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의택 Oct 17. 2022

고객 조사는 꼭 필요할까요? (1/2)

고객의 니즈는 만들어 내야 한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 환경에서, 고객 조사는 나침반의 역할을 합니다.

이는 마치 드넓은 바다에서의 미지의 항해에 길라잡이가 필요한 것과 같습니다.

드넓은 바다에서의 항해와 나침반 (이미지 출처: Shutterstock.com)


공급에서 수요 중심으로의 시장 패러다임 전환, 가속화되는 경쟁 환경, 온라인에 넘쳐나는 정보들, 그리고 더욱 세분화되어 가는 고객의 니즈.

이 모든 것들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켜 줍니다.


그렇다면 서비스를 기획하고 출시하기 전에, 고객 조사는 반드시 필요할까요?

이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하는 두 가지 의견이 존재합니다.


바로 '고객의 니즈를 만들어내야 하는가?'
아니면 '고객의 니즈를 읽어내야 하는가?' 라는 문제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고객의 니즈는 만들어 내야 한다.'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객은 그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Steve Jobs(1955~2011)의 자서전을 통해 이미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말인데요,

그런 이유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Apple은 고객 조사에 의존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Steve Jobs (출처: Business Insight)


고객 조사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 것은, Steve Jobs만이 아니었습니다.


세계적인 경제 잡지인 Fortune을 통해 Justin Martin(1995)은 "Ignore Your Customers."라고 주장하는데요,

"고객이 항상 옳다는 편견을 버리고, 이에 따라 고객을 무시하라."는 의미입니다.

그 이유는 고객 조사를 통해 수집된 대다수의 보수적인 고객들의 의견에 기업들이 이끌려 새로운 시장의 개척과 혁신(Innovation)을 게을리한다는 것인데요,

이로 인해 결국은 시장에서 실패를 거듭하는 기업들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서비스 기획하는 초기의 단계에서는 고객 조사는 꼭 필요할까요?

이에 자동차 왕으로 불려지는 Henry Ford(1863~1947)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만약 고객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다면, 그들은 조금 더 빠른 말과 마차라고 답했을 것이다."

Henry Ford와 포드 모델 T (이미지 출처: www.kama.or.kr)


이는 고객 조사를 통해 대다수의 고객들에게 그들의 니즈가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그들은 현재의 시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니즈를 표현한다는 건데요,

Henry Ford가 말한 것처럼 그 시점에서는 말처럼 지치지도 않으면서 더 편리한 승차감과 더 빠른 이동성을 제공하는 자동차라는 미래의 시장의 기술을 현재 고객이 예견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은 이러한 잠재 니즈를 표현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고객 조사를 통한 표현된 니즈만으로는 미래의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즉 이전에 없던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발굴하는 데에는 그 한계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Hamel & Prahalad(1994)는 "고객들은 통찰력(Insight)이 결여되어 있다. 그러므로 고객들이 표현한 니즈만 쫓는 것은 결국 엄청난 기회를 경쟁자에게 헌납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의 시장과 미래의 시장


이러한 관점에서 소니(Sony)의 CEO였던 Morita Akio(1921~1999)는 고객들에게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묻기보다는 스스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창조하고 이를 대중에게 교육하고 소통하는, 즉 시장을 선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이러한 철학은 전에 없던 혁신적인 제품이자, 공전의 히트 상품이 된 워크맨(WALKMAN)을 탄생시키게 합니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중 SONY WALKMAN


다수의 기업가와 연구자들의 사례를 통해, 서비스 기획 초기 단계에서 전에 없던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발굴하기에는 고객 조사가 지닌 태생적인 한계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는데요,

그렇다면, 서비스 출시 전에는 고객 조사가 반드시 필요할까요?


이에 대한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코카콜라 뉴 코크'를 들 수 있습니다.

1980년대 콜라 전쟁이 치열하던 시점에, 신제품으로 개발 중이던 코카콜라 뉴 코크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압도하는 결과를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 출시 전의 고무적인 고객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1985년 제품이 시장에 출시된 직후에 바로 고객의 외면을 받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코카콜라가 단종된다는 소식에 고객들의 강한 항의와 함께, 기존 코카콜라의 사재기 현상도 나타나기도 합니다.

결국 코카콜라 뉴 코크는 코크 II로 개명되었다가, 1992년에는 단종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습니다.

