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가고 스파크 오는 인생
잘 나가던 시절,
나는 내가 계속 잘 나갈 줄 알았다.
그래서 벤츠를 질렀다.
그땐 감당할 수 있다고 믿었다.
아니,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경제가 꼬이기 시작했고,
벤츠는 자랑이 아니라 짐이 됐다.
리스라 팔 수도 없고,
매달 빠져나가는 돈을 보며
입술만 깨물던 시간들.
그리고 드디어,
리스의 마지막 날이 왔다.
벤츠를 보내고
엉켜 있던 것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나니
우리 집 주차장에 들어온 건
400만 원짜리 스파크였다.
벤츠 대신, 스파크.
남들은 똥차 가고 벤츠 온다더니,
나는 벤츠가 가고 스파크가 왔다.
어랍쇼.
창문은 손으로 돌려 내려야 하고,
백미러는 손으로 접어야 한다.
시트는 직물.
아, 어쩌지?
아이가 차에서 소변볼 때가 많은데…
내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나는 감각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쓱 내려온다.
한참을 바라본다.
그리고 한숨을 한 번 쉬고,
천천히 상황을 받아들인다.
그래, 이 차도 사랑해 보자.
차는 굴러만 가면 되잖아.
괜찮아.
돈 벌어서 더 좋은 차 사면 되지.
지금은 버티는 삶이 아니라,
다시 세우는 삶이니까.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시트는…
깔개 하나 사서 깔면 된다.
하얗고 귀여운 스파크.
25년 전에 탔던 내 첫 차보다도 작다.
그래도 괜찮다.
내 인생도 통통거리며
이 차와 함께
다시,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