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보며 다시 서다
물빛이 멀리 하늘에 닿았다.
하나둘 솟아 나온 흰 구름
넓고 푸른 보자기에 양 떼 모양
수를 놓는다.
상처 난 영혼이 바다를 가로질렀다.
바람은 물결 따라 그네를 타고
바닷가 한구석 조각배가
아는 듯 모르는 듯 출렁거린다.
태양이 붉은색 물감을 듬뿍 찍었다.
수평선 너머로 힘껏 붓을 휘두르자
저마다의 외침이 잦아들며
여기저기 서 있는 발끝까지 고요해진다.
외딴섬 등대가 눈을 떴다.
살며시 달과 별이 찾아오자
항구는 말없이 저녁을 맞고
나그네는 바다의 품 안에 녹아든다.
바다가 마음을 삼키고 어루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