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慮, 이름

제대로 불러줘야 제대로 불릴 수 있지 않을까?

by 오렌지샤벳


사려 깊다는 것은 이름을 제대로 불러 주는 것이다

어이! 거기! 이봐! 말고,

이놈! 저놈! 야! 말고,

제대로 불러 주는 것이다

쉽게 튀어나오는 데로 부르는 것은, 이름이 아니다


우리는 그러기로 약속했다

우리가 이름을 붙이는 모든 것에 의미를 두기로

이름을 불러 준다는 것은, 특별한 것이라고

존중하고 아끼는 것에 이름을 붙이겠노라고,

우리는 그러기로 약속했다


풀도 나무도 날씨도 벌레에도 제 이름이 있는데,

왜 사람은 이거, 저거, 어이, 거기, 이놈, 저놈이란 말인가?

말의 씨는 생명력이 남달라,

이름을 부르는 순간 생명이 탄생한다

잘못 불린 이름은 제 이름을 되찾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 전파력에도 생명이 있어 이 입, 저 입 옮겨 다닌다


한 번 잘못 불린 그 이름, 다시 제 이름 찾지 못해

그는, 그녀는, 그 이름으로

살아질 수밖에…. 사라질 수밖에….

그렇게 이거, 저거, 이놈, 저놈, 야, 너로 기억된다.

슬프지 않은가?

왜 누군가는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가?


꽃이 되진 못하더라도 사람이 돼야 했을 이름!

누군가의 마음을 담아지었을 이름에,

기원을 담아지었을 이름에,

누군가는 제 기분을, 누군가는 저의 모자란 인격을

누군가는 무시를, 누군가는 못 배웠음을 미련하게 남긴다


그 모든 것이 제 입을 통해 나오는지도 모른 채

나오는 순간 제 입이 자신이 된 줄도 모른 채

시원한지, 우월한지, 아무것도 모르는지

자신도 이놈, 저놈, 야, 너가 된 지는 알까?

그 입은 냄새가 난다. 고약한 마음 씀의 냄새가




아무렇지 않게 상대를 하대하는 사람들!

남보다 조금만 낫다면 무시부터하고 보는 못난 마음들에게 말하고 싶다.

제대로 불러줘야 자신도 제대로 불릴 수 있다고!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라, 자신이 뿌린 씨앗은 오랜 세월이 걸려도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안도현 님의 시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사진출처: pixabay

화, 일 연재