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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흙

by 장이엘


어둠은 늘 바다 쪽에서 오고

도시는 어두운 밤을 밝힌다.


바다에서 태어난 어둠은

도시의 불빛을 삼키려 한다.


모래더미에 불과한 흙이

온몸으로 파도를 막아낸다.


아침 해가 뜰 때까지

스스로 무너지며 버티고 있다.


파도는 더 이상 도시로 오지 못하고

흙속에 고요히 스며들었다.

살아있는 것을 집어삼킨
거대한 침묵의 바다가


그렇게 밤마다

흙에게 닿았다.


흙은 언젠가 자신이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이 무너지는 방식으로

세상을 지켜냈다.


어둠의 바다와 화려한 불빛의 도시

그리고 경계의 흙.


괴물같이 포악한 파도를 머금고

입을 다문 채 경계를 지켰다


그곳에 승리자는 없었고

흔적도 없었다.


남은 것은 고요뿐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세상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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