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세우는 삶

말하지 않는 아이를 키운다는 것

by 안녕제인


아이는 말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몸으로 말한다.


어느 날은 밥을 안 먹고,

어느 날은 갑자기 화를 내고,

어느 날은…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진다.


나는 그걸 보고 앉아

탐정처럼 하루를 되짚는다.


언제였지.

무슨 일이 있었지.

누굴 만났지.


수요일.


그날은 인지치료가 있는 날이었다.


처음엔 의심했다.

혹시, 내가 모르는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아이를 데려다 놓고도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가 된 건 아닐까.


그래서 전화를 했다.

조심스럽게, 하지만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그런데 선생님이 먼저 말했다.

“성준이가 오자마자 머리가 빠지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


아, 이건

숨겨진 일이 아니라

이미 드러나 있는 일이구나.


아이를 의심하지 않아도 되고,

선생님을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


대신 나는 다시 생각한다.


그럼 이건 뭐지.


왜 하필 수요일일까.


아이들은 말하지 않는다.

대신 반복한다.


같은 요일에, 같은 방식으로

작은 신호를 남긴다.


나는 그 신호를 읽어야 하는 사람이다.


정답은 없다.

다만 방향만 있다.


이건 나쁜 일이 아니라,

조정이 필요한 신호일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바로 끊지도 않고,

그렇다고 모른 척하지도 않기로 했다.


조금 더 지켜보고,

조금 더 듣고,

조금 더 이해하기로 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신호를 읽는 일에 가깝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말하지 않는 아이의 말을

조용히 받아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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