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육상선수를 꿈꾸며
그렇게 치열했던 평가전이 끝나고 나와 동혁이 형은 소년체전을 위해 맹훈련에 들어갔다. 둘이서 훈련할 때도 있었고, 각 소속 학교 팀원들과 함께하는 날도 있었다.
한날은 동혁이 형이 속한 죽전초등학교 육상부원들과 훈련을 하게 되었다. 장소는 두류공원이었는데 어릴 때 가족끼리 놀러만 왔지 훈련으로 온 것은 처음이었다. 훈련내용은 공원을 두 바퀴 달리기였으며 한 바퀴에 3km 정도의 거리였다. 이렇게 달리기 좋은 곳이 있는지도 몰랐다. 잘 포장된 도로, 적당한 오르막과 내리막, 지루하지 않을 거리. 내가 달리던 달성공원보다는 훨씬 좋은 장소였다.
간단하게 체조를 하고 죽전초 선수들과 줄을 지어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맨 뒷줄에 서서 달렸는데, 사뭇 우리 학교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 서부초의 훈련 분위기는 자유분방한 느낌이라면 죽전초는 체계적이고 진지한 느낌이었다. 훈련 중 떠들거나 장난치는 행동 없이 선수들 모두가 훈련에만 집중했다. 왜 이 학교가 육상 명문 학교인지 알게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아마도 죽전초 코치님과 김동혁이라는 팀의 에이스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소극적이고 자신감 없는 내가 이렇게 팀을 이끌어 갈 수 있을까 반성하게 된 하루였다.
보통 훈련은 시민운동장에서 진행되었는데, 소년체전 기간이 다가올수록 격려 인사가 많이 왔다. 교육감부터 각 학교 선생님들까지, 이분들이 오는 날에는 훈련 시간이 조금 늦어지거나 훈련 중에 잠시 중단하고 다 같이 모여 인사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런 걸 왜 하나 싶지만 당시에는 잠시라도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내심 좋았다.
격려금과 간식을 받는 것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소년체전 단복이 나왔을 때였다. 소년체전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는 체육복과 운동화가 지급되었는데, 체육복 등판에는 대구광역시가 적혀있었다. 즉, 대구광역시를 대표하여 대회에 출전한다는 의미다. 그 옷을 입었을 때는 그동안의 노력이 눈으로 보이는 기분이 들었다. 비록 선발전에서 운이 따라 주었지만 그 운이 나에게 오기까지 노력했다.
대구광역시가 적혀있는 옷만 입어도 이렇게 기분이 좋은데 KOREA가 적힌 옷을 입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때부터 국가대표를 꿈꾸기 시작했다. 대구광역시 대표 옷은 나에게 선수로서 동기부여와 의지를 주었다. 얼마나 소중했으면 20년이 지난 지금도 갖고 있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게 훈련을 하다 보니 5월이 찾아왔고, 우리는 전주로 향했다.
소년체전이 열리는 전주로 향하는 길. 나와 동혁이 형은 점심을 먹기 위해 금강 휴게소를 들렀다. 풍경이 좋아 사진도 찍고 이곳저곳 구경도 했다. 가벼운 산책을 끝내고 식사를 하러 갔다. 기다리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동혁이 형 의외의 말을 했다.
“올해 내가 소년체전 메달을 따면 내년은 용욱이 네가 해주어야 해.”
평소 과묵한 스타일에 말수가 없던 형이 이런 말을 해주니 당황스럽다가도 소년체전 800m 1위 유력한 후보가 저런 말을 해주니 마치 차기 800m 에이스는 너다!라고 인정받은 느낌이었다. 이 말을 들은 이후 대회에 대한 부담감도 많이 줄었다. 처음 출전하는 전국대회가 우리나라 초등부 대회 중 가장 큰 대회인 소년체전이라는 것에 감사하며, 큰 경험을 얻고자 했다. 이번 대회에서 못하더라도 나에게는 다음 해가 있고, 이변이 없는 한 대구시에서만큼은 내 상대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출발했다. 결전지를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