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은 늘 바다 쪽에서 오고
도시는 어두운 밤을 밝힌다.
바다에서 태어난 어둠은
도시의 불빛을 삼키려 한다.
모래더미에 불과한 흙이
온몸으로 파도를 막아낸다.
아침 해가 뜰 때까지
스스로 무너지며 버티고 있다.
파도는 더 이상 도시로 오지 못하고
흙속에 고요히 스며들었다.
살아있는 것을 집어삼킨
거대한 침묵의 바다가
그렇게 밤마다
흙에게 닿았다.
흙은 언젠가 자신이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이 무너지는 방식으로
세상을 지켜냈다.
어둠의 바다와 화려한 불빛의 도시
그리고 경계의 흙.
괴물같이 포악한 파도를 머금고
입을 다문 채 경계를 지켰다
그곳에 승리자는 없었고
흔적도 없었다.
남은 것은 고요뿐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세상은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