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새 출발
2003년 봄, 나의 달리기가 시작된다.
내가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때는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이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친구들을 알아갈 때쯤 학교에 방송이 울려 퍼졌다.
"3학년 때 운동회에서 계주에 참여한 학생들은 지금 즉시 운동장으로 모이세요"
나는 3학년 6반 대표로 청백 계주에 출전했었다. 방송을 듣고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운동화를 신고 운동장을 향했다. 운동장을 나가보니 학교에서 좀 뛴다고 소문난 친구들이 전부 나와있었다. 그중에는 5, 6학년 선배들도 있었다. 다 같이 웅성웅성 떠들고 있을 때쯤, 한 여자 선생님이 나오셔서 말했다.
"자, 학년별로 전부 모이고, 지금부터 100m 기록을 측정할 거야"
선생님의 말과 동시에 학생들은 학년별로 줄을 섰고 순서대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5, 6학년 선배들이 먼저 달리고 그다음 내가 속해 있는 4학년 학생들이 달렸다. 기다리다 보니 내 순서가 다가왔고, 그때까지만 해도 영문도 모른 채 냅다 달렸다. 달리기에 소질이 있었는지 학년에서 1등으로 골인했다. 이윽고 체육 선생님께서 다가오시더니 달리기 선수를 해볼 생각이 없냐는 권유를 받았다.
사실 어릴 때부터 동네에서 놀 때면 달리기에 관련된 놀이만 해왔다. 이어달리기나 경찰과 도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달리기는 내 하루의 삶에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달리기 선수를 권유받았을 때 내심 기분이 좋았으나, 그 당시 부모님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를 바라셨다. 그래서 체육 선생님께는 부모님께 허락을 받아야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린 뒤 교실로 돌아갔다. 모든 정규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부모님께 육상선수를 해도 되는지 물어볼 생각에 긴장감과 두근거림을 가지고 집으로 향했다.
"그래 한번 해봐 공부 체력 생기고 좋겠다"
어머니는 별다른 반대 없이 해보라고 하셨다. 엘리트 선수로서가 아닌 그저 취미생활 정도로 생각하신 듯 보였다. 저녁 시간, 퇴근 후 집에 오신 아버지도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하신 터라 큰 반대는 없으셨다. 긴장감은 이내 사라지고 비교적 쉽게 육상 선수 활동을 허락 맡았다. 내일 체육 선생님께 할 수 있다고 말할 생각에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다음날 큰 행사가 있는 전날 밤은 행복해서인지 잠을 늦게 청하고는 했다. 성인이 된 지금도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다음날 아침, 나를 포함하여 육상부로 선발된 친구들이 운동장에 나왔다. 5, 6학년 형들도 보였다. 다들 나처럼 부모님이 허락해 주셨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친구들 중에는 3학년 때부터 운동회에서 계주 릴레이 라이벌이었던 은후와 혁재도 보였다. 이 친구들과 승부를 내본 적은 없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는 셋 중에 누가 제일 빠른지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육상부 활동을 시작하고 서로 의식은 했지만 그것도 잠시, 달리기로 우리는 친한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셋은 한 팀이 되어 육상부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 당시에는 당연히 내가 제일 빠를 거라 생각했다. 달리기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기에.
운동장에 모인 육상부원들은 짧은 자기소개를 마치고 바로 훈련에 들어갔다. 먼저 다 같이 체조를 하고 운동장 7바퀴를 뛰었다.(운동장 한 바퀴 거리는 150m 정도) 다 함께 줄을 맞춰 달리니 정말 육상 선수가 된 기분이 들었다. 어린 나이에 운동장 7바퀴는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평소 달리기를 매일 해왔던 탓인지 어렵지 않게 달렸다. 7바퀴가 끝나고는 짝을 지어 70m 질주 6개를 했다. 나는 은오와 짝이 되어 질주를 했는데, 체육 선생님이 빠르게 달리지 말고 자세를 잡고 달리라 하셨지만 경쟁심이 붙어 빠르게 달리고 말았다. 영락없는 초등학생이었다. 질주가 끝나고 정리 체조를 할 때쯤, 5학년 형들이 우릴 불렀다.
처음 마주한 형들은 다들 성격이 좋았다. 그중에서도 주장이던 동우형은 따뜻하면서도 카리스마가 있는 그런 성격이었다. 우릴 부른 이유는 간단한 소개와 함께 앞으로 잘 지내보자는 의미였다. 함께 운동하고 밥도 같이 먹다 보니 금세 우리는 친해졌다. 그렇게 육상부 활동이 이어갈 때쯤 대회에 출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렇다 내 인생 첫 번째 육상대회다.
내가 출전할 대회는 대구광역시 서부 교육청 배 육상대회로 서구 안에 있는 학교끼리 모여 대회를 치른다. 각각 남구와 북구 등 다른 구에서도 대회를 열고 이 대회에서 입상을 하게 되면 대구광역시 대회를 나갈 자격이 주어진다. 첫 대회는 10월쯤 열린다고 했다. 내가 출전할 종목은 80m와 800m였다. 4학년의 경우 단거리 종목은 80m를 달린다. 당연히 육상선수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80m 종목에 집중을 했다. 지구력보다는 스피드에 자신 있었다. 무더운 여름 하계훈련을 마치고 가을바람이 다가올 때쯤, 대회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