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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의택 Jul 31. 2022

사용자는 왜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기 어려워할까요?

인지적 부담을 유발하는 5가지 서비스 특성

이번에 출시되는 우리 서비스는 경쟁 서비스들보다 더 새롭고 유용한 기능들로 무장했습니다.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서비스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고조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출시 후 사용자 리뷰를 살펴보니, 서비스가 사용하기 어렵다는 혹평들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사용자는 왜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기 어려워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우리 서비스의 UI가 사용자에게 인지적인 부담을 유발하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PC와 같은 작은 화면 내에서 더 많은 기능과 정보를 제공하다 보면 그 복잡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는데요. 유용성이 높은 기능과 정보를 사용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인지적인 부담을 유발하는 원인을 파악해서 이를 최소화해 주어야 합니다. 사용자에게 인지적 부담을 유발하게 하는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적합한 처방을 내리기 위해서는, 우리의 서비스를 경험할 때의 사용자 뇌에서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는지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간의 정보 처리 모델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 사용자가 서비스를 경험하면서 인지적 부담을 느끼는 대표적인 원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인간의 정보 처리 모델 (Information Processor Model)


관찰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사용자의 행동과는 달리, 뇌 안에서 일어나는 활동은 블랙 박스 와도 같습니다. 다행히도 그동안 인지심리학 연구들을 통해 밝혀진 사실들을 기반으로 구축된 인간의 정보 처리 모델(Information processor model)을 통해 사용자가 서비스를 경험하면서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 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정보 처리 모형 (출처: Wickens, 1984)


사용자가 서비스를 경험하면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은 크게 4가지 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바로 ‘감각 과정(Sensation)’, ‘지각 과정(Perception)’, ‘인지 과정(Cognition)’, ‘반응 선택과 실행(Action)’입니다. 이러한 정보처리 과정에서 많은 주의 자원을 요구하게 되며, 이는 사용자에게 인지적 부담(Cognitive load)을 유발하게 됩니다. 각 단계 별로 어떤 정보 처리가 이루어지는 먼저 알아보고, 대표적인 인지적 부담을 유발하는 원인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감각 과정 (Sensation)

사용자가 서비스를 경험하면 주로 시각적이거나 청각적인 자극 정보가 눈과 귀와 같은 감각 기관을 통해 수집되며, 이는 사용자의 뇌로 전달되어 단기 감각 기억(Sensory memory)으로 보관됩니다. 이때 이러한 감각 기억에서 시각 감각 정보는 0.5초, 청각 감각 정보는 2~4초 정도로 잠시 동안만 보관되고 사라집니다. 이런 현상을 잔상이 남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사용자가 스마트폰의 꺼진 화면을 바라보면 눈을 통해 검은 색 배경에 흰색의 시간 정보가 감지하게 됩니다. 이러한 감각 과정에서 글자의 크기나 굵기, 대비 등의 시인성이 떨어진다면 사용자는 정보를 인식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요. 이에 따라 이후 지각 과정에서 이를 정확하게 재인식하기 위해 주의 자원을 기울일 수 밖에 없는데요. 이러한 원인에 의해서 사용자는 인지적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2. 지각 과정 (Perception)

단기 감각 저장고에 잠시 보관된 감각 기억에 주의(Attention)를 기울이면, 사용자는 감각 정보를 지각하게 됩니다. 지각(Perception)은 감각 정보를 인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으로, 인식된 감각 정보와 관련된 장기 기억(Long-term Memory) 속의 학습된 지식을 인출하여 얇은 수준의 해석까지도 이루어지는 단계인데요. 이러한 지각 과정은 자동적이고 빠르게 진행되며 주의 자원이 거의 요구되지 않습니다.


서비스에서의 사용 과정에서의 지각 과정은 주로 시각적 정보에 의존하는데요. 시각적인 정보의 지각 관련된 대표적인 이론으로 게슈탈트 집단성 원리를 들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게슈탈트 집단성 원리에 따르면, 인간은 형태를 지각할 때 각 요소들을 독립적으로 보지 않고 그룹으로 묶어서 보려는 경향이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근접성(Proximity) 원리는 가까이에 있는 요소들은 떨어져 있는 요소들보다 하나의 집단으로 지각하려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화면 내의 정보를 디자인할 때 관련성이 높은 정보들은 가깝게 배치하고, 관련이 없는 정보들은 상대적으로 멀리 배치시키면 집단 간의 지각이 쉬워지기 때문에 인지적인 복잡성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게슈탈트 집단성 원리 (이미지 출처: www.simplypsychology.org)


사용자가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지각 과정에서 인지적 부담을 느낄 수 있는 경우는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지각된 정보가 장기 기억 속에 저장된 전형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혼란을 느낄 수 있는데요. 왜냐하면 이는 사용자에게 좀 더 깊은 사고 과정인 추론이나 유추를 통해 더 많은 시간과 정신적 노력을 요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직관적이지 않은 아이콘(Icon)이나 레이블(Label)은 사용자에게 혼란과 인지적 부담을 가중시키게 됩니다. 두 번째로 정보들의 배치가 게슈탈트 집단성 원리를 따르지 않는 경우입니다. 왜냐하면 사용자는 집단성 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보들의 관계를 파악하는데요, 만약 서비스에서 제공되는 정보들의 관계가 이와 불일치하면 이는 사용자에게 혼란과 인지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부적절한 배치된 정보들의 레이아웃(Layout)은 사용자의 서비스 사용을 어렵게 만듭니다.


