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간다. 전국소년체전을.

by 신용욱

긴 동계 훈련이 지나고 한층 더 성장되었다고 느껴질 때쯤 봄이 다가왔다. 날씨가 점점 풀리면서 선수들 모두가 좋은 컨디션이었다. 3월에는 중요한 대회가 있는데, 바로 전국 소년체전 2차 선발전이었다. 이 대회에서 선발되는 선수는 대구시 대표로 전국 소년체전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대회가 다가올수록 선수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돌았다. 친하게 지내던 동료들도 조금씩 경계하기 시작했다. 몸 관리를 위해 일찍 운동장을 빠져나가는가 하면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오고 가는 대회가 줄어들었다. 당연한 모습이었다. 모두가 이 대회만을 위해 겨울 내내 고생을 했으니 말이다. 나는 5학년이라 큰 부담은 없었다. 실력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왜소한 체격에 순위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번 선발전에서는 최고기록만 세우자는 마음으로 대회를 기다렸다.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국 소년체전 평가전이 열렸다. 대구시에서 가장 큰 대회인 만큼 대구에 있는 모든 학교가 출전한 듯했다. 다들 훈련을 많이 했는지 에너지도 느껴지고 눈빛이 살아있었다. 내가 출전하는 종목은 800m. 단 하나의 종목에 모든 것을 쏟아 내야만 했다. 이 종목에서의 우승 후보는 당연 동혁이 형이었다. 동계 훈련 내내 함께 훈련했지만 단 한 번도 동혁이 형의 훈련을 같이 소화해 낸 적이 없었다. 인터벌 트레이닝을 할 때 항상 거리를 조절하거나 개수를 낮추어 진행했다. 그만큼 정말 잘 뛰었다. 이변이 없는 한 이번 대회의 일등은 정해져 있었다. 모두가 2등으로 선발되고자 했을 것이다.


우선 예선전. 함께 훈련했던 친구들 모두가 결승에 진출했다. 합동 훈련의 성과는 분명히 있었다. 나도 큰 어려움 없이 결승에 진출했다. 오전에 열린 예선전이 끝나고 서부초 부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 수안이도 80m 종목에서 결승에 진출했다고 한다. 아무리 같은 학년끼리 뛰는 종목이라고는 하지만 대회 첫 출전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했다. 역시 남다른 아이였다. 준결승 기록을 보니 소년체전에 나갈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다. 형들과 함께 뛰는 종목이기도 하고 아직까지 부족한 나였지만 같이 소년체전에 나가고 싶었다. 이때부터 욕심이 났다. 최고기록을 넘어 끝까지 덤벼보기로.


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다 보니 어느덧 결승 시간이 다가왔다. 긴장을 하면 헛구역질이 나는 건 여전했다. 체조를 하는데 힘이 없다. 역시 선발이 되는 건 무리였나 싶다. 어떻게 몸을 풀었는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출발선에 서 있었다. 같이 뛰는 선수들을 보니 평소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잠시 후 심판장이 신호를 준다. 모두가 숨죽인 채 출발 자세를 취한다. 몇 초 뒤 총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출발 신호와 동시에 무서운 속도로 동혁이 형이 치고 나갔다. 그를 따라가는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예상대로 모두가 2등으로 선발되어 소년체전에 나가자는 작전인 듯했다. 페이스는 느렸고 마지막 200m에서 승부가 날 듯했다. 서로를 견제하면서 몸싸움도 일어났는데 애초에 나는 경쟁 상대에 없는지 비교적 편하게 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200m를 남긴 시점이 왔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누구 하나 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때부터였다. 이상하게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모두가 숨을 헐떡이고 있는데 나는 멀쩡했다. 형들보다 키도 작고 체력은 약했으나 스피드가 없지는 않았다.


120m가 남았을 때쯤. 결승점이 보이는 순간 눈을 질끈 감고 팔을 크게 휘저으며 냅다 앞으로 치고 나갔다. 다른 선수들이 뒤늦게 스퍼트를 해 쫓아오고 있었지만 잡힐 것 같지 않았다. 골인 지점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곳만을 보며 모든 것을 쏟아 냈다. 완벽한 나의 승리였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처음부터 선두를 따라갔더라면, 200m에서 자신 있게 치고 나갔더라면 이런 경기가 나왔을까? 아니 나오지 못했다. 마치 신이 나를 위해 만들어 준 경기였다. 아직도 그때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나는 전국 소년체전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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