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mless UX를 위한 일관성 원칙
세상의 많은 것들이 점점 더 연결되고 있습니다. 이는 네트워크나 클라우드와 같은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기능해졌는데요, 온라인을 통해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 뿐만 아니라, 제품과 제품 간 그리고 앱과 앱 간의 연결도 마치 거미줄처럼 더욱 더 긴밀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념은 IoT, N 스크린(N-Screen), 연결성(Connectivity)과 같은 용어로 쓰이며, 최근 우리 주변에서도 손쉽게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애플의 서비스 생태계를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연결성이나 연속성이라는 기능으로도 불려지고 있는데요, 사용자는 동일한 서비스를 서로 다른 디바이스를 통해 자유롭게 넘나들며 편리한 경험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iPhone에 있는 문자 메시지를 Mac으로 바로 보내고 받을 수 있고, Mac이나 Apple Watch 그리고 iPad에서도 iPhone 전화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작은 iPhone 화면으로 보던 동영상이나 작성하던 이메일을 큰 화면의 Mac이나 iPad로 옮겨와서 마무리할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Mac의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해 iPad를 제어할 수 있고, 두 기기 간을 오가며 작업할 수도 있습니다.
네이버나 카카오톡과 같은 플랫폼 서비스에서도 사용자는 하나의 통합 앱을 통해, 여러 서비스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즐길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Mobile 뿐만 아니라 PC나 Tablet, 심지어 Smart TV를 통해서 사용자의 사용 맥락에 따라 자유롭게 이동하며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다양한 디바이스와 서비스들이 연결된 사용 환경에서,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할까요? 일관성 있는 UX를 통해, 사용자에게 익숙하면서도 끊김 없는 매끄러운 사용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하나의 세상에선 동일한 언어로 말해주어야, 사용자는 혼란스럽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움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일관성이 있는 경험은 단순히 사용성 뿐만 아니라, 브랜드 아이덴티티나 디자인 효율성 측면에서도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용자에게 일관성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사용성 관점에서 일관성 있는 UX는 사용자에게 익숙한 사용 경험을 제공합니다. 만약 하나의 익숙한 시스템에서 그와 연관된 새로운 시스템으로 넘어왔을 때 일관성이 유지된다면, 사용자는 새로운 시스템을 별도의 학습이 없이도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행동경제학의 핵심 이론인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의 특성 중 하나인 손실 회피(Loss aversion) 성향은 이러한 개념을 잘 설명해 줄 수 있습니다. 손실 회피 성향에 따르면 사용자는 이득(Gains)보다는 손실(Losses)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데요, 아래의 가치 함수(Value function) 그래프와 같이 이득과 손실의 절대치가 같을 경우 사용자는 손실을 이익보다 약 2.25배 더 크게 인식하게 된다고 합니다.
만약 새로운 시스템이 기존 익숙한 시스템과 일관성이 낮아 그 사용 경험이 다르다면, 학습 비용이 요구하게 되는데요, 이는 사용자에게 손실로 작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새로운 시스템에 이를 2배 이상 상회할 만큼의 유용함이 있지 않다면, 새로운 시스템을 채택하지 않고 익숙한 시스템을 유지하는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을 보이게 됩니다. 이에 따라 아래 그래프와 같이 해당 사용자는 새로운 시스템을 채택하지 않는 비수용자(Non-adopter)로 남게 됩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드보락 키보드(Dvorak keyboard)를 들 수 있습니다. 드보락 키보드는 아래 그림과 같이 쿼티 키보드(QWERTY keyboard)에 비해 많이 쓰는 키가 근접하도록 디자인되어 있어 타이핑 속도 향상과 피로 감소와 같은 명백한 장점이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용이 익숙해지려면 많은 훈련과 노력이 요구하게 되어, 대부분의 사용자는 기존에 익숙해진 쿼티 키보드의 사용을 유지하고 새로운 드보락 키보드를 채택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아직까지도 쿼티 키보드가 키보드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결국 사용자에게 일관성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에 사용자가 기존에 경험하였던 익숙한 사용 경험을 반영한다는 것이 될 텐데요, 이러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최소한의 학습만을 부여하기 때문에 사용성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갈 수 있게 됩니다. 즉 사용자 경험에서 일관성은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의 채택과 수용의 장벽을 낮춰주는 촉진제의 역할을 해 줍니다.
