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신입생 그리고 겨울

첫 동계훈련

by 신용욱

이제는 내가 육상부를 이끌어 갔다.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도 있다 했던가, 3학년 후배들이 들어왔다. 그중 눈에 띄는 한 명이 있었는데 이름이 수안이었다. 오른쪽 앞머리를 턱까지 길렀으며 그 부분만 노란색으로 염색을 했다.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이었다. 뛰는 자세도 다른 학생들과는 달랐는데, 발목을 잘 사용했으며, 탄성이 되게 좋아 보였다. 첫 모습을 보자마자 이 친구는 잘 뛸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입생들과 어울려 축구를 열심히 차다 보니 어느덧 동계 훈련 시기가 다가왔다. 동계 훈련은 선수들에게 한 해의 농사라고 불릴 만큼 아주 중요한 시기다. 감독 선생님께서 지금까지는 아침에만 훈련을 해왔다면 이제는 아침과 오후 운동. 그러니까 하루 2번 훈련을 진행한다고 하셨다. 훈련량을 높이는 셈이다. 모든 육상부원이 그런 것은 아니고 나를 포함한 소년체전에 나갈 가능성이 있는 몇몇 친구들만 오후에 훈련을 했다. 그중 수언이도 있었다.


오후 훈련은 대구 시민운동장에서 진행되었는데 학교 정규 수업이 끝나면 감독 선생님 차를 타고 이동했다. 운동장을 들어선 순간 깜짝 놀랐다. 많은 인원의 타 학교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으며, 투척부터 단거리, 도약선수들까지 각 종목의 선수들이 있었다. 중, 고등학교 선수들도 보였다. 우리끼리만 훈련할 줄 알고 왔는데 그 광경을 보고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훈련은 각 부서별로 진행되었으며 담당 코치가 있었다. 담당 코치는 대구시에서 파견되었으며 내년 소년체전까지 이끌어 가는 거였다. 모든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인 후 각 부서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중거리부로 가고 수언이는 단거리부로 갔다. 타 학교 선수들과는 처음 대면하는 시간이었다. 그중 서로를 알아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선수들도 있었다. 당연히 나는 아무도 몰랐다. 혼자 쭈뼛거리고 있을 때쯤 한 남자 코치님이 오셨다.


“자 조용, 이제 훈련 시작할 거니까 집중하자.”


이름은 민호. 코치님의 첫인상은 푸근해 보이면서도 경상도 남자 특유의 말투로 거친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그 말속에는 누구보다 선수를 아끼는 마음이 보였다. 간단한 소개와 공지 사항을 전달하고 본격적으로 훈련이 시작되었다. 다 같이 구령에 맞추어 체조를 하고 줄을 지어 운동장 8 레인에서 조깅을 시작했다. 맨 앞줄에는 키도 크고 코치님과도 잘 아는 것처럼 보이는 선수가 이끌어 갔는데, 바로 소년체전 1차 평가전에서 1등을 차지한 동혁이 형이었다. 코치님들 사이에서도 다음 해 열리는 소년체전 1위 후보라고 소문이 날 정도로 잘 뛰는 선수였다. 명성에 걸맞게 다른 선수들과는 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자세도 좋았으며, 훈련에 임하는 태도 등 에이스다운 모습이 있었다.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동우형을 보며 배웠다면 그다음은 동혁이 형이었다. 동계 훈련 기간 내내 동혁이 형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며 나의 달리기가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첫 훈련인 만큼 특별한 것 없이 30분 정도 조깅하고 마무리되었다. 시작할 때는 서로 어색했으나 끝날 때쯤에는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민호 코치님의 마무리 인사와 함께 훈련이 종료되고 각 부서로 흩어졌던 서부초 육상부원들이 다시 모였다. 돌아가는 길에 서로 훈련했던 내용들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시작에 우리는 들떠있었다. 그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금세 학교에 도착했고 감독 선생님이 돌아가는 길에 슈퍼에 들려서 빵과 우유를 챙겨가라고 하셨다. 오후 훈련을 하는 선수들에 대한 특혜 같은 거였다. 당시에는 빵과 우유를 먹는 재미로 운동을 하기도 했다. 12월의 겨울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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