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다이어트
2.
쿠팡 다이어트
이놈의 살은 밥을 굶어도 굶어도 빠지지 않는다.
고무줄 몸무게마냥 하루하루 조금씩 늘어나더니
끝내는 만삭이던 그 몸으로 돌아가버렸다.
아기만 없고 몸만 남았다.
마치 다시 내 몸에 아기가 들어앉은 것처럼
너무 무거워진 내 몸.
그 시절이 있었다.
동네 동생이 살 빠지는 명약이 있다며 가보자고 했다.
주위 몇 명이 효과를 봤다니
내 팔랑귀는 미친 듯이 팔랑팔랑.
드디어 나에게도 희망이 오는 건가.
피부과 대기실에는
나 같은 아줌마들이 줄을 서 있었다.
‘여기 진짜인가 보다.’
기대가 더 부풀었다.
거금 26만 원.
쌈짓돈을 탈탈 털어 카드를 쓱 긁었다.
알약이 자그마치 아홉 개.
노랑, 하양, 초록, 파랑.
무슨 색깔놀이도 아니고.
나는 약 먹는 걸 질색하는 사람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한숨을 쉬면서도
단숨에 삼켰다.
내일은 1kg이 쏙 빠져 있기를 바라며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심장이 머리 위에서 뛰는 것 같다.
두근두근이 아니라
쿵쾅쿵쾅.
커피도 안 마셨는데
왜 이러지.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새벽 5시가 되어서야 겨우 눈을 붙였다.
다음 날은 더 지옥이었다.
속이 메스껍고, 헛구역질이 올라오고,
손발이 덜덜 떨렸다.
그때 스쳤다.
이누무 다이어트약 때문이구나.
아뿔싸.
내 돈 26만 원.
무섭다는 감정이
살을 빼고 싶다는 욕심보다 더 컸다.
그날 이후
나는 약을 끊었다.
그리고
살 빼는 것도 포기했다.
⸻
그러던 어느 날,
쿠팡 알바를 제대로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옆집 언니와 함께.
쿠펀치 앱에 신청 버튼을 누르며
이상하게도 자신감이 생겼다.
‘몸을 움직이면… 혹시 살도 빠지지 않을까?’
출근 첫날.
교육 두 시간, 일 한 시간 하니 밥시간.
“개꿀이네?”
내가 맡은 일은 출고 업무 중 집품.
카트에 바구니를 놓고
PDA 찍으며 물건을 담고
레일에 태우면 끝나는 단순한 일.
단순한데…
단순하지 않다.
PDA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로봇이 된 느낌.
빨간 ‘긴급’ 표시가 뜨면
괜히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내 발은 최선을 다해 움직인다.
이리저리 또 움직인다.
백 미터를 왔다 갔다.
다리에 쥐가 날 것 같고
발바닥에는 불이 난다.
진짜 죽을 맛이다.
신발이 문제인가 싶어
끈을 묶었다 풀었다 여러 번.
그런데 오른쪽 다리가 돌아가는 느낌.
‘이러다 내 다리 큰일 나는 거 아니야?’
옆에서 같이 일하는 날씬한 언니는
“재밌다~” 한다.
나는 죽을 것 같은데.
차까지 걸어가는 길도 힘들다.
차에 앉아 한참을 생각했다.
나는 왜 이렇게 온몸이 아플까.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당연하지.
이 뚱뚱한 몸을
다리랑 발이 다 들고 다니는데
얼마나 개고생이었겠냐고.
집에 오자마자 씻고
기절하듯 잠들었다.
겨우 네 시간.
일어나니 온몸이 쑤신다.
파스를 도배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
내 몸이 조금 가벼워진 것 같은 느낌.
설마.
체중계에 올라갔다.
2kg.
이게 웬일이야.
아무리 굶어도,
아무리 약을 먹어도 안 빠지던 살이
쿠팡 하루 만에 빠졌다.
그날 깨달았다.
나는 약이 아니라
노동이 필요했던 거구나.
26만 원짜리 알약은
내 심장만 뛰게 했고,
시급짜리 쿠팡은
내 살을 뛰게 했다.
물론 쉽지 않다.
다리는 아직도 욱신거리고
파스는 필수다.
그래도.
아이 간식비를
내가 번 돈으로 사줄 수 있다는 건
그 어떤 다이어트 성공보다 기분이 좋다.
살이 빠진 것도 기분 좋지만
통장에 돈이 꽂히는 순간이 더 짜릿하다.
돈 버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냐마는
나는 답을 찾았다.
돈 벌면서 다이어트하기.
이게 바로
내 쿠팡 다이어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