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개방 초청행사에 가다
지난 4월 군에 입대한 아이로부터 부대개방 초청행사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참석인원을 파악하여 보고해야 부대개방 초청행사에 함께 할 수 있다고 했다. 아이가 자대배치를 받자 부대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들로 불안한 마음이 컸다. 게다가 KTX 연결도 되지 않는 먼 곳.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었다. 아이도 훈련소에서 소식을 접하고 매우 낙심하여 묻고 또 물었다. 사실이냐고. 하나 어쩔 수 없이 배치된 부대로 가야 한다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나 또한 부모로서 아이를 안심시키고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부모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많았다. 늦은 저녁 부대로 이동했을 아이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고 우리나라의 현실이 너무 야속했다. 때문에 부대의 개방행사는 궁금한 부분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줄 열쇠였다. 아이가 속한 부대뿐만 아니라 생활관도 볼 수 있고, 근무하는 환경도 볼 수 있으니 큰 위안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참석하기로 했다.
워낙 먼 곳에 위치하고 있어 오전 10시 행사를 위해 새벽 5시 40분 아파트 주차장을 출발했다. 부대개방행사는 가족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하여 아들 둘을 둔 아이의 이모도 조카의 부대생활이 궁금하다며 함께 가기로 했고, 대학에 다니는 사촌누나도 같이 가기로 하여 차례로 만나 출발했다.
강원도로 가는 고속도로는 평일 새벽시간이라 마음껏 속도를 낼 수 있을 정도로 시원하게 달릴 수 있었다. 양양고속도로를 달리다 아침식사와 약간의 휴식을 위해 잣샌드가 유명한 가평휴게소에 들렀다. 커피와 도넛으로 미국식 아침식사를 했다. 다시 최종 목적지를 향해 달리려면 마음이 바빴다.
가을 새벽 공기는 매우 청량했고, 단풍도 절정 그 자체였다. 고속도로 옆으로 설악산의 울산바위가 위엄 있는 모습으로 웅장하게 서 있었고, 첩첩산중이라는 말처럼 끝없이 펼쳐진 산들은 마치 우리나라의 끝은 대체 어디일까?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보이는 것은 산뿐이었다.
한참을 달리고 있을 무렵 아이로부터 연락이 왔다. 어디쯤 오고 있느냐고........ 말이다. 일찍 도착해도 무관하다는 말과 함께 수화기 너머로 축제장을 연상시키는 음악소리가 쿵쾅쿵쾅 크게 들렸다. 아이의 목소리 또한 들뜬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부모가 봤을 때도 아직 어린 모습이 남아있는 20대 초반의 아이가 국가의 부름으로 국가를 위한 일을 하고 있는 걸 보니 대견스럽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전화 통화 후 40분 정도를 달려 부대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부대로 들어서기 위해 참석자의 신원파악 후 차량등록을 마치고 부대영내로 진입할 수 있었다. 차분했던 마음은 떨리는 마음으로 바뀌고 안보의식이 샘솟았다. 또한 눈에 보이는 시설물이 모두 흥미로웠다. 부대 입구부터 한참을 달려 연병장으로 보이는 넓은 장소에 도착했다. 부대의 안내를 받으며 주차를 하고 있으니 멀리서 자동차를 알아본 아이가 다가오고 있었다.
3개월 만에 보는 아이라 등을 토닥이며 반가움을 나눴다. 잘 지냈냐고 안부를 물으며 얼굴을 찬찬히 올려다보니 베레모를 쓴 얼굴도 참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순간 군대에 남아도 괜찮겠다는 아찔한 생각을 했지만 아이가 들으면 노발대발할게 분명하여 고개를 가로저으며 혼자 미소를 지었다.
아이는 소속 중대의 중대장에게 가족을 소개했고, 중대장님을 통해 아이의 부대생활을 근무와 생활등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이곳 부대로 자대배치를 받았거나 군 복무 중인 부모님들이 운영하는 봉사캠프의 따뜻한 차를 받아 들고 작은 선물과 함께 부대견학을 시작했다.
연병장에 공개한 각종 전투차량과 무기의 설명을 들으니 겁이 나기도 했지만 우리의 안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라고 안심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무기들을 살펴보는 동안 새삼 잠들었던 애국심이 마구 솟구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간부들의 설명을 들으며 직접 소총을 들어보기도 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본 아이는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될 거라며 놀리기도 했다. 한쪽 눈을 감고 총을 겨눈 모습이 흡사 누구를 닮았다며 폭소를 자아냈다.
