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갈대는 그럼에도 부러지지만은 않는다

무수히 흔들리지만

by 정좋아

최근 상담 시간에 그림을 그렸다. 선생님이 보고 놀라고, 기뻐하며 발견한 나의 특징 중 하나는 엄청난 생명력이라고 하셨다.


내가 삶에 대한 의지와 욕심,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셨다.


맞는 것 같다.


여리고 섬세한 편이었던 건지, 범불안장애를 달고 살며 작은 일에도 마음 졸이고, 큰일에는 휘청 거리며 살았다. 이런 내가 나약한 것 같아 싫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생각보다 내가 강하다는 걸.


죽고 싶었던 시간이 있다. 죽어가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럴 때 억척스럽게 살아낼 길을 찾아 헤맸고, 지금까지 그럭저럭, 꽤나 잘 살아내고 있다.


그 점을 떠올리니 뿌듯함이 밀려왔다.


중학생 때, 국어 선생님이 갈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토록 휘청거리고 연약해 보이지만 끊어지지는 않는다고. 난 그런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잘 살아보고 싶었다. 뜻대로 되지 않아 가슴이 아팠고, 상처 주는 이들이 많어 지쳤다.


하만 잘 살아보는 것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중이다. 나에게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지 않아 뷰려 한다.


그러고 나니, 내가 꿈이라 여겼던 높은 꿈이 사실 정말 내가 바라던 것인지, 내가 바라는 것은 뭔지 고민이 된다.


무수히 반복해 온 고민이고, 늦었을지도 몰라 겁이 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뭔지 고민하는 일은 두근대는 일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나라는 애랑 한팀이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