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우물 안의 개구리

세상은 넓고 잘 뛰는 사람도 많다

by 신용욱

입상의 기쁨도 잠시 곧장 11월에 열리는 대구광역시 소년체전 1차 선발전을 위해 맹훈련에 돌입했다. 본격적으로 800m 종목을 잘 뛰기 위한 훈련을 진행했는데, 그중 하나가 아침에 달성공원 달리기였다.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도심공원인 달성공원은 동물원도 있고 대구 시민들에게 인기가 많은 휴식처였다. 공원 둘레에 오솔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길이는 약 1km 정도였던 거 같다. 적당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어 훈련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운동장을 달릴 때 나와 동호형은 아침마다 달성공원을 달리러 갔다. 처음 접해보는 장거리 훈련이기도 했고 체력도 약한 편이라 떨어지기 일쑤였다. 멀어져 가는 동호형의 등만 보며 달렸다. 며칠을 버텼을까? 이 훈련이 익숙해질 때쯤 대회날이 다가왔다.


이번에 열린 대구광역시 대회는 전국 소년체전 1차 선발전이었다. 이 대회에서 입상하는 선수는 다음 해에 열리는 전국 소년체전에 출전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물론 2차 선발전에서도 입상을 해야 하지만 동계 합동 훈련 시 이 선수에게 맞는 훈련 프로그램으로 돌아갈 것이고 훈련 용품이나 지원금을 받을 수도 있다.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대회다.


대회는 대구 시민운동장에서 열렸으며 확실히 대회 규모와 분위기가 달랐다. 선수들의 체격도 좋고 눈빛부터가 달랐다. 각 학교 지도 선생님들도 예민하신지 목소리도 크고 바빠 보였다. 대회 시작도 전에 긴장되기 시작했다. 운동장 한편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지나가는 선수들을 멍하니 보고 있을 때 동호형이 다가와 한마디 했다.


“야 우리도 서구에서 선발돼서 왔고, 쟤네도 우리 보면서 긴장할 거야.”


이 한마디가 나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긴장되어 떨리던 몸이 조금 진정되었다. 본인도 긴장되어 떨리는 여력이 가득해 보였지만 역시 주장 다 운 말이었다. 나는 웃으며 고맙다고 전했고, 같이 힘내보자고 했다.


점점 몸을 풀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화장실을 다녀온 후 준비체조를 시작했다. 동호형이 좋은 말을 해줬지만 떨리는 건 마찬가지였다. 결승도 아닌 예선전임에도 불구하고 준비체조를 하는데 온몸에 힘이 없다. 서구 대회와는 차원이 달랐으며, 처음 느껴보는 불안감이었다. 조깅을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이 흘렀고, 정신을 차려보니 출발선에 서 있었다. 각 레인의 선수들을 호명하고 출발 신호가 울렸다. 경기가 시작되면 괜찮아 질거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온몸에 힘이 없다. 출발과 동시에 선두와 차이가 벌어졌으며 따라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경기는 그렇게 끝이 났다.


처음 느껴보는 무기력함이었다. 아무런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예선을 탈락했다. 되든 안 되든 따라는 가봤어야 했다. 선생님도 평소와는 달리 화를 많이 내셨다. 아마 성적을 못 내서가 아니라 자신감 없이 경기를 임한 것에 대해 호통을 치는 것 같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동호형도 예선전에서 탈락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대구시의 벽은 높았으며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짐을 챙겨 운동장을 나갔다.


대구시 대회가 끝나고 육상부는 휴식을 갖는 시간을 가졌다. 감독 선생님도 특별한 훈련 없이 구기 운동을 하거나 산책 정도만 시키셨다. 천진난만한 학생이어서였을까 대회의 아픔은 금세 사라졌다. 이 시기에 육상부에 변화가 생겼는데, 항상 주장일 것만 같았던 동호형이 그만두었다. 이제는 6학년으로 올라가니 공부에 매진해야 할 거 같다고 했다. 동호형뿐만 아니라 기존에 있던 형들 대다수가 비슷한 이유로 그만두었다.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언젠가는 마주할 이별이었기에 힘내라는 말과 함께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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