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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뛰쳐 나왔다

팀장님 얼굴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려서

by 정좋아

나도 내가 한심하다.

내가 약해 빠진 걸까.


요즘 나름 회사 생활을 잘하고 있었다.

그러니깐, 엄청 큰 어려움은 없었다.

주어진 일을 그럭저럭 쳐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어려워 하고 있었다. 다른 팀원들은 일년 넘게 하던 프로젝트에 갑자기 투입된지 한달 반, 설명도 부족하고, 업무 지시도 부족하고.

그러다 보니 최근 두번은 진짜 헤맸고,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외에는 다 열심히 잘했던 것 같다.


그러다 갑자기 팀장을 대신해 출장을 가게 됐다. 허리가 최근에 아프다 괜찮아지긴 했는데, 걱정이 되긴했다. 하지만 팀장님이 갑자기 너무 아파서 못 가게 된 바함에 가기 직전에 비행기표를 끊고 내가 대신해서 갔다. 당연히 그분을 대신할 직급은 난 안된다.


가서 아팠었다. 비행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의사들이 그랬다. 삼일 째에는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아팠다. 매일 근육 이완제에, 진통제에 주사 세개를 아침마다 병원에 가서 맞고 회의 식사 회의 식사를 반복했다. 주사 성분 때문인 것 같은데 가뜩이나 외국어로 진행되는 회의에 점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돌아와서 이틀 뒤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팀장님은 나를 몰아 세우기 시작했다. 팀원들이 만든 자료를 취합해 오라길래 그렇게 했는데, 다 읽고 이해는 한 거냐며 하나씩 설명해 보라했다. 제대로 못하자 얘기도 없었던 발표를 들먹이며 이거 고객 앞에서도 ‘~같습니다’이렇게 할거냐고.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단순 취합을 하란 기 아니라 자료를 재구성하라는 얘기였다고 했다. 당ㅎ항스러웠다. 지시한 것과 상이한 피드백이었고,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몇시간 뒤, 나를 불러냈다. 허리가 많아 안 좋냐며, 그러면 방해하지 말고 쉬는 것도 생각해 보라고했다. 내가 일들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고, 내 역량이 파악이 안된다고, 출장 가서 도대채 뭘 한 거냐고. 왜 출장 중 회의 내용에 대해 물으면 자신이 없어하냐고 물었다. 허리가 아파서 주사를 맞았는데 그게 잠이 오게 해서 나름 노력하고 초콜렛을 삼깁개씩 먹어가면서 노력해도 잠이 안 깼다고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자, 아플 줄 알고도 간 거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비행기 타서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자 또, 그럼 평소애 일은 어떻게 하냐고 묻길래… 열심히 대답했다.

여섯시간 동안 한번 밖에 못 일어났는데, 한시간에 항전이라도 일어나는 게 굉장히 엉향이 크다고.


너무 속이 상해 집에서 울었다. 그 다음날, 그 다음날도 나를 그런 식으로 대했다. 나는 열시 반부터 점심도 못 먹고 회의를 했고, 본인은 열한시 반에 왔는데 네시간 넘게 회의를 하고. 식사 시간을 주고 돌아오다마자 나에게 오늘 회의내용을 물었다. 근이완제 먹고 혼이 나가 또 집중을 못했기에 제대로 대답하디 못했다. 야근을 하면서 관계자에게 메일을 보낸 것에 대해서도. 밤에 자기가 이미 말했던 것 같은데 그걸 따르지 않고 잘못 보냈으니 정정 메일을 보내라고 했다.


이제주터 모여서 일하자고 해서 아침에 9시 갔으나 11시까지 요주의 인물과 팀장님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불안과 공포가 몰려왔다. 집으로 달려가 펑펑 울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결국 반차를 썼다. 이유에 대해 공황 증세를 언급하며 설명하자 얼굴 보고 가라는 답변에,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죄송하다고했다. 그제야 알겠다고 했다.


난 왜 이 모양일까

나도 밉고 팀장도 밉고 다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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