단일 제품이나 앱 내에서의 경험의 일관성 뿐만 아니라, 연결된 제품과 제품 간, 그리고 앱과 앱 간의 경험에서도 일관성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앞서 살펴본 애플 서비스 생태계와 같이, 사용자들은 동일한 서비스를 서로 다른 디바이스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서비스를 즐기고 과업을 수행합니다. 가장 먼저 사용했거나 많이 사용하여 익숙해진 디바이스(예: iPhone)의 경험을 기준으로, 이와는 다른 새로운 디바이스(예: Mac, iPad, Apple Watch)에 동일하거나 동질한, 즉 일관성 있는 UX를 제공해 주는 것은 중요한데요, 이는 단순히 익숙한 경험을 제공하여 학습을 최소화하는 사용성을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용자에게 끊김 없는 매끄러운 Seamless한 사용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브랜드가 사용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가치나 철학을 일관된 경험에 녹여 제공한다면, 추구하고자 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서 일관성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아이콘, 이미지, 컬러, 모션, 타이포그라피와 같은 시각적 디자인 요소뿐만 아니라, 화면 레이아웃이나 UI 요소, 레이블과 같은 인터페이스 디자인 요소들도 일관성 있게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태스크 수행 절차나 조작 방식(예: 제스처), 정보 구조와 같은 사용방법과 관련된 인터랙션 디자인 요소들도 일관성 있게 디자인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일관성이 잘 적용된 예를 찾아볼까요, 대표적으로 일관성을 잘 유지하면서도 아이덴티티까지 잘 살리는 브랜드는 역시 애플일 것 같습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동일한 Visual design 요소들을 각기 다른 디바이스들에 적용하여 누가 봐도 애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동질성 높은 레이아웃이나 컴포넌트, 레이블과 같은 UI 요소들도 일관성 있게 제공되어, 사용자는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동일한 서비스를 사용하여도 사용성 높은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일관성은 제품 또는 앱 내의 일관성, 제품과 제품 간 또는 앱과 앱 간의 일관성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관적인 경험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표적인 Bad case로 MS Window 8을 들 수 있습니다. MS Window 8에서는 Window의 상징이었던 시작 버튼을 없애고 타일 모양의 시작 화면을 혁신적으로 도입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이전 시작 화면에 익숙했던 사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졌고 Window 8을 수용하지 않고, 이전 버전을 사용하였습니다. 이에 MS 최고운영책임자인 타미 렐러는 Window 8의 UI를 수정하겠다고 발표하였었습니다.
반면에 애플은 아래 그림과 같이 Mac 시작 화면을 2001년 버전과 최신 버전을 비교해 보면, 큰 변화 없이 사용자에게 일관성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관성이 있는 경험은 단순히 사용성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보하는 것을 넘어, 디자인 효율성 측면에서도 중요할 수 있습니다. 공통적인 UX 요소를 각기 다른 디바이스에 따라, 또는 앱에 따라 별도로 디자인해 적용하는 것은 일관성을 헤치는 것뿐만 아니라 디자인 효율성을 낮추고 불필요한 리소스 낭비를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래의 예시와 같이 OS 제공 기업에서는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외부에 공개하여, 일관성 확보와 함께 디자인 효율성을 확보하는 데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일관성이 브랜드 아이덴티티 확보나 디자인 효율화와 같이 기업 관점에서 왜 중요한지와 함께, 학습 최소화와 끊김없이 매끄러운 사용 경험과 같이 사용자 관점에서의 benefit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디바이스와 앱에서 맹목적으로 일관성을 확보하여야 할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일관성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디자인 시스템이나 UX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고 이를 거버닝(governing)하여, 기업에서 제공하고 있는 디바이스와 서비스의 일관성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보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활동은 디자인 자유도를 낮추는 교환 관계(Trade-off)를 발생시킵니다.
이는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일관성을 맞추어야 하는가'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져 줍니다. 오히려 사용자에게 일관성보다는 맥락이 더 중요할 수 있는 상황이 있을 수 있고, 그런 상황에서는 일관성은 다르지만 그 맥락에 맞는 것이 더 효과적인 디자인일 수 있습니다. 태스크의 맥락이나 제품의 특성(예: 화면 크기, 입력 방식의 차이), 서비스의 목적과 컨셉이 무엇인지에 따라, 일관성의 확보가 우선일지, 아니면 맥락적 디자인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더 깊은 고민과 함께 고객 가치 중심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