이어 건물 입구로 들어섰다. 동선을 따라 들어가니 기념사진을 촬영해 주셨는데 행사가 끝날 무렵 근사한 액자를 받을 수 있었다. 여러 구역들을 살펴보며 가장 궁금했던 공간으로 이동했다. 아이가 생활하는 생활관이었다. 생활관으로 들어서며 나의 초등학교 시절 군인 아저씨께 위문편지를 썼던 기억을 떠올렸다. 지금 생각하면 나의 아들정도의 아이들에게 편지를 썼을 텐데 아저씨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생활관 하면 각 잡힌 관물대와 나무로 된 침대를 상상했다. 물론 아닌 것을 알고 있지만 오랜 시간 묵혀진 기억이 남아서 일 것이다. 시설이 매우 쾌적하고 개인침대와 서랍장, 옷장등 상상했던 모습과 많이 달라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침대는 벽 쪽으로 배치되어 있고, 책상과 의자가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구조였다. 확연히 좋아진 생활관 모습은 매우 안심이 되었다. 아이가 속한 부대의 시설이 최신식 시설은 아니지만 더 좋은 시설이 많다고 하니 군에 아이를 둔 부모님들의 경우 생활 편의시설에 대한 걱정은 잠시 접어 두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뒤이어 같은 층에 도서관, 헬스장, 다목적 강당이 있었다. 군에 있는 동안 진로를 고민하며 책을 보기도 하고 체력단련도 할 수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웠다. 다음으로 군에 보낸 아이의 가족이라면 소소한 혜택이 있는데, 그것은 군마트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외마트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지만 부대개방 초청행사에서 만큼은 특별히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인기 있는 몇몇 제품들은 구매제한을 두고 있기도 하다. 나도 몇몇 품목을 담아 가져왔다. 좋은 물건을 시중보다 저렴한 금액에 구입한다는 생각이 별것 아닐 수 있지만, 소확행 그 이상이다.
오전 시간 마지막 일정은 부대개방 초청행사에 대한 안내 및 부대 역사등을 약 30분 정도의 시간 동안 어떤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지 무슨 역할을 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안전을 위해 지켜야 할 지역이 매우 넓다는 것이 분단의 아픔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대대장님과 이하 간부들의 인사와 안내를 받은 후 향한 곳은 그토록 기다렸던 군에서의 점심시간이었다. 안내에 따라 각자가 먹을 음식을 배식판에 담아 자리를 정하고 모여 앉았다. 매우 넓은 식당의 창가 쪽에 앉아 각자가 담아 온 음식을 맛있게 즐겼다. 샐러드와 후식으로 제공되는 제로콜라는 요즘 세대의 기호를 반영한 것이라 더욱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오징어불고기와 계란찜, 멸치볶음, 김치, 김가루와 소고기숙주나물국으로 맛있는 한 끼를 맛볼 수 있었다.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군대의 식사를 어디서 맛볼 수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식판을 깨끗하게 비울 수 있었다.
맛있는 점심 식사를 했다면 군대의 특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짧은 시간이 있다. 바로 자신이 먹은 식판을 직접 손으로 깨끗하게 씻어 헹군 뒤 세척기에 넣는 것이다. 엄마의 마음이 발동하여 아이에게 눈빛을 보내며 엄마가 해주겠다고 하니 오히려 본인이 모든 식판을 깨끗하게 씻어 세척기에 넣고 아무렇지 않은 척 손을 씻고 가족들을 밖으로 안내한다. 식사를 마친 후 특히나 가정에서 좋은 습관으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오후 일정은 군악대의 장기자랑이었는데 내 아이의 재롱잔치만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최신곡부터 트로트까지 춤과 재치로 부대개방 초청행사에 참석한 가족들을 웃음 짓게 했다. 군악대는 악기, 노래, 춤등 다양한 음악적인 요소를 충분히 가진 군인들이라 그런지 외부행사를 한다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무대를 함께했다. '고래의 꿈'은 나도 좋아하는 노래라 함께 따라 부르며 손뼉을 치고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군악대의 장기자랑 순서가 끝나고 부대에서는 특별한 순서를 가졌다. 가장 멀리서 온 가족들을 호명하여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울산에서 온 군인가족은 부대개방 초청행사를 위해 하루 전에 이곳에 도착했다고 한다. 가족이 가장 많이 온 가족을 뽑았는데 무려 10명의 가족이 참석한 가족도 있어서 참석한 모든 가족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경품 추첨도 함께 진행되었는데 매우 안타깝게도 우리 가족은 단 하나의 경품도 당첨되지 않았다.
부대개방 초청행사를 마치며 부대에서는 꾸러미를 만들어 돌아가는 가족의 차량에 넣어 주셨는데, 그 구성이 너무 알차고 소중해서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차량 안에서 지루함을 달래 줄 최고의 위안이 되어 우리의 입과 손을 즐겁게 해 주었다.
군 미필자로 부대개방 초청행사에 참석하여 설레는 마음과 아이의 복무 환경을 볼 수 있는 고마운 시간이었다. 집을 떠나 단체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이 함께 모여 군복무를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고 20대의 꽃 같은꽃같은 시기를 18개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것에 매우 감사함을 표한다. 부대개방 초청행사를 준비 한 아이 부대의 간부들과 군인가족들에게 마음 깊은 감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