 아쉽다며 세 번째 찾은 돈키호테에서 핸드폰 검색까지 해가며 돌아가 가족들을 기쁘게 해 줄 아이템을 담았다. 나는 멸치견과류 과자와 마카다미아를 담았고, K언니는 치크케이크와 명란마요네즈를 S동생은 후리가케와 여러 종류의 우무젤리를 담았다. 우리 모두 가족들이 좋아하는 간식들을 담으며 행복한 쇼핑을 마쳤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돈키호테를 나섰는데, 내가 약 3미터 정도를 부웅 날아서 넘어지고 말았다. 나는 늘 남들보다 한발 더 서둘러 걷는 버릇이 있는데 이것이 큰 재앙을 부른 것이다. K언니와 S동생은 나를 일으켜 세우며 붙잡을 시간도 없이 날아가버리더라며 길가에 서서 한참을 웃으며 후쿠오카의 마지막 밤을 추억했다. 넘어진 나는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으며 넘어졌는데 손바닥도 무릎도 그날 입은 조거팬츠도 모두 무사했다.
후쿠오카 여행은 짧은 비행시간으로 볼거리와 즐길거리 그리고 입이 즐거운 여행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 여행을 위해 여행일정과 여러 가지 여행에 필요한 준비를 도와준 C에게 매우 감사한 마음이 크다. 소소하게 다녀오리라 떠난 후쿠오카여행은 많은 추억과 여행의 참 재미를 새롭게 알려준 여행으로 나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머무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