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 구출 대작전
여름 방학식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부모님께서 소식 하나를 알려주셨다. 중앙중학교 육상부가 영주로 전지 훈련을 가는데, 여행 겸 훈련으로 일주일 정도 지내다 가면 어떻겠냐고 중학교 감독님께 연락이 왔다고 하셨다. 전학 이후 훈련은 일절 하지 않아 겁부터 났다. 소곡중학교와 함께 했던 훈련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안가도 되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소극적인 성격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겠다고 했다. 훈련도 훈련이지만 매번 1레인과 8레인에서 무섭게 달리던 형들을 볼 생각에 긴장이 되었다. 몇 년간 함께 지내야 할 선배들을 만나러 간다. 일주일 정도 지낼 짐을 싸고 영주까지는 부모님이 태워다 주셨다. 평소 대구를 벗어나는 일이 흔치는 않았다. 이 여정이 훈련이 아닌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휴게소를 들러 간단히 점심 식사를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달리다 보니 영주에 도착했다. 신기하게도 숙소가 시민운동장 안에 있었다. 자다가도 일어나서 곧장 달리기가 가능한 그런 곳이다. 짐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니 큰 방이 하나 나왔는데, 2층 침대가 줄지어 있었다. 모든 선수가 한 공간에서 지내고 있었으며 마치 군대에 온 느낌이었다. 형들은 오후 운동을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곳에 있기에는 불편해서 짐을 한 쪽에 두고 부모님과 함께 근처 산책을 갔다. 운동장 앞에는 하천이 흐르고 있었고 식당 몇 개를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오로지 운동만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형들이 와 있었다. 감독님과 코치님이 웃음을 지으시며 환영해주셨다. 부모님은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와 함께 집으로 가셨다. 방으로 올라가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있었다. 중학교 형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고등학교부터 대학, 하물며 실업팀 형들까지 있었다. 그중 한 명이 코치님을 보며 다가왔다.
“성현아 이번에 들어올 신입생이니까 잘 챙겨라.”
코치님은 한마디만 하시고 내려가셨다. 외모나 체격을 봐서 중학생은 아니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더니 고등학교 주장이라고 했다. 초등학생인 내가 봤을 때는 성인 같았다. 주장을 따라 짐을 들고 갔더니 일주일간 지낼 침대를 배정받았다. 불편한 게 있으면 말해달라는 말과 함께 본인의 자리로 갔다. 침대에 앉아 숙소를 둘러보았다. 씻고 저녁 먹을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한동안 멍하니 그 광경을 보고 있다 보니 저녁 먹으러 가자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날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잠을 깼다. 시계를 보니 오전 05시 30분이었다. 형들은 새벽 운동을 나가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나도 준비를 해야 하나 쭈뼛거리고 있을 때 앳돼 보이는 한 명이 와서는 말했다.
“용욱아 너는 코치님이 쉬고 오후에만 나오래~”
잠결에 봐서인지 어려 보여 친구 같았다. 나 말고 중학교에 진학하는 친구가 또 있나 싶었다. 평소 아침잠이 많은 내게 쉬라는 말이 너무나도 달콤했다. 숙소에 있는 인원이 전부 나가고 난 뒤 다시 잠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까 봤던 그 친구가 나를 깨워 아침 먹으러 가자고 했다. 옷을 주섬주섬 입고 내려갔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말을 건넸다.
“혹시 저와 같은 초등학생이신가요?”
“뭐? 아니 나는 1학년이야. 학교에서 막내지 여기서 초등학생은 너밖에 없어.”
“아? 죄송합니다. 저는 너무 어려 보여서 착각했어요.”
“아니야. 나도 네가 와서 좋아. 잘 지내보자.”
하긴 중학교 1학년이면 나와 1년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여전히 형도 어린 학생이다. 1학년이다 보니 청소부터 빨래까지 잡다한 일들을 많이 했는데, 그러면서도 나를 잘 챙겨주었다. 오전에는 각자 휴식을 취한 뒤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3시쯤 운동을 나갔다. 코치님의 지시를 듣고 숙소 근처에 있는 산으로 이동했다. 훈련 내용은 1시간 자유주였다. 자유주는 말 그대로 본인의 몸 상태에 맞는 페이스로 자유롭게 1시간을 달리는 것이다. 형들을 따라가려는 찰나에 코치님이 부르셨다. 같이 가볍게 산책이나 하면서 살살 달려보자고 하셨다. 짧은 머리에 까만 피부, 근육질 몸매인 코치님은 카리스마가 있었다. 속으로는 무서웠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같이 천천히 달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겉모습과는 달리 속은 깊으신 듯했다. 그렇게 달리다 산 중턱쯤 도착했을 때 갑자기 배수로로 뛰어가셨다. 뒤에서 지켜보니 무언가 주워 담으려고 하셨는데, 가까이 가보니 아래에는 두더지가 있었다. 처음 보는 두더지가 신기하면서도 허둥지둥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아무래도 길을 건너다가 빠진 듯했다. 어떻게든 구해보고자 주변을 두리번거렸더니 누군가 버리고 간 박스가 보였다. 코치님은 박스를 주워 두더지가 올라올 수 있도록 유인하셨다. 도와주려는 마음도 모르고 두더지는 이리저리 잘 피해 다녔다. 얼마나 지났을까 도망 다니는 것도 지쳤는지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박스 위로 두더지가 올라왔고, 코치님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잽싸게 흙으로 이동시켰다. 두더지는 인사도 없이 땅을 파고 들어갔다. 코치님은 훈련을 다니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용욱이 덕분에 좋은 경험 했다고 하셨다. 나 또한 이번 일이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마음이 따뜻해진 하루였다.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내다 보니 일주일이 지났다. 형들은 강도 높은 훈련으로 매일 지쳐있었기에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앞으로 나에게 닥칠 모습 같았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부모님이 태우러 오셨고, 그렇게 짧은 하계 훈련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