코카콜라 뉴코크의 실패 (이미지 출처: Dawn.com)


반면에 제품 출시 전 고객들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성공 사례도 있는데요,

바로 Apple의 Airpods입니다.

2016년 12월 출시된 Airpods은 발매 전 높은 출시 가격과 함께, 콩나물을 닮은 특이한 디자인으로 고객들의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실사용자들의 호평들이 쏟아지면서 Airpods은 무선 이어폰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냈을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품귀 현상을 나타내는 것과 같이 큰 성공을 보였습니다.

미 IT 전문 매체 Cult of Mac(2017)에 따르면 Airpods의 고객 만족률은 98%로, 이는 iPhone의 고객 만족률 92%를 상회하는 결과입니다.

Apple의 Airpods 광고 중 (이미지 출처: www.adweek.com)


그렇다면, 앞서 살펴본 사례와 같이 서비스 출시 전에 고객 조사가 유효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로, 서비스 출시 전 고객이 평가하는 대상물이 완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서비스 출시 전, 프로토타입(Prototype)을 이용해 고객 조사를 하는 것을 현업에서는 수용도 조사라고 부르는데요,

모든 컨셉을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 수준으로 개발하여 평가하기에는 비용이나 시간과 같은 리소스가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를 프로토타입으로 구현한 후 수용도 조사를 통해 고객에게 평가를 받습니다.

이때 사용되는 프로토타입은 실제 구현된 서비스와의 그 완성도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용도 조사를 통해 고객의 긍정적 반응이 있었던 컨셉은 선별하여 양산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요, 이때 개발 이슈나 현실성 등을 고려하다 보면 초기의 이상적인 면은 퇴색한 전혀 다른 형태가 되기도 합니다.

Low vs high fidelity prototypes (출처: www.justinmind.com)


두 번째로, 서비스 출시 후 고객이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총체적인 경험을 대변하기 어렵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코카콜라 사례와 같이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단지 내용물인 콜라의 맛에만 한정해서 신제품의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를 가늠했는데요, 이는 포장이나 브랜드와 같은 시각적이거나 심리적인 요인 등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못한다는 한계점을 지닙니다.

이러한 한계는 수용도 조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요, 실제 서비스와 유사한 수준의 프로토타입으로 평가하더라도 실제 사용 맥락에서 경험한 것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실세 사용의 경험과는 다를 수 있다는 한계뿐만 아니라, 주변인이나 SNS 상의 긍정적 사용 후기나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사회적인 영향(예: 밴드왜건 효과)에 대해서는 수용도 조사에서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Bandwagon effect (이미지 출처: OWL dictionary)


세 번째는 적합한 고객 조사 방법을 선정하고, 그 조사를 잘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서비스 출시 전의 수용도 조사뿐만 아니라, 서비스 기획 초기 단계에 고객의 잠재된 니즈를 발굴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신규 기회 영역이나 잠재된 니즈를 발굴할 때에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FGD나 심층 인터뷰를 한다면 뻔히 아는 내용만 나오기 일수인데요, 그러기보다는 얼리어답터나 특이한 사용을 하는 사용자와 같이 Outliner를 대상으로 인터뷰하는 것이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데에 더욱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또한 단순히 고객의 의식의 수준에서 언어로 표현되는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인터뷰뿐만 아니라, 에스노그라피(Ethnography)와 같이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고객의 행동을 심층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병행해서 활용하는 것이 더욱 적절할 수 있습니다.

수용도 조사에서 단순히 설문지를 통해 주관적인 선호도 점수를 받는 것보다는, 반응시간이나 뇌파(EEG), 시선 추적과 같은 방법으로 객관적인 데이터를 함께 측정하는 것이 더욱 정확한 고객의 반응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정교한 고객 조사 방법은 높은 비용과 긴 조사 일정이 요구되는 것과 같은 현실적인 부담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User Research Method (출처: uxdesign.cc)



이번 편에서는 고객 조사의 필요성에 대해 '고객의 니즈는 만들어 내야 한다.'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와는 대립되는 '고객의 니즈를 읽어내야 한다.'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Reference

Hamel, G., & Prahalad, C. K. (1994). Competing for the future. Harvard business review, 72(4), 122-128.

매거진의 이전글 사용자는 왜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기 어려워할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