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데
삼일 전, 이대로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스스로가 무서웠던 내가 요가를 다녀오니 거짓말처럼 기분이 나아지는 경험을 했다.
요가 가기 전에 새로 받은 뉴프람 용량을 높여 10mg으로 먹어서 인지, 요가 덕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하나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날 이후로 삼일째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가 않다. 별로 우울하지가 않다. 어색하고, 걱정도 된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이 자꾸만 좋다.
제주도 여행에서 오일 파스텔로 그림을 그린 이후, 그림을 취미로 해보고 싶어서 취미 미술 학원에 등록을 했는데 이것도 너무 기대되고 설렌다.
박리다매라고 가기 싫어졌던 요가원도 다른 수업을 들어보니 또 다른 매력이 있고, 배울 것도 많고, 흥미가 생긴다. 요가 자체에 대한 흥미는 더 말할 것도 없고. 그렇게까지 애쓰고, 죽기살기로 노력하지 않았는데, 안되던 동작들이 조금씩 조금씩 되어 가는 과정도 너무나 좋다.
오늘은 서점에 갔는데, 읽어 보고 싶은 책들이 너무나 많아서 참느라 힘들었다. 나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사서 안 읽은 책들이 한무더기다. 오늘 책들을 보며 사고 싶다고 욕심이 났던 건, 책이 읽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가 모르던 것들,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흥미때문일 것이다. 재즈, 사진, 명상, 요가, 오일파스텔 등 갑자기 여러가지 주제들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그저께는 하루에 2백만원을 그었다. 미술학원에서 수업료를 내고, 재료들을 좀 야심차게 많이 사고, 요거트 볼을 만들어 먹겠다고 재료랑 예쁜 그릇들을 사고, 그러다 블랙프라이데이라고 세일을 하는 여러 쇼핑 앱에 들어가서 이것 저것 사고, 그러다 보니 하루에 2백만원을 카드로 그어 버렸다. 150만원을 쓰는 데 1시간이 걸리지 않은 것 같다.
다 질러 놓고 당황해서 옷장을 열어 보고, 몇개는 바로 주문 취소를 했다. 그 사이 잽싸게 배송을 시작한 건들도 있어서 그런 건 취소를 못했다. 오늘 택배가 한 무더기 왔는데 그 중에서도 몇개는 반품을 신청해 둔 상태다.
기분이 자꾸만 좋고, 설레는 이런 시간들이 나는 어색하고, 또 불안하나. 조울증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조울증의 상태에서는 미친 듯이 쇼핑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에 들은 적이 있다.
마침 오늘 병원에 가는 날이라 선생님께 여쭤 보았는데, 조울증의 증상에 대해 얘기를 해주시며, 지금 내 상황은 ADHD의 영향에 따른 것이지 조울증은 아닌 것 같다고 하셨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아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가만히 있어도 초조하고, 불안하고, 괴로운데 왜 살아야 하는지 자꾸만 고민하던 내가, 자꾸만 해보고 싶은 게 생기고, 기대를 하는 이런 모습이 정말이지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