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좀 다르길
정말 정말 안정적인 연애를 한지는 꽤 오래된 것 같다.
안 그래도 애착 문제가 상당했던 내가, 소개팅 앱으로 상처를 한가득 받은 채, 연애를 시작하니 다시끔 불안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기로 한 것이다.
다만, 이번앤 좀 다르다.
예전에 내 상사였던 분이 소개팅을 시켜주셨는데, 내 지금 남자친구의 상사가 이 분이시기도 하다.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개 첫만남에 무례한 말/행동을 하거나, 사귀다 잠수를 타거나, 연락이 두절되거나, 폭력적인 언행을 한다거나… 앱에서 만났을 때 상대가 할 수 있눈 행동울 할 확률은 훨씬 적다.
그래도 별 기대 하지 않고 나갔다. 야근에 치여서 만나기 직전에 연락도 잘 안되었고, 외모도 내 스타일인지 잘 모르겠었다. 만나서눈 더 그랬다. 외모가 내 스타일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에 치여서인지 헝클어진 머리와 눈이 작아 보일 정도로 높은 도수의 안경, 이상한 등산 잠바를 입고 나를 만나러 온, 나보다 두살 어린 그 아이가 그닥 멋져 보이진 않았다.
그런대 호감이 갔다. 약간 너드같기도 한데, 말이 잘 통했다. 선하달까, 순하달까, 허세 없는 느낌이 내개 안정감을 줬다. 투명한 사람, 계산 없는 사람일 것 같았다. 그만큼 세련되지 않은 모습이긴하지만 그런 건 별로 이제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몇번을 만나고, 우리는 사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