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가기싫었다
어제, 오늘 이틀 연속으로 출근을 안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고민하다 몸이 아프다고 연차를 쓰겠다고 메신저를 남기고 그냥 자버렸다.
가고 싶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나 가기 싫어하는 줄 몰랐는데 이제야 알았다. 왜 갑자기 이렇게 싫어졌을까.
최근 일때문인 것 같다. 나의 잘못인건지, 누구의 잘못인건지 나는 지금 프로젝트의 정확한 큰 그림에 대한 이해가 없다.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중간에 투입되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한편, 나에게 일을 주는 사수의 방식때문이기도 하다. 전반적인 맥락, 목적, 문제의식, 주제 같은 것들에 대해 공유해주지 않고, 내게 그때그때 조각조각 일을 준다.
며칠전 일을 하면서 그게 너무 힘이 들었다. 일을 하면서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뭘 하라는 건지 이해가 안됐다. 갈피라도 잡으면 이것저것 뒤져서라도 찾아볼텐데 그것조차 안되니 힘이 들었다.
혼자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힘이 들었다.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게 제일 당황스러웠다. 잘 이해가 안된다고 물어도 보고 설명을 듣기도 하며 일을 하기도 했지만, 그런 과정이 계속 반복되었다. 그러다보니 하나의 일에 여러번 피드백을 받고 다시 또 수정하고 수정하길 반복하기도 했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고, 자괴감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날은 PM이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인데, 대충 대충 설명(?)아닌 설명을 하면서 일을 해오라고 했다. 내 나름대로 이해를 했고, 내 생각에 더 적합한 방식으로 일을 해 갔는데 내가 없을 때 PM이 내가 일을 ‘이상하게’ 했다고, 다른 분에게 다시 대신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속이 상했고, 자존심도 상했다. 며칠 뒤 나보다 직급이 높은, 나에게 주로 일을 주는 사수(?) 분이 나에게 그 일은 내가 이해를 잘못한 상태에서 한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사실 그랬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자 “그럼 물어봤어야 햐요“라고 하셨다.
그때 순간 얼어붙었다. 맞는 말이다만, 억울했다. PM은 워낙 일도 대충 대충하고, 설명도 잘 안해줘서 다시 물어도 짜증이나 내지, 설명을 잘 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 물어보지 못했다. 그리고 내가 전혀 모르는 부분이라 어디서 부터 설명을 해달라고 해야 할지도 잘 알수가 없었다. 물어보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도 그 말이 맞다는 건 알았다. 그럼에도 물어봐야 했다고. 그렇게 하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럽고, 미웠다.
항상 느끼던 건데, 이 회사 사람들은 선배에게 일을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고, 그래서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못한다. 대단한 걸 이야기 하는 게 아니다.
나를 정말 잘 써먹으려면, 맥락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줘야한다는 거다.
그러다가도 문득, 맥락은 내가 알아서 열심히 찾아 나서야 했나 싶어 다시 움츠러 든다.
이렇게 일하는 방식도 너무 싫고 힘들지만, 이런 평가(?)나 지적에 내아 너무나 취약하다. 그리도, 지금 느낀 건데 나 조차도 나를 자꾸만 평가하려 드는 것 같다.
이런 이유들로 심리적 부담이 컸는지 도무지 회사를 갈 수가 없었다.
연락에 답이 없자 출근했냐고 묻는 엄마의 카톡에 이런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그래도 회사에서 찍히지는 않는 거냐며 걱정을 해서 날 더 불안하게 했다. 그러더니 위로를 하랴거 한 것 같긴한데, 원래 회사 생활이 힘든 거고, 다른 사람들도 다 힘들게 회사를 다닌다고, 그래도 어쩌겠냐고, 그냥 열심히 다녀야지 뭐 그런 말들을 했다. 듣고 싶지 않아서 귀를 닫았다.
내 반응이 시큰둥하자 갑자기 전자레인지를 뭘 살지 딴 얘기를 했다.
엄마와 전화를 끊고 더 기분이 나빠졌다. 더 우울해지고, 더 무기력해지고, 화도 났다.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위로도 하나도 되지 않았다. 내가 얼마나 힘들지, 뭐가 힘들지 생각하기보다는, 회사에서 잘리면 어쩌나, 남들처럼 정상적으로 생활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더 커보였다.
늘 이런식이었다.
엄마에게 별 위로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기대가 남아 있었나보다.
작은 자극과 지적에 이렇게 위축된 내 자신.
엄마의 나름대로의 노력에도 화가 나기만 하는 내 자신.
마음에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