3. 인지 과정 (Cognition)

사용자가 지각 과정만으로 의사결정이 어렵다면, 더 많은 주의 자원을 투입하는 인지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인지(Cognition)는 지각에 비해 계산, 추론, 유추와 같은 좀 더 복잡하고 깊은 사고 과정을 거쳐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의사결정하는 과정입니다. 이때 인지 과정에서는 주로 작업기억(Working memory)을 사용합니다. 작업 기억에서는 방금 일어난 감각 정보와 함께, 이와 관련된 장기 기억으로부터 인출된 지식 정보를 불러들여와 많은 양의 주의 자원을 투입하여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러한 인지 과정에서 사용자의 정보처리 능력을 결정짓는 것은 작업 기억의 경로 용량(channel capacity)과 연관됩니다. 작업기억에서 일정시간 동안 기억하고 전달할 수 있는 정보량은 한정되어 있는데요. 이러한 최대 용량을 경로 용량이라고 하며, 작업기억에 의해 신뢰성 있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정보량의 수준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7±2개 내외로 한정되는데 이는 매직 넘버 세븐(Magic Number 7)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Miler, 1956). 이와 관련하여 Hick-Hymann(1952)의 법칙에 따르면, 정보량이 높아지게 되면 다수의 대안을 기억하며 정보를 처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결국 선택 반응하는데 시간이 더 길어집니다.

Hick-Hymann Law(1952)


이는 사용자의 작업기억에서는 제한적인 경로 용량 하에 처리해야 할 정보량이 많아진다면, 더 많은 시간과 정신적 노력이 필요해 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작업기억의 한계와 관련된 UI 디자인으로 정보 구조(Information Architecture)를 들 수 있는데요, 한 화면에 많은 정보를 표시하거나 너무 깊은 메뉴 구조와 같이 적절하게 정보 구조가 디자인되지 못한다면 이를 탐색하고 기억하는 데에서의 사용자의 인지적 부담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인지 과정에서의 인지적 부담은 작업 기억의 한정적인 정보처리 능력뿐만 아니라, 장기기억에서의 관련 정보의 인출과도 연관될 수 있습니다. 장기기억에는 절차적 방법이나 어떤 사실에 대한 지식과 같이 다양한 형태의 지식이 조직화되어 있는데요. 만약 우리 서비스의 UI가 사용자의 장기 기억에 저장되어 있는 지식들의 조직화와 일치되어 손쉽게 관련 정보가 인출된다면, 사용자는 우리 서비스를 특별한 인지적인 노력 없이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멘탈 모델 (Mental Model)은 특정 시스템의 기능이나 구조에 대해 사용자의 머리 속에 가지는 있는 모형을 의미하는데요. UX 디자이너는 이러한 사용자의 학습과 기대에 의해 형성된 멘탈 모델을 파악해 이에 부합되도록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우리 서비스가 사용자의 멘탈 모델에 부합되지 않으면 사용자는 많은 시간의 정신적 노력을 들여 학습하는 것이 필요하게 됩니다.


4. 반응의 선택과 실행 (Action)

지각과 인지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상황에 대한 이해는 반응의 선택과 실행이라는 행위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반응은 거의 인지적 과정이 포함되지 않으며, 제어라는 운동이 요구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인지적 부담보다는 제품을 조작하는 과정에서의 신체적 부담과 연관되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글인 ‘사용자는 왜 우리 제품을 사용하기 불편해할까요?’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Don’t make me think(사용자를 생각하게 하지마)


이번 글에서는 인간의 정보 처리 과정인 감각 과정과 지각 과정, 그리고 인지 과정에서의 인지적 부담을 유발시키는 원인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결국 사용자의 인지적 부담은 정보 처리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주의 자원이 투입되었는지와 연관됩니다. 사용자가 서비스를 경험하면서 인지적 부담을 느끼는 대표적인 5가지 원인을 요약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정보의 시인성이 낮으면, 이를 감지하기 어려워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2. 지각된 정보가 사용자의 장기기억 속의 전형과 일치하지 않으면, 혼란을 유발하게 합니다.

3. 정보 배치가 게슈탈트 집단성 원리와 일치하지 않으면, 정보 간의 관계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게 합니다.

4. 한 번에 처리해야 할 정보량이 많아지면, 인지적인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5. 시스템이 사용자의 멘탈 모델과 부합되지 않으면, 많은 시간의 정신적 노력과 학습이 요구됩니다.


인간의 정보 처리 모델에서 지각 과정(Perception)과 인지 과정(Cognition)의 차이를 살펴보면, 지각 과정은 자동적이고 빠르게 진행되어 거의 주의가 요구되지 않는 반면, 인지 과정은 지각 과정보다 더 많은 시간과 주의가 요구됩니다. 그렇다면 좋은 UX의 조건 중 하나는 인지적 부담을 최소화해 사용자가 인지 과정 없이 지각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직관적인 UI를 제공해 주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용성 서적의 제목은 'Don't make me think' 인데요. 사용자에게 많은 생각을 요구하지 않게 디자인하는 것은 좋은 UX를 제공하기 위한 기본이자, 디자이너에게는 항상 고민해야 할 숙제입니다. 


실무적인 관점에서 인지적 부담을 유발하는 UI와 그 원인을 정교하게 파악하는 것보다, 사용자의 인지적 부담을 최소화해 주는 Solution을 발굴하고 실제 UX 디자인에 적용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다수의 디자인적 제약사항 하에서 Trade-off가 있는 다수의 안을 디자인해 보고 그 중에 최선의 안을 선정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는 유관 부서들에게 최선의 안을 설득시켜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초기 서비스를 기획하는 단계에서나, 출시 이후에 다시 서비스를 개선하는 단계에서 사용자의 인지적 특성과 한계를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더욱 사용자에게 사랑받는 서비스가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시장에서의 성공도 자연스럽게 함께 따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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